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유튜버가 번 수백억, 다 부모가 챙긴다…오죽하면 이법까지 [세계 한 잔]

서유진 2023. 9.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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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활성 이용자가 20억명이 넘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이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트는 무엇일까. 시청 상위 10위 중 56%(2021년 기준)는 바로 키즈 콘텐트였다. 키즈 콘텐트는 예컨대 자녀가 장난감을 써보고 이를 품평(리뷰)하면 부모가 이를 촬영·편집해 올리는 동영상 등이다.

특히 유튜버 시청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아동·청소년의 동영상 의존이 늘면서 키즈 유튜버가 참여한 콘텐트는 '돈 되는' 콘텐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키즈 유튜버가 막대한 수익을 올려도 정작 이들의 수익을 보호할 장치는 딱히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달 미국에서 최초로 키즈 유튜버 수익보호법을 통과시킨 주(州)가 나왔다. 사진은 '구독, 팔로우, 좋아요' 버튼을 눌러달라고 부탁하는 키즈 유튜버. 사진 인터내셔널 바 어소시에이션 캡처

미디어 플랫폼에서 연령 제한을 두는 바람에 부모나 보호자 명의로 채널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부모가 자녀에게 수익을 분배할 법적 의무는 없어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미국에서 최초로 키즈 유튜버 수익보호법을 통과시킨 주(州)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 일리노이 "자녀 출연으로 번 돈, 자녀 줘야"

워싱턴포스트(WP)와 CNN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아동이 SNS를 통해 거둔 수입을 부모·보호자로부터 보호하는 법이 통과돼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에 따라 부모·보호자는 16세 미만 아동을 유튜브·틱톡 등 SNS에 등장시켜 얻은 수입 중 일정 비율의 돈을 신탁·예치해야 한다. 조회수 1건당 10센트(약 120원) 이상 수익이 나고 아동 출연 분량이 30% 이상인 콘텐트가 대상이다.

아동이 18세가 되면 이 돈을 쓸 수 있고, 만일 제대로 보상을 못 받으면 법적 조처를 할 수 있다.

일리노이주 당국은 보호자에게 아동이 수익 창출 수단으로 착취·학대당하는 것을 막고자 입법했다고 설명했다. WP에 따르면 수년 전 올라온 한 유튜브 영상을 본 소녀가 이 법의 초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문제의 영상에는 부모가 "너 강아지가 병에 걸려서 슬프지. 우는 표정 지어봐"라고 재촉하자, 소년이 "나 정말 울고 있어요"라고 흐느끼는 장면이 담겼다.

이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15세 소녀가 온라인 영상 속 아동을 보호하는 법안 초안을 작성해 주의회에 보냈고, 데이브 코흘러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 여기 화답해 발의됐다. WP에 따르면 현재 미국 워싱턴주와 메릴랜드 주가 비슷한 입법을 추진 중이고, 플로리다주·텍사스주 등도 법적 검토를 시작했다.


찰리채플린 영화 아역 '재키 쿠건법' 모델


찰리 채플린(왼쪽) 영화에 아역으로 출연한 재키 쿠건(오른쪽).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미국에서 아동 수익 보호법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리노이 당국은 1930년대 캘리포니아주에서 도입됐던 '재키 쿠건법'을 모델로 삼았다. 재키 쿠건은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에 출연해 할리우드 최초의 아역 스타로 성공했지만, 부모가 아들의 수익을 가로채 탕진했다. 이를 계기로 캘리포니아주는 부모가 자녀가 버는 수익의 15%를 신탁 계좌에 적립하도록 하고 자녀가 18세 이상이 되면 가질 수 있게 조치했다.

2021년 수입 상위 10명 중 두 명이 키즈

키즈 유튜버 수익을 보호하려는 법적 장치가 마련된 건 그만큼 이들이 거두는 수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키즈 유튜버 아나스타샤 라진스카야. 사진 유튜브 캡처

2021년 기준 유튜버 수익 상위 10위에서 2명은 키즈 유튜버였다. 아버지와의 개그 등을 올리는 러시아 소녀 아나스타샤 라진스카야(9)는 2021년 유튜브 수익 2800만 달러(약 334억원)를 거뒀다. 2016년 개설한 '라이크 나스탸' 채널은 현재 구독자가 1억명 이상이다. 라진스카야는 2020년 루비 버튼(구독자 5000만명)을, 지난해에는 레드 다이아몬드(구독자 1억명) 버튼을 각각 받았다.

미국 소년 라이언 카지(11)는 같은 해 2700만 달러(약 322억원)의 수익으로 7위였다. 그는 만 3살 때인 2015년부터 유튜브 채널 '라이언 월드'를 시작했다. 현재 구독자 3550만명인 그는 장난감 브랜드 사업으로도 별도로 수억 달러를 벌고 있다.

라이언 카지가 만 3세일 때 유튜브에 등장한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아동 학대 못 다뤄…"첫 생리 등 과도한 정보공개 피해야"

WP는 일리노이주의 법이 수익 문제는 다뤘지만, 아동 학대 문제 등 본질적 문제까지는 건드리지 못해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에선 구독자가 250만명인 육아 유튜버가 사실은 자녀들을 때리고 굶기면서도 영상을 만들었다는 전력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타인이 온라인에 올린 영상·사진을 삭제할 권리, 즉 '잊힐 권리'를 명시하려던 조항도 일리노이주 법안 심사 과정에서 빠졌다. 예컨대 콘텐트에서 자녀의 첫 생리, 건강 문제 등 지나치게 정보를 노출해, 자녀가 정신적 피해를 입더라도 해당 영상의 삭제를 강제할 순 없다. 이에 대해 코흘러 의원은 WP에 "기술적으로 복잡한 문제"였다면서 추가로 법이 개정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프랑스 "자녀 돈 맘대로 인출 안 돼", 韓 2년이상 법 계류

세계 각국은 키즈 유튜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왔다. 2020년 프랑스에서는 16세 미만의 키즈 유튜버가 거둔 수입을 부모가 맘대로 인출할 수 없도록 하는 키즈 유튜버 보호법이 통과됐다. 16세 미만이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 부모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일 승인 없이 운영하다 적발되면 최대 5년 이하 징역 혹은 최대 7만5000유로(약 1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국에선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021년 키즈 유튜버를 포함한 아동 대중문화예술인의 수익을 일정 연령이 되기 전까지 인출할 수 없도록 하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도 아동 대중문화예술인의 수익 일부를 신탁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두 법안 모두 2년이 지난 현재 계류 중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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