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건강]독성 세척제, 근로자 건강 위협…"특수검진으로 예방하세요"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 등 유해인자 노출 위험이 높은 근로자들은 정기적으로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미지제공=GC녹십자의료재단]

16일 GC녹십자의료재단에 따르면 최근 세척 공정을 보유한 사업장에서 유해 물질로 인한 급성중독 사고가 발생하며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급성중독을 일으키는 공업용 세척제는 전자부품 제조 과정에서 제품에 묻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화학약품으로, 산업현장에서 주로 사용된다.

공업용 세척제에 노출될 경우 피부 건조, 충혈, 홍반, 수포형성 등 피부 발진과 같은 증상과 중추신경계 억제로 무의식이나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간 수치 상승으로 황달이나 간비대는 물론이고, 심한 경우에는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 이에 정부가 세척제로 사용하던 디클로로메탄과 염화메틸렌, 메틸클로라이드 등에 대해 2020년부터 사용을 규제하자 일부 사업장에서는 해당 물질을 비밀리에 사용하거나 대체물질로 독성이 더 강한 트리클로로메탄(클로로포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2~3월에는 경남지역에서 트리클로로메탄 노출로 인한 집단 독성중독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했고, 올해 3월에도 경기지역 전자부품 제조업체에서 근로자 7명이 독성간염 급성중독으로 치료받았다. 이에 정부는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근로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도록 규정했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국소배기 장치 등 안전보건조치 없이 트리클로로메탄을 함유한 세척제를 사용한 작업은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만 사업장 관리자와 유해인자 노출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게 재단의 설명이다. 일례로 전국에서 사업체와 노동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수검자는 전체의 8% 수준에 불과하다.

특수건강진단은 산업안전보건법 제130조에 규정된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건강검진으로, 사업주가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근로자 부담은 없다. 검진을 통해 근로자의 직업성 질환을 조기에 찾아내 적절한 사후관리 또는 치료를 신속히 받도록 함으로써 근로자의 건강을 유지 및 보호할 수 있다. 특히, 독성간염은 대부분의 경우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으로, 간 기능 검사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해 세척제 취급공정 근로자에게 특수건강진단은 필수적이라는 게 재단의 조언이다.

최정애 GC녹십자의료재단 직업환경의학센터 센터장은 "유해인자 접촉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은 근로자들의 건강 유지를 위해 반드시 화학물질의 상세 정보를 파악해 근로자들에게 유해성에 대한 충분한 안내와 적절한 보호구 착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정기적으로 특수건강진단을 진행해야 한다"며 "많은 근로자들이 특수건강진단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인 검진을 통해 직업성 질환을 선제적으로 발견하여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GC녹십자의료재단은 다양한 직업성 유해인자 노출 업종 근로자들이 정확한 특수건강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지난해 특수건강진단센터를 개소하고 생물학적 노출지표검사 업무를 하고 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