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신생팀 돌풍] ② 장혁진, 이 팀에 가장 필요했던 'K리그2 레전드'

김정용 기자 2023. 9. 15. 18:30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혁진(충북청주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장혁진은 충북청주FC가 프로로 재창단하면서 영입한 선수 중 제일 유명하진 않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에 돌아보니, 이 팀에 가장 필요한 선수는 장혁진이었다. 장혁진은 주로 2부에서 활약한 'K리그2 레전드'다. K리그2 최다 출장(271경기), 최다 도움(48) 기록 보유자로서 승격 경험도 있다.


충북청주의 젊은 선수들은 아마추어 출신인 경우도 있고, 프로에서 도태될 위기에 처한 경우도 있었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선배는 국가대표급이 아니라 K리그2에서 오래 경쟁력을 인정받은 장혁진 같은 선수였다.


대표적인 예를 두 명 들 수 있다. 장혁진의 룸메이트 홍원진은 강원FC에서 3년 동안 B팀 위주로 뛰었고, 1군 데뷔에 실패한 선수다. 올해 신생팀 충북청주에 합류했다. 스스로 프로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심리였다. 장혁진은 그런 홍원진에게 개인 경기분석관 같은 역할을 해 줬다. 동계훈련 당시 휴식시간이 되면, 둘은 훈련영상을 받아다가 컴퓨터에 틀어놓고 함께 봤다. 장혁진은 자신의 영상을 보며 겸사겸사 홍원진에게 피드백을 줬다. 마침 장혁진은 A팀 공격형 미드필더, 홍원진은 B팀 수비형 미드필더라 자체 연습경기마다 직접 부딪치는 위치였다. 장혁진은 홍원진에게 공격성을 자제하고 수비형의 본업에 충실하라는 조언을 해 줬다. 홍원진은 수비수로도 기용되다가 현재 충북청주에 없어서는 안 될 미드필더 자원이 됐다.


"함께 훈련해보니까 원진이는 스피드도 있고 힘도 있어요. 그리고 패스도 곧잘 하고요. 하지만 프로에서 기회는 한 번도 잡지 못했죠. 이런 선수들이 다른 팀에도 많느냐고요? 그렇죠. 재능을 보여줄 기회를 한 번도 잡지 못한 채 프로를 떠나는 경우가 흔하죠. 원진이가 스스로 잘 극복한 거지만, 제가 도움을 준 게 있다면 다행입니다."


두 번째는 이정택이다. 이정택은 이민형과 더불어 지난해 세미프로 시절부터 청주 소속이었던 선수다. 프로팀에 붙어있는 것만 해도 성공으로 치부되던 선수들이 지금은 K리그2 최상급 수비진(13경기 무패 동안 8실점)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이정택은 자주 대화를 나누며 조언을 받는 선배로 장혁진을 꼽았다. 장혁진이 해준 조언은 "너무 잘 하려고 들지 마라"였다. 장점을 보여주겠다는 성급한 마음으로 플레이하지 말고 쉬운 패스에 집중하다보면 프로에 안착할 수 있게 되고, 화려한 건 그 뒤에 천천히 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K리그2 터줏대감다운 조언이었다.


"저도 어렸을 때는 경기장에서 내 장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압박을 느꼈어요. 그럴 때 실수가 나오더라고요. 실수를 줄여야 일단 자주 뛸 수 있고, 패스 10개 중 8개를 안정적으로 하다가 상황이 맞아떨어질 때 2개만 도전적으로 하는 게 나아요. 특히 최윤겸 감독님은 팀 플레이를 중시하시기 때문에 우리 팀 성향에서도 조직적인 플레이가 더 어울리죠. 이런 이야기를 정택이가 잘 받아들여줬어요. 작년 K3에 있었던 선수같지 않잖아요. 아주 잘하고 있죠."


비슷한 조언은 컨디션 차원에서도 적용된다. "컨디션 관리를 잘 하는 건 프로 선수의 역할이지만, 컨디션이 나빠도 경기해야 하는 날이 있잖아요. 그런 날은 더 안전한 플레이를 해야죠. 내가 구멍이 되지 않게. 잘하는 날과 못하는 날의 갭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택이나 원진이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이죠."


장혁진은 K리그2 역대 최고인 누적기록에는 그다지 감흥이 없다고 했다. 특히 300경기를 돌파(프로 통산)한 날은 충북청주 창단 초창기라 구단에서 챙겨줄 정신도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홍원진(왼쪽)과 장혁진(충북청주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장혁진(충북청주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신 한 번 더 K리그2의 정점을 찍고 싶은 게 장혁진의 욕심이다. 장혁진은 안산그리너스 소속이었던 2017년 13도움으로 K리그2 도움왕에 올랐다. 그 다음 두 시즌은 딱 1개 차이로 도움왕을 놓쳤다. 올해 충북청주의 창단멤버로 합류하면서 가진 욕심도 도움왕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 도움 해트트릭 이후 묘하게 수치가 올라가지 않아 현재 4도움에 그쳤다. 올해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더 빛나고 싶다는 생각은 프로 선수로서 늘 품고 있다.


장혁진은 대화 내내 최 감독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다. 강원FC 시절 이후 오랜만에 재회한 최 감독에 대해 "다른 팀 선수들과 경기장에서 잠깐 대화하게 되면 꼭 이런 말이 나옵니다. '감독님 여전히 좋으시지?'라고요"라며 누구나 인정하는 덕장이라고 말했다. 장혁진의 시즌 목표와 쓰는 언어조차 최 감독과 닮아 있다. "플레이오프가 보이는 순위까지 왔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눈앞의 경기만 생각한다"는 말이 특히 그랬다. 스스로 프로 경쟁력을 오래 입증해 온 미드필더면서, 베테랑으로서 초보 선수들에게 프로의 축구를 알려주고, 감독의 시즌 운영도 잘 파악하고 있는 선수. 장혁진은 충북청주 무패행진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인정 받고 있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