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는 국제범죄" 野 국제 여론전…美 지역의원은 기념사진 사양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국제 여론전에 뛰어든 야당 의원들이 15일(현지시간) 미 연방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방 상원의원이 아닌 뉴저지주(州) 지역정치인을 만나 이재명 대표의 단식 상황 등을 전하며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은 이날 뉴저지주 잉글우드에서 고든 존슨 주상원의원을 만나 "이재명 대표가 단식 16일째로 건강이 매우 악화한 상황"이라며 "단식의 가장 큰 이유는 원전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이 미미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전 세계인의 건강과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국제범죄"라며 "미국도 연방 정부 차원에서 분명하게 입장을 나타내야 대한민국 국민이 안심할 것 같다"고 요청했다.
이에 존슨 의원은 "나는 뉴저지 지역 정치인일 뿐"이라며 "뉴저지가 지역구인 연방 상원의원에게 그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뉴저지주 상원은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 상원과 관련이 없는 지방의회다.
40분 이상 진행된 이날 면담에서 존슨 의원은 이 의원 일행의 발언을 경청했지만, 의견을 중앙 정치인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의견을 밝히진 않았다.
존슨 의원은 면담이 끝난 뒤 이 의원 일행이 생선 뼈와 핵폐기물이 그려진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포스터를 들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존슨 의원은 그래픽 없이 '태평양을 보호하자'는 문구만 들어간 팻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군 출신인 존슨 의원은 한인 유권자가 많은 지역구의 특성상 한복의 날 등 한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했지만, 원전 등 에너지 분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과 별도로 민주당 이용선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은 뉴저지 남부 윌링보로에서 연방 하원의원인 앤디 김 의원을 면담했다. 한국계인 김 의원은 "제 입장에서 향후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원회'는 이번 미국 방문 성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용선·강은미 의원은 앤디 김 의원과의 면담에서 해양 투기의 근거가 된 IAEA(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가 태평양 인근 국가의 이익은 고려 없이 일본의 이익만 평가해 기본 원칙조차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며 "미국 정치권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연대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앤디 김 의원은 원전 오염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찾아준 것에 감사를 표하며 '내용과 상황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또 "이수진 의원은 존슨 의원을 만나 허드슨강에 원전 폐수 방류를 금지한 뉴욕주의 사례를 언급하며 뉴저지 주지사와 연방의회, 미 연방정부 등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존슨 의원은 "그 제안에 더해 뉴욕주, 매사추세츠주의 사례 등도 참조해 뉴저지 내 2곳의 원전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원전 오염수 문제 대응에 지역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규탄 대회 등 국내 여론전에 집중하던 야당은 본격적으로 국제 여론전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미국 방문을 위해 출국한 야당 의원들 외에도 총괄대책위 상임위원장인 우원식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은 15일 영국 런던과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들은 오는 20일까지 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 본부와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를 찾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다. 일정 수행 중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조사보고관,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을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날 미국에서 이 대표의 단식 등을 거론하며 오염수 방류 반대 연대를 호소한 야당에 "국제적 망신러"라고 맹비난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정기국회를 뒤로 하고 비행기를 타고 미국까지 가서 고작 한다는 여론전이 이것인가. 대한민국을 위한 여론전이 아니라 그저 공천받기 위한 충성 경쟁일 뿐이고, 국제적 망신러를 자처했다"고 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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