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홍수에 데르나 인구 6분의 1 사망…"기상경보만 작동했어도"

김희윤 2023. 9. 1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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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1.1만명, 희생자 더 늘어날 듯

열대성 폭풍으로 인한 대홍수로 리비아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의 사망자 수가 1만1000명을 넘어섰다. 실종자가 1만명을 넘어 최종 사망자 수가 최대 2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수인성 질병 등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대홍수가 발생한 가운데 12일(현지시간)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가 침수돼있다. 리비아 동부 지역 정부는 이날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만 사망자가 5천300명 이상 나왔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구호단체 적신월사는 전날까지 데르나에서 1만1300명이 숨지고 추가로 1만100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는 리비아 동부 정부가 이전까지 집계한 사망자 6000명에서 대폭 증가한 수치로 구조·수색과 시신 수습 작업이 진행되면서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데르나의 압둘메남 알가이티 시장은 지난 13일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사망자 수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명이 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데르나의 인구가 12만5000명 안팎이란 점을 고려하면 추정치가 현실화될 경우 주민 6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는 셈이다.

앞서 데르나에서는 지난 10일 열대성 폭풍 다니엘이 동반한 폭우로 하천 상류의 댐 두 개가 잇따라 붕괴하면서 도시의 20% 이상이 물살에 휩쓸렸다. 동부 정부의 보건부 장관은 이번 폭풍으로 바이다, 수사, 움라자즈, 마르지 등 리비아 동부의 다른 지역에서도 170여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댐 2곳이 무너지면서 7m 높이의 물살이 휩쓴 데르나의 피해 지역은 '대재앙'을 겪은 처참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건물이 통째로 쓸려간 곳에는 앙상한 철골만 남아 있고, 일부가 휩쓸린 건물들은 흉물로 남아 있다. 곳곳에서 끝없이 시신이 발견되면서 현지 병원에는 시신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복도와 건물 밖 도로에 주검이 널려 있다. 옷과 신발, 장난감, 가구 등이 어지럽게 흩어진 해변에도 바다에 쓸려갔던 주민들의 시신이 수십 구씩 떠밀려오고 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대충 천으로 덮은 채 방치된 시신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필사적으로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헤매고 있다.

동부 정부는 전날까지 5000구 넘는 시신을 수습해 이 중 3000구 이상을 집단 매장했다고 밝혔으나 더 많은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보건 당국은 "시신이 부패하면서 수인성 질병 창궐 등 2차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가장 큰 피해를 본 리비아 주민 25만명의 긴급 지원을 위해 7140만 달러(약 949억원)를 요청했다고 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OCHA는 이날 긴급호소문을 통해 "리비아에서 이번 홍수의 직접 영향을 받은 주민이 88만4000명에 달하며 앞으로 3개월 동안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데르나에서만 최소 3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유엔은 앞서 홍수 대응을 위해 중앙긴급대응기금(CERF) 1000만 달러(약 132억원) 지출을 승인했다.

리비아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 폭풍우 '다니엘'의 영향으로 대홍수가 발생한 가운데 11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엉망이 된 거리를 걷고 있다. 이번 홍수로 데르나에서만 13일 오전 기준 6천명이 사망했다. 시신이 수십구씩 해안으로 떠밀려 오고 있어 사망자가 1만명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전날 리비아 현지에 6천개의 시신 가방과 의료, 식량 및 기타 물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홍수로 이재민이 된 5000여 가구에 식량 지원을 시작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비상기금 200만 달러(약 26억원)의 현지 집행을 승인했다.

또한, 이집트와 튀니지, 알제리, 요르단, 쿠웨이트, 이탈리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영국, 미국, 스페인, 독일, 루마니아, 핀란드 등 개별 국가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지원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 규모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흡한 기상예보 시스템과 부실한 댐 관리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14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 단위의 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기상 당국이 제 기능을 했다면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 대부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에 기상예보 시스템 개선 작업을 돕기 위해 리비아 당국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다”며 “국가 안보 상황이 불안한 점이 요인”이라고 말했다.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혁명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뒤 동부 리비아국민군(LNA)과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가 대립하는 가운데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무너진 댐 두 곳 역시 건설된 지 50년 이상 됐지만 2002년 이후 유지 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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