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머물라' 당국 지시…'리비아 대홍수 참사' 책임론 확산

한지혜 2023. 9. 1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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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대홍수 참사 당시 '집에 머물라'는 당국의 지시로 인해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주장이 퍼지며 현지에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동부와 서부를 각각 장악한 리비아의 두 정부가 지난 10일 대홍수 참사 당시 대피 명령과 관련해 엇갈린 지시를 내리며 혼란을 부추겼다고 증언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민주화 바람을 몰고 온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가 대립하는 상황이다.

이 두 정부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홍수 피해를 입기 전 리비아 동부 해안도시 데르나시의 모습. AP=연합뉴스
홍수로 폐허가 된 리비아 동부 해안도시 데르나시의 모습. AP=연합뉴스


대피 명령과 관련해 리비아 태그히어당 대표 구마 엘-가마티는 홍수 피해 지역의 주민들이 "'가만히 집 안에 있어라,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14일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LNA 측 대변인 오스만 압둘 잘릴은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으며 집에 있으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주민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면서 대피가 늦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LNA 측 대변인 잘릴은 주민들이 위협이 과장됐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혼란을 겪는 사이 댐 붕괴 후 쏟아져 나온 물살이 90여분 만에 도시를 휩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댐 두 개가 붕괴한 지 90여분 만에 거센 물살이 도시 전체를 휩쓸었고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국가 단위의 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기상 당국이 제 기능을 했다면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 대부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리비아 적신월사에 따르면 14일 기준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만1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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