美단체 “트럼프 당선되면 한국 등에 방위 분담 증가 요구해야”

전웅빈 2023. 9. 17.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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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은 즉각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에 방위 분담 증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보수 싱크탱크 정책 제언이 나왔다. 인·태 지역 핵심 협의체인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를 강화하고, 한국 등 다른 국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쿼드 플러스’ 개념을 장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출신 전직 관료와 보수 학자 350여 명은 지난달 “좌파의 파괴적 정책으로 고통받는 미국인을 신속히 구하기 위해 새 행정부 첫 180일간 취해야 할 조치”라며 국정과제를 담은 보고서 ‘프로젝트 2025’를 발간했다. 재단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주요 대선주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직접 브리핑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92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는 공화당이 대권을 탈환하면 국가를 개조하기 위해 당장 시행해야 할 정책들을 담고 있다. 백악관 인사관리처에서 근무했던 폴 댄스 변호사와 부대변인을 맡았던 스티븐 그로브스 변호사가 주도했고,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공직자도 상당 수 참여했다.

이들은 국방부 개혁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군이 가하는 가장 심각하고 즉각적인 위협은 제1 도련선에 있는 대만과 기타 미국 동맹”이라며 “중국이 대만이나 필리핀, 한국, 일본 등 동맹을 종속시킬 수 있다면 아시아에서 중국 패권을 막기 위해 고안된 균형 연합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거부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거부 방어는 보복을 통한 억지 전략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중국이 대만 침공 등을 애초 시도할 수 없도록 현지 병력과 무기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은 “새 행정부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물리치기 위해 재래식 전력 계획 구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연합군의 재래식 방위 부담 공유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동맹국들은 재래식 방어에 훨씬 더 큰 책임을 져야 하고, 중국을 상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러시아, 이란, 북한의 위협을 상대하는 데도 자신들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밀러 전 대행은 “미국과의 분담 공유를 국방 전략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며 “집단 방어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대만과 일본,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동맹국이 더 많은 지출과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제언했다. 특히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중국은 핵전력의 전략적 돌파를 추구하고 있고,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미니트맨-3시스템을 신형 미사일인 ‘센티널’로 대체하는 등의 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단한 ‘잠수함 발사 핵 순항미사일’(SLCM-N) 개발 계획을 복원하고 억지력 강화 목표에 어긋나는 핵 군축 제안은 거부하라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공격적인 미사일 시험 프로그램을 추구하며 한국과 일본에 점점 더 호전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점점 더 커지는 위협에 비추어 차기 행정부는 미사일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위협에 맞서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차세대 요격 미사일(NGI)을 최소 64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분쟁이 보여주듯 미국의 지역 미사일 방어 플랫폼은 매우 제한적이다. 미국은 파트너에게 어떤 능력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없었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THAAD·사드), 이지스함에 탑재해 해상에서 발사하는 ‘스탠다드미사일(SM)-3’, 패트리엇 미사일 등을 더 많이 조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국무부 개혁 분야에서 보고서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은 미국의 중요한 이익”이라며 “한국과 일본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동맹이자 군사, 경제, 외교, 기술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군사적 충돌을 억제해야 하고,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남아 있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는 쿼드의 초석으로서 미국·인도 역할을 진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무부는 다른 지역 강대국이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한 쿼드 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쿼드 플러스’ 개념을 장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국무부 정책기획 국장은 지낸 키론 스키너는 “새 행정부 하에서 미국 정책이 크게 바뀔 국가의 대사들이나 차기 행정부 의제에 적대감을 드러낸 대사들은 즉시 소환하고 대통령 아젠다를 지지하는 대사를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호주, 일본, 영국, 유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주요 전략적 요직에는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정치 대사를 우선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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