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만 옭아맨 사슬 풀어달라… 택시회사 대표, 경영난에 극단적 선택
아무때나 아무나, 골든타임 ‘싹쓸이’
회사택시는 ‘주휴’규정·근무의무 족쇄
이대로 가면 회사에서 운영하는 택시산업은 붕괴될 수밖에 없다.
법은 임금을 강제하다 못해 고령의 근로자가 건강 때문에 조금만 일하고 싶어도 안된다고 못 박았다. 사업주는 사납금을 못맞춘 기사에게도 무조건 주 40시간 이상에 해당하는 급여와 퇴직금을 줘야 한다. 기사도 사업주도 일할 맛이 안난다.
이런 때 ‘부제 해제’라는 혜택을 받은 개인택시들은 재미가 쏠쏠한 골든타임에 집중적으로 거리로 나가 손님을 싹쓸이한다. ‘장롱’에 놔뒀던 운전면허도 5년만 지나면 ‘위력’이 생기니 개인택시 프리미엄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연이은 폐업과 줄도산 위기에 직면한 법인택시 업계가 최근 한 회사 대표의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이어져 택시 업계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 짙어지고 있다.
법인택시업계에 따르면 면허대수가 83대인 서울의 한 법인택시회사 대표가 경영난을 호소해오다 지난 13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제도나 정책으로는 법인택시 경영난을 극복할 방도가 아예 없어 더 비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부산법인택시의 경우 90여개 회사가 있지만 1개 법인은 이미 폐업했고 3곳 정도는 이름만 남아있고 거의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다. 택시기사는 없고 노동조합장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중 6개 업체가 폐업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부산의 2개 업체는 기사들이 한 대씩 일부 계약금을 내고 택시면허를 사들여 택시협동조합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느 업체는 면허대수가 190여개지만 장기간 보유에 따른 감가상각을 우려해 차량을 하나씩 처분하면서 실제 종사하고 있는 기사 수는 1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업체마다 50%가량 가동하던 택시 운영이 최근에는 40%까지 가동률이 떨어졌다고 한 법인택시 관계자가 설명했다. 업체마다 면허수만 보유하고 있고 택시 차량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나마 지자체로부터 감차해서 받는 보상비로 회사 운영자금을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이 법인택시를 서서히 말라가게 하고 있는 ‘주범’을 오히려 현행법과 정책으로 꼽는 견해가 법인택시업계에 지배적이다.
한 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현행법대로 하면 하루 5만원 회사에 벌어주는 기사에게 180만원 넘는 월급을 줘야 하고 퇴직금도 준비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액관리제와 월급제 실시 이후 오히려 택시기사는 줄어들고 있어 이런 제도로는 택시운수 근로자를 유입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령의 택시기사가 적당히 적은 시간을 일하고 돈을 버는 것도 법이 막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노사가 합의한 근로자의 시간 선택을 강제하고 있다. 2~3시간 일하고 싶은 사람도 6시간 40분 동안 일해야 하는 것으로 최소 근로시간을 정해버린 탓이다.
5년짜리 ‘장롱면허’에 개인택시 자격을 준 것도 큰 패착이라고 법인택시업계는 꼬집었다. 운수 노동의 안전을 위해 법인택시 경력 3년 뒤 개인택시 면허를 갖도록 자격을 주는 원래의 제도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부산법인택시조합 관계자는 “교통안전망을 위해서라도 법인택시 가동률을 높이도록 개인택시 면허 제도를 바꿔야만 한다”고 힘줬다.
또 개인택시의 부제해제가 법인택시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택시가 아무런 요일 제한 없이 영업할 수 있게 되자 법인택시 종사자의 수입이 상대적으로 줄어 이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법인택시 기사는 “부제를 해제한 뒤 개인택시 기사들이 수요가 많은 요일과 시간대를 골라 승객을 싹쓸이하고 있지만 우린 주휴일 규정에 따라야 해 차별받는 셈”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법인택시와 택시노조는 최근 잇달아 긴급호소문과 성명서를 내고 있다.
서울 254개 법인택시 사업자가 참여하는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최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법인택시업계의 붕괴위기에 대한 회생 대책을 요구했다.
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택시업계, 방관만 하는 국토교통부와 지자체는 각성하라’는 성명을 냈다.
장성호 부산법인택시조합 이사장은 “사업자는 경영난에 빠뜨리게 하고 택시기사는 돌아오지 않게 만드는 제도를 법과 정책만이 강요하는 사이, 승객의 안전은 ‘장롱면허’에 갇혀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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