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캐릭터에 깔끔한 디자인…학생증의 무한 변신

80년대 학번 대학 교직원 A씨는 “손바닥보다 작은 학생증을 보면서 강산이 4번이나 바뀌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 수첩 형태의 학생증을 아직 가지고 있었다.
수첩 앞에는 대학마크가 있었고, 표지를 넘기면 젊은 시절의 A씨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과 이름, 학번, 주민등록번호까지 기재되어 있었다. A씨는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학생운동이 활발하다 보니, 교문 앞 검문·검색이 잦아 학생증 휴대는 필수였다”며 “몇몇 친구들은 학생증을 식당에 맡기고 외상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신분 확인용으로 사용됐던 학생증의 크기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하지만, 형태와 기능은 크게 달라졌다. A씨는 “1990년대 학생증이 중반 플라스틱 재질로 바뀔 때만 해도 학생증의 무한 변신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학생증에 교통‧체크카드 기능이 도입됐을 때 이제 더 이상의 진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모바일 학생증이 일반화되고 있고 카드형 학생증엔 상징 캐릭터 등 대학의 정체성이 담기고 있다.
2020년대 대학 학생증, 학교 상징물 캐릭터화

학생증에 새겨진 푸앙은 지구본을 양손에 들고 두 발로 서있다. 18학번 박모(24)씨는 “귀여운 외모에 지구본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앙증맞다”는 이유로 동양화에 나올법한 청룡이 담긴 학생증을 버리고, 푸앙 학생증으로 재발급했다.

경희대도 학교 상징인 웃는 사자와 목련을 캐릭터화한 학생증을 올해부터 발급했다. 경희대 약자인 쿠(KHU)에 스페인어로 사자를 뜻하는 레온을 합친 ‘쿠옹’과 미래를 활짝 피우다는 의미의 블루밍(Blooming)을 합친 ‘쿠밍’이다. 부산대, 경북대도 각각 독수리(산지니)와 칡소(호반우)를 학생증에 활용하며 학생들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심플한 배경에 대학 상징을 넣어 대학의 특성을 부각하기도 한다. 올해부터 바뀐 연세대 학생증은 푸른색 배경과 상징인 독수리가 조화를 이뤄 연세대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연세대 새내기 장모(20)씨는 “과거 학생 얼굴과 개인정보 중심이었던 학생증보다, 현재 학생증이 대학에 대한 소속감을 더욱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성균관을, 건국대는 상허기념박물관을 담는 등 학생증에 상징적인 건물을 새겼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이모(22)씨는 “짙은 초록색 배경에 별이 쏟아지는 학생증 디자인이 감성적이다”고 밝혔다.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는 각각 상징색인 초록색과 파란색 배경에 각 학교의 마크가 하단에 배치해, 세련되면서도 학교의 아이덴티티를 부각한다.
대학 학생증 디자인 투표, 여느 선거 못지않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는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건 기호 1번과 3번이었다. “상징색을 바탕으로 한 깔끔한 디자인이 좋았다”(20학번 김모씨)는 1번 대세론과 “알로스가 귀여워서 마음에 든다”(21학번 박모씨)는 3번 추격세가 맞붙었다. 중간결산을 한 지난 7일 오전 10시 20분 기준(응답자 1892명), 기호 1번이 38.3%의 득표율로 선두를 달렸고 기호 3번은 22.4%의 득표율로 기록했다. 투표는 종료됐지만, 은행과의 최종 협의 단계가 남아있어 최종 결과 발표는 아직이다.

충북대는 다음달, 홍익대는 11월까지 학생 투표 등을 거쳐 신규 학생증 디자인을 선정할 계획이다. 성신여대는 KB국민은행과 손잡고 메타버스 기반의 학생증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증의 상당 기능이 모바일로 대체되다 보니 신분 확인의 역할보다 상징성을 우선시하는 것 같다”며 “2030년대 학생증은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또다른 대학 교직원은 “나중엔 학생 가까이 가면 스크린처럼 자동으로 신분이 확인되는 생체 인식 학생증 시대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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