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MOON’을 열어라

송태화 2023. 9. 1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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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뒷면 개척 나선 21세기 우주전쟁
남극에 물이 있다?… “먼저 자리 잡은 사람이 먼저 富 차지”
게티이미지뱅크


우주산업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최근 들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우주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물론 인도와 일본까지 우주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선정하며 전통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아성에 도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가 차원으로 이뤄졌던 우주탐사 시도는 민간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지구 차원의 지정학적 긴장이 우주탐사를 둘러싸고도 그대로 이어져 과거 냉전시대와 같은 분열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달 남극 노리는 세계 각국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랴얀 3호는 지난달 23일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했다. 찬드랴얀 3호는 열흘간 달 표면 온도를 측정하며 탐사활동을 벌였다. 아직 얼음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티타늄, 망간 등 유용한 원소들을 검출했다. 일본도 지난 7일 발사한 무인 착륙선 ‘슬림(SLIM)’을 통해 달 탐사에 도전한다.

달 남극이 각국 우주탐사의 타깃이 된 것은 물과 얼음층, 희토류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물 등이 발견된다면 달 남극은 더 먼 태양계 행성을 탐사하기 위한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달 남극에 도달해 천연자원을 활용할 경우 인류의 우주 진출 거리는 훨씬 더 멀어지고, 그 시기도 크게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블레딘 보웬 영국 레스터대 교수는 “‘달 거버넌스(통치·관리 체계)’는 향후 100년 동안 이어질 다른 모든 우주탐사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정치권력 구도를 가정한 ‘지리학의 미래’ 저자 팀 마셜은 “달에 가장 먼저 자리를 잡는 이가 달과 우주의 잠재적 부를 가장 먼저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발 물러선 나사, 민간기업 지원
게티이미지뱅크

최강의 우주 선진국인 미국은 현재 인도나 중국에 밀리는 양상이다. 이유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주개발 정책 방향도 함께 큰 변화를 겪어서다. 국가적 차원의 우주탐사 정책은 초정권적·초정파적으로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했지만 미국은 오락가락했던 셈이다.

뉴욕타임스(NYT) 과학전문기자 케네스 창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시작한 달 탐사 프로그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대가 되면 취소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르테미스라는 별개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해 조 바이든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국가 대신 민간의 우주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 항국우주국(NASA·나사)이 사업을 기획하면 민간기업이 개발·발사·착륙·운영을 전담하는 방식이다. 창 기자는 “나사가 1960년대처럼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달 착륙에 성공할 수 있다”면서도 “신생 기업과 신흥 국가들은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똑같은 시도를 한다. 나사로서도 일종의 타협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주탐사가 국가적 차원을 넘어서 미국 스페이스X와 버진갤럭틱, 중국 아스트로랩, 일본 아이스페이스 등 민간 주도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중 패권경쟁, 우주까지 확장

잠잠한 듯 보이는 미국 정부도 손을 놓고만 있는 건 아니다. 나사는 국제 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통해 영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2021년 6월 이 프로젝트에 10번째로 가입했다. 올해 나사 예산 260억 달러 중 약 30%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나사는 지난해 11월 달 탐사선 오리온을 아르테미스 1호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내년과 내후년 2호, 3호 로켓을 차례로 발사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1일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을 완공한 뒤 우주 진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톈궁은 중국의 향후 달 진출 과정에서 사용될 전진기지로 평가된다. 늦어도 2028년에는 창어 8호를 발사해 2030년까지 달 남극 기지 건설에 돌입할 계획이다. 유엔우주업무사무소(UNOOSA) 홈페이지에 게시된 문서를 보면 중국은 지구를 오가는 교통 시스템과 통신 인프라, 연구시설 등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주 경쟁에서 미국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중국”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아시아태평양우주협력기구(APSCO)를 중심으로 우호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몽골, 이란, 태국, 파키스탄 등이 APSCO 회원이며 베네수엘라도 지난 7월 가입했다.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연대 간 대립이 우주까지 확장하는 양상인 셈이다.

우주 국제규범 절실

우주 정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주공간을 부동산 개념으로 소유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도 거세진다. 행성에서 획득한 자원을 특정 국가가 독점해서 소유할 수 있느냐, 개척에 따른 이익을 인류가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인류의 합의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1967년 미국을 비롯한 100여개국의 합의로 발효된 우주조약은 국가와 조직, 개인의 영유권을 금지하고 있다. 조약은 56년이 지난 지금 많은 허점을 드러낸다. 당시에는 달을 비롯한 소행성에서 채굴한 자원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시나리오를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라이스대의 켈리 와이너스미스 생명과학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보다 우주 국제규범이 절실한 때는 없었다”고 진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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