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꿈꿨지만...요즘 고민 커진 이 회사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9.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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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식구’ 쏘카와 그린카

롯데렌탈이 국내 1위 차량 공유 업체 쏘카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미 2위 차량 공유 업체 그린카의 최대주주인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까지 매입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SK, 쏘카 지분 매각

롯데렌탈, 쏘카 2대 주주 올라서

SK㈜는 최근 쏘카 지분 17.9% 전량을 롯데렌탈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롯데렌탈이 매입하는 주식은 총 587만2450주로 매입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1차 매입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연내 진행되고, 2차는 내년 9월 완료될 예정이다. 총 매입 금액은 2차 매입 시점 지분 가치에 따라 변동된다. 거래 금액은 최소 1321억원에서 최대 1462억원 규모다.

롯데렌탈은 이번 인수로 쏘카 지분이 기존 15%에서 32.9%로 확대돼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앞서 지난 3월 쏘카 지분 11.8%를 취득했고 8월 22일에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계약에 따라 지분 3.2%를 추가로 확보했다.

롯데렌탈은 쏘카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쏘카 회원 1300만명을 장기 렌터카 잠재 고객으로 연결하는 한편, 쏘카가 가진 플랫폼 주차 서비스 ‘모두의주차장’, 마이크로 모빌리티 사업 ‘일레클’ 등 데이터 기반 차량용 부가 서비스를 활용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최진환 롯데렌탈 대표는 “쏘카 지분 매입을 통해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롯데렌탈이 국내 1위 차량 공유 업체 쏘카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재계가 시끌시끌하다. 사진은 쏘카 렌터카 모습. (연합뉴스)
증권가 평가도 나쁘지 않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차량 공유 2위 업체 그린카의 최대주주인 롯데렌탈은 1위 업체 쏘카 지분 매입을 통해 국내 차량 공유 사업 지배력을 크게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지분 인수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롯데렌탈이 시가보다 3배가량 비싼 가격에 쏘카 지분을 떠안기 때문이다. 지난해 쏘카 상장 전 지분 투자 당시 최대주주와 맺었던 풋옵션 계약 탓이다. 풋옵션은 주식을 미리 정해둔 가격으로 특정 시기에 팔 수 있는 권리다.

쏘카 최대주주는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지분 83.33%를 보유한 유한책임회사 에스오큐알아이로 지분이 39.51%에 달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쏘카 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가 최근 지분 3.18%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롯데렌탈은 해당 지분을 한 달 내 매입하기로 했다. 풋옵션 행사 가격은 주당 4만5172원이다. 행사 시점의 쏘카 주가(8월 22일 종가 1만2820원)보다 무려 2.5배 높은 가격이다. 쏘카 대주주는 높은 가격에 지분 1.5%(58만7413주)를 추가로 롯데렌탈에 팔 권리가 남아 있었다.

롯데렌탈은 이처럼 손해를 봐야 하는 풋옵션을 지난해 3월 맺었다. 쏘카에 1800억원을 투자할 당시 쏘카 대주주는 전체 주식 발행 물량의 최대 5%를 롯데렌탈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얻어냈다. 보통 신규 투자자가 대주주 측에 풋옵션을 보장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롯데렌탈은 대주주 측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이를 사들일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받는 조건으로 대주주에 풋옵션을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시각은 다르다. 지난해 투자 당시 향후 경영권 인수까지 고려하던 롯데렌탈이 우선매수권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불리한 풋옵션 조건을 받아들였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반대로 사모펀드 IMM PE는 최근 쏘카 보유 지분 7.39% 중 3.7%를 쏘카 대주주에 넘기기로 했다. IMM PE는 쏘카 상장 직전인 지난해 6월 주당 4만5172원에 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아 이번에 행사했다. 결국 쏘카 대주주는 IMM PE 풋옵션 비용을 롯데렌탈에서 마련했다는 의미다.

쏘카는 지난해 8월 22일 유가증권 시장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 위로 올라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올 7월 26일 주가는 상장 후 최저가인 1만2220원까지 떨어졌다. 9월 들어서도 1만3000원대에서 횡보하는 중이다. 쏘카는 차량 공유 스타트업 성공 모델로 기대를 모았지만 막상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굴욕을 겪었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경쟁률이 저조했던 영향으로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범위(3만4000~4만5000원)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결정됐다.

이 때문에 쏘카 지분 인수를 둘러싸고 롯데렌탈 주주들 불만도 커지는 중이다.

롯데렌탈은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8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다. 매출도 같은 기간 1% 증가한 688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2%를 넘어서는 등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롯데렌탈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9월 19일 장중 3만6650원을 기록해 고점을 찍은 후 1년여간 약세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올 9월 들어서도 2만원대 후반에서 횡보하는 모습이다. 정작 롯데렌탈 주가도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쏘카 지분을 비싸게 매입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그린카 실적 부진

독과점 논란에 공정위 승인 미지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쏘카의 경쟁사면서 기존 롯데렌탈 자회사인 그린카 실적도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한때 월평균 30만명이 이용하던 그린카는 올 들어 고객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1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6월 MAU는 21만7898명으로 32% 줄었다.

그린카 이용률이 줄어든 것은 잇따른 서비스 장애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차량 문이 열리지 않거나 환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그린카 고객의 신고 사례가 쏟아지는 모습이다.

그린카는 지난해 매출 755억원, 영업손실 4억원을 기록해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뚜렷한 반전의 계기가 없다면 올해도 적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량 공유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서비스 장애가 빈번해지면서 고객 신뢰가 떨어져 이용률이 감소하는 양상이다. 상대적으로 쏘카 대비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올해도 그린카가 실적 부진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한편에서는 롯데렌탈의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효과·Cannibali zation)’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회사 쏘카, 그린카의 차량 공유 사업이 커지면 정작 비슷한 사업 분야인 롯데렌탈의 렌터카 사업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물론 쏘카 측은 롯데렌탈 같은 렌터카 업체와 카셰어링 사업은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렌터카 비즈니스는 운영이 아닌 중고차 매각을 통해 이익을 확보한다. 반면 쏘카는 차량 운영을 통해 이익을 내는 만큼 비교기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대체로 렌터카와 차량 공유 사업을 비슷한 모델로 인식한다는 점이 변수다.

차량 공유 사업 독과점 논란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롯데렌탈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쏘카 기업결합 승인이 나오면 올해 1차 지분 매입을 하고, 나머지는 내년 9월 사들일 계획이다. 하지만 롯데렌탈 자회사인 그린카와 쏘카를 합하면 국내 차량 공유 시장점유율이 80%를 넘어서는 만큼 공정위가 지분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래저래 롯데렌탈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6호 (2023.09.13~2023.09.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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