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옥살이, 죽이겠다" 출소 후 보복 살해한 전과26범, 무기징역 선고

거짓 신고 자수하라며 17차례 협박
재판부 "사회와 영구히 격리해야"

출소 후 자신을 신고한 사람을 찾아가 보복 살해를 저지른 70대 남성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법정에서도 연신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가해자에게 법원은 "피고인의 비뚤어진 성향에서 표출된 분노를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70)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6월 8일 부산역 광장에서 50대 남성 B씨와 말다툼을 하다 흉기를 꺼내 얼굴과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싸움을 말리던 C 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앞서 A씨는 2019년 9월 B 씨에게 특수상해를 저지른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는 B씨가 거짓 신고를 해 자신이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했다며 억울해했고 보복을 계획했다. 이후 2021년 8월부터 총 17차례에 걸쳐 B 씨에게 ‘자수하지 않으면 내 손에 죽는다’는 문자를 보내 협박을 일삼았다.

이번 사건 당일에도 A씨는 B씨를 만나 자수를 강요했고, B씨가 이를 거절하자 흉기를 꺼내 무참하게 살해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그가 범행 두 달 전부터 B 씨에게 '죽이겠다'는 협박 문자를 보낸 점, 흉기를 준비해서 B씨를 찾아간 점 등을 밝혀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했다.

A씨는 법정에서 C 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 역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CCTV를 보면 C 씨는 피해자 B씨를 향한 공격을 막기 위해 A씨를 붙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먼저 흉기로 C 씨를 찌르는 모습이 확인됐고 이는 정당방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사건 이전에도 A씨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폭행과 상해를 저지르는 일이 많았고, 26차례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는 법정에서 연신 "억울하다"고 해 재판부로부터 경고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최근 우리 사회에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반사회적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며 "타인의 생명을 경시해 이를 침해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응분의 형벌을 부과해 무고한 생명을 지켜야 하고, 그런 사람들이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는 원칙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보복 범죄는 형사 사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비난 가능성이 크고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며 "A씨는 반성문에서도 억울함만 강조할 뿐 사죄하거나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다. A씨의 비뚤어진 성향에서 표출된 분노를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를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