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스러워”…독립운동가 후손, ‘육사 명예졸업증’ 반납

손재호 2023. 9. 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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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청천 장군 외손자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육군사관학교가 2018년 선조들에게 수여한 명예졸업증을 15일 반납했다.

육사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당시 생존해 있던 애국지사 4명과 독립운동가 후손 13명에게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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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앞에서 독립운동가 윤기섭·이상룡 선생과 지청천 장군의 후손들이 반납한 육사 명예졸업증서가 육사 입구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청천 장군 외손자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육군사관학교가 2018년 선조들에게 수여한 명예졸업증을 15일 반납했다. 육사가 교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 흉상을 철거·이전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목숨까지 바쳐가며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들의 삶이 이렇게 모욕이 대상이 돼도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지청천 장군 외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과 윤기섭 선생 외손 정철승 변호사 겸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조직위원장, 이상룡 선생 증손 이항증 광복회 이사 등은 15일 서울 노원구 육사 정문 앞에서 “육사는 조국을 되찾고 겨레를 살리기 위해 몸과 생명을 바쳤던 신흥무관학교 출신 독립투사 숭고한 호국 정신을 계승할 자격이 없기에 수치스러운 명예졸업증을 되돌려준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명예졸업증을 바닥에 내려놨다.

15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앞에서 독립운동가 윤기섭·이상룡 선생과 지청천 장군의 후손들이 선조들에게 수여된 육사 명예졸업증서를 반납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앞에서 독립운동가 윤기섭·이상룡 선생과 지청천 장군의 후손들이 반납한 육사 명예졸업증서가 육사 입구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독립기념관장은 “육사의 이번 처사는 대한민국 헌법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자, 육사 역사에서 독립운동을 지워버리겠다는 단절 선언”이라며 “이 졸업 증서도 의미가 없게 됐다. 휴지 조각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명예졸업증을 받은 2018년만 하더라도 ‘잘못된 역사가 바로잡히는구나’ 싶어 굉장히 뿌듯했는데, 5년 만에 뒤집히는 걸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아주 끝없는 모멸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조국 광복을 위해 싸우셨던 독립운동가분들이 일제강점기 때보다 더 험한 모욕을 당하고 계시는 것이 가슴 아프고 견딜 수 없었다”며 “왜적 일본에 굴욕해 동족을 살상한 백선엽 장군 동상까지 세우자고 했던 육사는 독립운동가 정신을 계승할 자격이 없다”고 성토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독립운동가인 우리 조상들께서 ‘너희들은 그럴 자격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5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앞에서 윤기섭·지청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선조들에게 수여된 육사 명예졸업증서 반납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사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3월 당시 생존해 있던 애국지사 4명과 독립운동가 후손 13명에게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했다.

육사 교장 이름으로 수여된 명예졸업장에는 “귀하께서는 독립군 일원으로서 조국 자주독립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다하셨으며, 특히 독립전쟁 중 몸소 보여주신 숭고한 애국심과 투철한 군인 정신은 위국헌신 군인 본분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관생도들에게 참다운 군인의 귀감이 되었으므로 이에 육사 학칙에 따라 명예증서를 드린다”고 글귀가 적혔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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