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에 또 '전광훈 리스크' 덮쳤다…신원식 4년 전 일 뭐길래

전민구, 조수진 2023. 9. 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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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년 7월 1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유튜브 대담에 출연했다. 2015년 합동참모본부 차장(육군 중장)을 끝으로 전역하고 외교안보 전문가로 활동하던 신 후보자는 “문제적 인물, 오늘날 문재인이라는 악마를 탄생시킨 초대 악마인 노무현이라는 자가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

#2. 그해 9월 21일 신 후보자는 전 목사가 주도한 부산 태극기 집회에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는 “문재인 멸망을 기다리고, 문재인의 모가지를 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외쳤다. 이 발언은 전 목사의 예배 유튜브 채널인 ‘너만몰라TV’를 통해 생중계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공식 지명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육사 37기)의 과거 발언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원색적 비난이 담겨있는 만큼 국회 인사청문회 시작 전부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여권에선 “신 후보자의 능력을 봐야 한다”고 반박하면서도 한동안 사그라들었던 ‘전광훈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까 우려하고 있다.

여권이 전 목사 이슈에 예민한 이유는 이미 ‘전광훈 리스크’에 데인 기억이 있어서다.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직후 국민의힘을 흔들었던 김재원 최고위원 설화(舌禍)가 대표적이다. 김 최고위원은 3·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된 지 나흘 만에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의 헌법 수록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미국을 찾아서는 “전광훈 목사가 우파 통일을 했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에 당 지도부는 “(전 목사는) 당과 상관이 없으신 분”이라며 거리를 뒀지만 파장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국민의힘 의원은 “전광훈 트라우마가 있다”고까지 표현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5월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당시 전 목사는 여권의 반응을 의식한 듯 더욱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공천권을 폐지하라”며 국민의힘 지도부에 엄포를 놓던 전 목사는 지난 4월 25일 유튜브에 게시한 영상에서 “오늘 아침 대통령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께서 미국에 가시는데 목사님이 저 민주노총 세력을 막아달라. 목사님 외에는 막을 사람이 없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대구·경북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전 목사가 대통령실까지 언급하며 전선을 확대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이 분열하고 당세가 위축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이른바 ‘태극기 부대’로 불리는 강성 보수층과 연대하는 경우가 잦았다.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대표와 전 목사가 서울 광화문에 함께 집회에 참석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로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이 되자 과거 거리 투쟁의 역사가 외려 여권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특히 총선을 7개월가량 앞두고 신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문제되자 ‘중도 확장’을 목표로 하는 국민의힘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1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적격, 부적격 여부는 청문회를 봐야 되겠지만 신 후보자 같은 경우 수도권 선거에 굉장히 마이너스인 후보자로 보인다”며 “당이 지지층 결집만을 위해 달려가는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신 후보자에 대해 “머리카락 하나로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다. 능력을 봐 달라”는 입장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전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 의원은 당내 최고의 국방 전문가”라며 “과는 과대로, 또 공은 공대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능력대로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활용하는 것이 인사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신 후보자의 국방 분야 전문성과 외교안보 식견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4월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국민의힘 내부분열 사태와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입장 발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신 후보자는 논란에 말을 아끼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신 후보자는 이날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과거 발언을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청문회장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신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채택된 9·19 남북 군사합의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반드시 폐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사안과 관련해) 국방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군에서 여러 가지 보완책을 내놓았으나 보완할 게 있으면 최단 시간 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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