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 마구 올리더니 이제 도와달라고? [정현권의 감성골프]

2023. 9.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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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지역 13개 회원제 골프장 경영자들이 지난달 말 창원 소재 경남연구원에서 모였다.

이날 이들은 골프장 이용료 인하 방안을 논의했다. 급격한 물가 인상에다 해외 골프 투어 러시로 내장객 감소를 우려해 자발적으로 그린피, 카트피, 식음료비 인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 7월 초 제주도 대중형 골프장 관계자 20여명이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골프 내장객이 줄었다며 지방세 감면 혜택을 요구했다. 비싼 그린피에다 폭등한 숙식비로 골퍼들이 제주도를 기피하는 현상이 고조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해외 골프 투어가 활짝 열리면서 국내 골프장들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지역별로 자발적으로 그린피 인하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내장객 감소를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에 지원을 요청한다.

일부 골프장은 빈 시간을 메우면서 목돈을 모으려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사라진 무기명 골프회원권 거래까지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명 회원권을 보유한 사람은 누구나 회원에 준하는 혜택을 받는다.

거래 가격이 일반 회원권보다 훨씬 높아 황제 회원권으로 통한다. 계좌당 20억원까지 나가기도 한다. 2억원 선인 해당 골프장 일반 회원권보다 10배 정도 높은 값이다.

기존 일반 회원들이 무기명 회원권 때문에 부킹이 안 된다며 반발해 골프장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대부분 거둬들여 소각했다. 이랬던 골프장들이 다시 무기명 회원권 카드 발행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골프산업 성장세가 눈에 띄게 꺾였기 때문이다.

경기도 여주의 한 회원제 골프장에는 요즘 단체 손님을 실은 전세버스를 종종 볼 수 있다. 평일 부킹 빈자리를 메우려고 단체로 비회원을 받아들이는 것. 한 회원은 3번 내장한 가운데 두 번이나 비회원을 태운 전세버스를 보았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전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골프장 내장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이에 따라 매출(-5.2%)과 입장 수입(-5.8%), 영업이익(-24.5%), 순이익(-23.9%) 등이 급감했다.

“그린피가 아직도 너무 비싸 같은 돈으로 관광까지 겸하는 해외 골프 투어가 훨씬 낫죠. 특히 동남아는 10월까지 비수기라 국내보다 3분의 1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를 즐겨 일석이조죠.”

지난달 일주일간 태국에 골프투어를 다녀온 지인은 추석과 개천절 연휴에 태국으로 다시 패키지 골프 여행을 떠난다고 알려왔다. 실제로 요즘 인천공항에는 예전처럼 끝없는 골프백 행렬이 이어진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싼 이용료에 불만이 커진 골퍼들이 해외 골프장으로 대거 발길을 돌린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종합여행사 노랑풍선의 올해 상반기 해외 골프 투어 상품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600% 증가했다. 2019년과 비교해도 예약이 35% 정도 늘었다.

교원투어의 여행이지에서도 올해 상반기 해외 골프 패키지 송출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0% 폭증했다. 주로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로 향한다.

모두투어도 8월 해외 골프 패키지 상품 전담팀을 신설해 해외 골프장 실시간 예약 서비스를 내놨다. 참좋은여행은 괌, 사이판, 하와이 등 지역 특급호텔을 포함한 골프 패키지 상품을 운영한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따뜻한 해외에서 골프를 치려는 고객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골프장들은 울상이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소비 지출액은 지난달 1812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6.2% 줄었다.

한국골프학회 조사에 따르면 골퍼 999명 중 663명은 골프장 이용 불만으로 고비용을 꼽았고 이어 ▲예약 어려움(118명) ▲시설 낙후∙불친절(75명) 등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올해 상반기 그린피가 내렸지만 아직도 지역별, 계절별로는 차이가 있다. 골프 부킹 플랫폼 XGOLF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중 그린피는 13만6366원, 주말 그린피는 17만5361원을 기록했다. 2022년 상반기에 비해 주중 6.77%, 주말 3.57% 하락한 수준이다.

주말보다 주중 그린피 하락폭이 컸고 비수기인 1~2월 그린피 하락세가 강하다. 하지만 이도 오래가지 않고 성수기인 5월 주말 그린피는 오히려 올랐다.

5월 주말에는 강원, 충청을 제외하고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그린피가 올랐다. 강원권과 충청권은 상반기 전체 그린피가 전년보다 낮았다. X골프에 따르면 그린피 하락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고 상반기부터 분명하게 드러났다.

한 골프장 경영자는 시간문제지 결국 그린피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즘 유명 골프장 예약도 어렵지 않아요. 마감 임박 티타임을 예약해 실제 골프장의 고지 요금보다 저렴하게 예약합니다.”

골프장들은 성수기에 예약이 몰린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린피 인상을 또 시도할지 모른다. 여름에 찔끔 내리는 시늉을 하다가 그 이상 올려버리는 관행을 거듭하면 결국 내장객 감소라는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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