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된 육사 명예졸업증... 갖고있을 이유 없다"
[복건우, 권우성 기자]
▲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항의하는 독립운동가 후손(윤기섭 선생의 외손자 정철승 변호사,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 증손자 이항증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지청천 장군 외손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들이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에서 ‘육사 명예졸업증’을 반납했다. 육사 정문에 반닙할 명예졸업증을 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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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사 정문에 반납할 명예졸업증을 놓아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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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토를 찾고자 이 몸을 바쳤노라. 나는 겨레를 살리려 생명을 바쳤노라. 나는 조국을 광복하고자 세상사를 잊었노라. 나는 뒤의 일을 겨레에 맡기노라."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15일 오후 선조들의 육군사관학교(육사) 명예졸업증을 육사에 반납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선열의 시범'이라는 신조를 읊는 것으로 답했다.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이 그려진 포스터를 손에 든 후손들은 명예졸업증이 담긴 액자를 육사 정문 앞 텅 빈 위병소 아래에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다. 전날 명예졸업장 반납 예고에도 위병소 앞에는 육사 측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신흥무관학교 교장 윤기섭 선생 후손,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장군 후손은 이날 명예졸업증을 반납하기에 앞서 육사 정문 앞에 모여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육사 출신 국방부 장관과 육사 총동창회 그리고 육사가 자랑스러운 호국의 역사와 전통을 지우는 모습을 보면서 육사의 존치 이유에 대한 깊은 회의를 갖게 됐다"며 반납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육사는 조국을 되찾고 겨레를 살리기 위해 몸과 생명을 바쳤던 신흥무관학교 출신 독립투사들의 숭고한 호국 정신을 계승할 자격이 없다"며 "2018년 수여한 수치스러운 명예졸업증을 되돌려준다"라고 말했다.
육사 교장의 직인이 찍힌 두 독립운동가의 명예졸업증에는 "귀하께서는 독립군의 일원으로서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고귀한 희생을 다하셨으며, 특히 독립전쟁 중 몸소 보여주신 숭고한 애국심과 투철한 군인 정신은 위국헌신 군인 본분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관생도들에게 참다운 군인의 귀감이 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독립운동 단절 선언 육사, 졸업증은 이제 휴지 조각에 불과"
육사는 지난 2018년 3월 독립운동가 후손 13명과 광복군 생존자 4명에게 명예졸업증을 수여하며 국군의 뿌리가 대한독립군과 광복군에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최근 육사 교정 내 흉상 철거가 결정된 홍범도 장군도 그 당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항의하는 독립운동가 후손(윤기섭 선생의 외손자 정철승 변호사,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석주 이상룡 선생 증손자 이항증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지청천 장군 외손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들이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정문에서 ‘육사 명예졸업증’을 반납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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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사 정문에 반납할 명예졸업증을 놓은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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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섭 선생의 외손자 정철승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신흥무관학교 교장을 지낸 외할아버지께서는 임시정부 가족 200여 명을 이끌고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상해를 거쳐 귀국시킨 독립운동가이자 훌륭한 어른이다"라며 "육사의 뿌리가 신흥무관학교가 아니라 군사영어학교와 국방경비대라고 주장한 군은 독립운동가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계승할 자격이 없다"라고 밝혔다.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육사가 국군의 정신적 뿌리가 되는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설치한 지 5년이 지나서 갑자기 독립군과 광복군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하고 있다"라며 "독립운동 역사와의 단절을 선언한 육사에서 수여한 명예졸업증은 이제 휴지 조각에 불과해졌다. 더는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이상룡 선생의 증손자 이항증 광복회 이사도 "문제 될 일이 없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독립운동사를 새로 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 육사 정문에 놓인 독립운동가들의 명예졸업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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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공보정훈실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육사는 독립군을 양성한 신흥무관학교를 포함해 대한제국육군무관학교, 임시육군무관학교 등 근대적 군사교육기관들도 정신적 연원으로 삼고 있다"라며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반납한 명예졸업증은 사람들이 빠지고 나면 학교 담당 부서에서 잘 보관하고 있다가 조치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신흥무관학교를 계승한다'는 육사 쪽 주장에 대해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비겁한 사후 변명에 가깝다"라며 "아무도 명예졸업증을 받으러 나오지 않고 독립운동가의 흉상을 철거·이전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독립운동사를 국군의 역사에서 지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를 멈추고 신흥무관학교에서 이어지는 국군의 정통성을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는 '독립전쟁 영웅 흉상 철거 백지화를 위한 한민족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명은 10월 6일까지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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