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입고 춤" 효리도 혼쭐…소신 발언 '소셜테이너' 잔혹사
“정치적인 발언을 하면 회사에 ‘입조심 시켜라’는 협박 전화가 온다.”
2012년 가수 이효리씨는 예능 ‘힐링캠프’에 출연해 이렇게 토로했다. 이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동물·환경보호 등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소셜테이너(social+entertainer, 사회 참여 발언을 하는 대중문화예술인)’로 꼽힌다. 이후로 10여년이 흘렀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한 연예인의 소신 발언은 여전히 여론의 공격 대상이 되곤 한다. 최근 가수 김윤아씨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발언을 했다가 정치권 공방까지 이어진 게 대표적이다.
김씨는 지난달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소셜미디어에 “RIP(Rest in Peace·명복을 비는 표현) 지구”라며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고 썼다. 이 글은 곧바로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됐고, 여권 성향 누리꾼의 거센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여권 정치인이 직접 나서는 일까지 벌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김씨를 향해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직격한 것이다. 그러자 김씨의 소속사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는 다음날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와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라며 “결코 정치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반대로 보수 진영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가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도 있다. 지난 12일 이승만기념관 건립에 5000만원을 기부한 배우 이영애씨는 기부와 함께 보낸 편지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께서는 과(過)도 있지만 그래도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이 우뚝 솟아 있게끔 그 초석(礎石)을 단단히 다져놓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마을’ 등에선 이씨에 대해 “역사의식이 없다”, “산소가 아니라 삼중수소 같은 여자” 등의 맹비난이 쏟아졌다.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빈소에 조문을 갔던 가수 노사연씨 자매도 고난을 겪었다. 자매의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야권 지지층에선 노씨 부친의 과거 행적까지 문제삼았다. 이들은 ‘노씨 자매의 부친인 노양환 상사가 한국전쟁 당시 경남 마산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주장을 온라인 상에서 폈다. 일부 세력으로부터 욕설과 협박이 지속되자 노씨 자매는 지난 4일 법무법인 로펌진화를 통해 “부친은 국민보도연맹 사건 당시 방첩대에서 수사관으로 재직했기 때문에 마산학살사건에 투입돼 현장 지휘 등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과거에도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은 정치권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2009년 이른바 ‘광우병 소고기’ 파동 때 “차라리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겠다”고 발언했던 배우 김규리씨는 연예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위기를 겪었다고 호소했다. 대표적인 폴리테이너로 꼽히는 방송인 김미화·김제동씨는 각각 공공기관에서 자리를 맡거나 공공기관에서 고액 강연료를 받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도 “정치인이 앞장서서 연예인의 발언을 과도하게 비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기현 대표 등의 김윤아씨 비판에 대해 “공인은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며 “공인이 아닌 대중 연예인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힌 것을 공인인 정치인이 공격하는 건 선을 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난 14일 “정치 권력을 가진 공인이 세상살이에 말 보태서 상식을 말한 한 연예인을 공격하는 모습이 졸렬하다”(이원욱 의원), “무개념 정치인들 반성하라”(김종민 의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씨처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각자 발언의 자유가 있는데 특정 인물을 좌표를 찍어서 과도하게 공격하는 건 한국 정치권의 관용 수준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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