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人사이드]20년만에 임명된 여성 외무상에 주목하는 이유
70세 나이에 스쿼트·걷기 즐겨 더욱 화제
이번 주 일본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개각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주요 당직자 인선부터 장관 교체, 유임 등을 결정해야 하는 일이었는데요. 특히 등장부터 화제를 모은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이끈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 오부치 유코에게 주목했습니다만, 사실 일본에서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인물은 따로 있었는데요.
바로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과 같은 격인 신임 외무상에 등용된 가미카와 요코였습니다. 일본에서 21년 만에 등장한 여성 외무상이라는 타이틀도 있지만, 사실 옴진리교 교주의 사형 집행 결정을 내린 인물이라 그의 과거 이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 포털사이트에서는 가미카와 요코를 검색하면 뒤에 멋있다는 뜻이 붙어 연관검색어로 '가미카와 요코 스고이(すごい)'가 따라 나오는데요. 오늘은 가미카와 요코 신임 외무상을 소개합니다.
가미카와 신임 외무상은 1953년 시즈오카시 출생으로, 올해 70세입니다. 도쿄대학을 나와 미쓰비시 종합연구소에 취업했는데요, 당시에는 성평등이라는 개념이 희박해 여자가 연구원을 하기 어려워 사무직으로 입사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일본에서 1985년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제정돼 회사 제도가 바뀌었고, 이후 시험을 보고 연구직으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후 1986년부터 1988년까지 행정학을 배우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유학합니다. "미국을 공부하고 일본의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뜻이 있었다고 하네요. 이후 미국 상원의원 정책 입안 지원 스태프로도 일하고, 미국 선거운동에도 참여해보면서 일본 정계에 입문하겠다는 뜻을 갖게 됩니다.
1996년 첫 중의원 선거에서는 득표수 5위로 고배를 마셨는데요. 이후 자민당에 입당해 정계 입문을 시작합니다. 탈당과 복당이라는 시기도 거쳤다가, 3선으로 중진 반열에 오르고 2007년 내각부 특명 담당상으로 입각합니다.
이후에는 법무부 장관 격인 법무상을 세 차례나 도맡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했는데, 이는 그의 행정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는 "나도 두 아이의 어머니로 일하고 있는데, 사실 많은 사람의 힘을 빌려 아이들을 키운 거나 마찬가지"라며 "복 받은 상황의 사람만 이런 것을 누리는 게 아니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사회로 만들겠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그가 세간에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사건이 있습니다. 2018년 7월 법무상 재임 중,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를 주도했던 옴 진리교 관계자에게 사형 집행 결정을 내린 것인데요. 이 때문에 사법 분야에서는 강경파로 분류됩니다. 사건은 1995년에 발생했었고, 이후 교주인 아사하라 쇼코부터 고위 관계자들이 사형 선고를 받아 복역 중이었습니다. 가미카와 신임 외무상은 교주를 포함, 1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에 일본도 찬반으로 여론이 갈리기도 했고, 논란도 따라붙어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그가 회견에서 "옴 진리교의 테러는 과거에 유례가 없는 지극히 흉악하고 중대한 사건"이라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공포에 빠뜨렸고 사회를 뒤흔들었다. 피해자나 가족이 받은 고통과 슬픔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장면이 생중계됐었죠.
지금도 옴 진리교 숭배자들에게 협박당하고 있어, 경호원 4명과 함께 항상 동행하고 있습니다. 고(故)아베 신조 전 총리보다 경호원 수가 많은 인물이라는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그의 좌우명은 '불역유행(不易流行)'인데요. 바꿀 것에 대해서는 바꿀 용기를, 바꾸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는 확신 속에서 바꾸지 않겠다는 신념을 뜻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70세의 나이에도 불구 체력 관리를 위해 매일 스쿼트를 100회 넘게 하고, 장거리도 걸어 다니는 습관에 더 주목받았죠.
일단 가미카와 신임 외무상은 한일관계에도 관심이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01년과 2007년 의원 단체 한일의원연맹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2007년 시즈오카시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400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해서는 "(한일 간) 대화를 계속해 나갈 수 있다면 과거의 잘못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카리스마 외무상'으로 알려진 가미카와 요코. 앞으로 그가 어떻게 외교를 주도해나갈지 일본 안팎으로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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