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통계조작 몰랐다"지만…김현미법이 김현미 발목 잡았다
‘집값 통계조작 의혹’ 관여 혐의로 감사원이 15일 수사 의뢰를 했다고 밝힌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최소 94회 이상의 통계 조작이 이뤄졌다고 밝혔는데, 이 기간에 김 전 장관의 3년6개월 임기(2017년 6월~2020년 12월)가 겹치기 때문이다.
집값이 최대 50%까지 올랐다는 통계가 빈번하던 2020년 7월, 대정부질문에 나온 김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11% 올랐다”라고 한 발언은 이번 통계 감사를 촉발한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결과 보도자료에도 김 전 장관이 한국부동산원에 1주일마다 공식 발표되는 ‘주간 주택가격 동향조사’의 확정치가 아닌 별도의 ‘주중치’와 ‘속보치’를 사전에 보고하라고 요구한 내용이 담겨있다. 공식 발표 전 통계 관련 자료의 사전 유출은 통계법상 불법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장관은 지난 7월 감사원 조사에서 통계조작 관련 질문을 받자 “이런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도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집값 자료를 사전에 보고받은 점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담당 직원의 집값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김 전 장관 외에도 감사원이 수사 의뢰를 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승호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도 조사 과정에서 “조작은 몰랐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들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특히 김 전 장관의 경우 통계조작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이 집값 변동률을 발표 전 보고받을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그 뒤 국토부 관계자가 한국부동산원에 “변동률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로 수차례 압박을 가한 자료와 진술 등을 다수 확보해서다. 국토부 실무자의 김 전 장관 보고→김 전 장관의 질책→국토부의 부동산원 압박 →집값 변동률 하락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됐다는 것이다.
또한 감사원이 주목하는 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도 청와대와 국토부가 통계와 관련해 부동산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인지했다는 부분이다.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9년 11월 ‘부동산원에 대한 청와대와 국토부의 외압 행사’ 관련 내용에 대한 경찰청 정보보고를 받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이에 대한 진상을 파악해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실에 경고성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국토부 내부보고 자료에는 “공직기강비서관실 진상파악 결과 국토부와 국토교통비서관실이 부동산원에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청와대는 앞으로 부동산원에 직접 연락 자제”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감사원은 이 국토부 내부보고 문건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보고 이후에도 국토부의 통계 압박은 계속 이어졌다. 감사원은 “김 전 장관이 최소 통계조작 의혹을 묵인한 정황”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의원 김현미의 통계법이 장관 김현미의 발목을 잡았다”는 말도 나왔다. 감사원이 김 전 장관에게 적용한 통계법 위반 조항은, 김 전 장관이 10년 전 대표 발의한 법안 속 내용이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MB) 당시 ‘지니계수 통계 외압’ 논란 이후 2013년 7월 “통계청에서 작성한 통계를 공표 전에 누설하거나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통계공표 전 비밀유지’ 항목을 추가한 통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2015년 12월 국회 본회를 통과했다. 여권 관계자는 “통계법 개정안의 대표 발의자가 통계 조작을 ‘몰랐다’고 부인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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