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신생팀 돌풍] ③ 세미프로에서 올라온 이정택의 드라마, 어엿한 프로 수비수로 자리잡기까지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는 이는 드물지만 이정택의 이번 시즌은 극적이었다.
이정택은 충북청주가 세미프로인 K3리그에 있을 때부터 뛰던 선수다. 스스로 말하길, 작년까지의 이정택은 K3에 있는 게 당연한 과정을 밟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딱히 주목받은 적 없는" 경력이었다. 제주도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상지대를 졸업할 때까지 프로팀의 러브콜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충북청주가 프로화를 준비하던 시기에는 하필 부상을 당했다. 작년 말, 팀과 함께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다른 K3리그 팀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충북청주가 영입하려 했던 프로 수비수 한 명이 무산되면서, 이정택에게 다시 합류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어쩌면 프로 선수가 된 것 자체도 행운이었다. 팀에 잔류하는 과정이 이러했으니 프로에서 뛸 거라는 기대는 갖기 힘들었다. 동계훈련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후보였던 이정택은 빠르게 주전자리를 차지했다. 27라운드까지 19경기 선발, 5경기 교체 투입을 기록했다. 현재 충북청주 스리백은 프로 경력이 많은 이한샘을 중심으로 세미프로 시절부터 올라온 이정택, 이민형이 호흡을 맞추는 구성이다. 이정택의 빠른 발은 충북청주의 스리백에서 가치가 크다. 커버 범위가 넓고, 역습이 특히 잦은 K리그2 환경에서 상대 공격수를 따라잡아 방해할 수 있다는 건 중요한 능력이다. 빌드업 상황에서 기여할 수 있는 패스 능력도 있다.
어엿한 프로 선수가 된 비결은 뭘까. 스스로 신체능력을 더 단련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했지만, 무엇보다 프로다운 목표의식을 갖게 된 게 주효했다. 프로 경력이 많은 장혁진의 조언(인터뷰 2편 참고)을 받아들여 세미프로 시절의 마음가짐을 버리는 게 시급했다.
"누구나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다. 그 중에서 실수를 적게 하는 선수일수록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할 수 있다. 그게 프로가 되고 자리잡기 위한 마음가짐이었다. 멘탈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고민거리가 있을 때 지나치게 복잡하게 생각하면서 내 머릿속으로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들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문제가 풀린다. 그 이야기대로 하면서 경기력이 나아졌다. 요즘엔 세미프로 선수들도 멘탈리티만 좀 바꾸면 프로에서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로다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충북청주의 개막전 당시 이정택은 주전이 아니었지만, 현재까지 최다 관중인 약 7,000명이 입장했다. 구단에서 감당하기 힘들어했을 정도의 숫자였다. 프로가 됐다는 걸 실감했고, 꼭 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한 차원 높은 상대 공격수들을 막아내는 경험도 이정택에겐 의미가 크다. "K리그에는 김천 같은 팀의 뛰어난 국내 공격수도 있고, 외국인 공격수들의 파괴력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들을 막으면서 내가 기술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발 더 뛰면 결국 우리 팀은 지지 않았다. 내가 부딪쳐서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매 경기 확인하고 결과로 만들어내는 과정 중이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다."
본인의 프로 안착을 넘어 충북청주가 잘나가는 이유는 뭘까. 13경기 무패를 통해 순위는 12위에서 7위로 올랐다. 5위부터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분석과 소통이다. 감독님은 매 경기 준비할 때마다 상대방을 자세하게 분석한 미팅을 해 주시는데 그게 맞아떨어진다. 특히 상대에 맞춘 세트피스가 통한다. 최근 피터가 넣은 세트피스가 있는데 상대 맞춤형이었다. 전술을 짤 때 소통도 하시는 편이다.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어떤 접근법이 좋았냐고 물어봐주시고, 선수들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팀이다. 개별 미팅에서도 선호하는 경기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다."
최윤겸 감독과 베테랑 장혁진은 섣불리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은 최근 상승세에 고무돼 있다. "K리그2 무패 기록을 찾아봤다. 광주가 2019년에 19경기 무패를 했더라. 앞으로 6경기나 남았으니 많긴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그 이상으로도 목표를 잡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에 차 있다. 실점을 적게 유지하면서 공격수 친구들의 득점력도 올라온다. 감독님이 늘 낮은 목표를 이야기하시는 건 도전자다운 자세를 유지하자는 거라 잘 이해하고 있다. 동시에 젊은 선수들은 야망도 갖게 된다."
프로 첫 시즌을 보내는 이정택의 목표는 올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엿한 K리거로서 안착하는 것이다. "프로에 굉장히 어렵게 왔다. 혁진이 형처럼 하고 싶다. 즉 K리그에서 인정받고 오랫동안 선수생활 하는 게 목표다. 청주에서의 삶은 세미프로 시절이나 지금이나 거의 똑같다. 하지만 숙소 바로 앞 카페에서는 가끔 알아보는 팬분이 있다. 그럴 때 티는 안 내지만 속으로 굉장히 기뻐하고 있다."
아마추어 또는 세미프로 팀에서 K리그를 올려다보는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 달라고 부탁하자, 이정택은 장혁진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달라졌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난 K3 시절 스스로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며 살았다. 그런데 '열심'의 기준을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항상 프로 선수에게 기준을 두고 그들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턱대고 운동 시간을 늘리라는 게 아니라, 이제까지 이야기한 것처럼 효율적으로 축구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머리를 써야 하더라."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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