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풀자" 얼굴 맞댄 한·일의원, 민주당은 한미일 정상회의 비판
한·일 의원들이 15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합동 총회를 열고 얼굴을 맞댔다. 양국 의원들은 급속도로 진전된 한·일관계를 언급하며 남아있는 양국 갈등을 협력과 교류로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이날 오전 도쿄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동총회에는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37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지난 3월 일한의원연맹 회장으로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등 의원 60여 명이 함께했다. 양국을 오가며 이뤄지는 한일·일한 의원연맹 합동총회는 올해로 44회째로 코로나19로 중단된 바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재개됐는데, 일본에서 합동 총회가 열린 것은 4년 만의 일이다.
정진석 의원은 총회 인사말을 통해 “한일관계가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았다”면서 올해 들어12년 만에 이뤄진 셔틀외교 복원을 예로 들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양 양국이 이전 갈등 관계를 뛰어넘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도 “양국 간 갈등을 야기했던 문제들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갈등이 증폭되는 사안도 있다”고 짚었다. 구체적 현안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과거사 문제 등을 지칭한 것으로 그는 “합동총회가 한일 양국 둘러싼 현안을 두루 점검해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귀한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사를 보낸 김진표 국회의장 역시 갈등을 해결해보자는 메시지를 내놨다. 김 의장의 축사는 김영주 부의장이 대독했다. 김 의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징용피해자 배상 문제 등 난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부 간 큰 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지만 현안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나라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얻는 과정을 충실히 밟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 “관계 개선, 궤도 올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축사를 보내 올해 들어 달라진 한일관계를 높이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의 축사는 무라이 히데키(村井英樹) 일본 관방 부장관이 대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회엔 참석하지 않았지만 양국 의원 만찬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축사에서 “일한 관계 개선 움직임은 이제 궤도에 올랐다”면서 “정부 간 안전보장, 방위, 경제안보 등 폭넓은 분야에서 대화와 협력이 꾸준히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더욱 노력해 일한 관계 개선을 양국 국민이 실감하고 일한 관계 새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여러분과 긴밀히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전 총리는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던 사실을 언급하며 “일한 관계가 한층 심화하길 크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간 극복해야 할 과제와 입장이 다른 과제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일한의원연맹 회장으로서 현재의 긍정적 기류를 한층 더 가속하고일한 관계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힘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대화로 풀자”…공동성명도
한일·일한의원연맹은 총회를 마치고 대화를 통해 양국 갈등 해결을 하자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냈다. 양국 의원연맹은 특히 이번 공동성명서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문구를 담았다. 양국 의원들은 ‘역내 국가들의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엄격히 관리 통제할 것을 양국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기재했다.
일본군에 동원됐다가 세계 2차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한 뒤 전범재판을 받은 ‘한국인 BC급 전범’ 문제도 언급됐다. 양국 의원들은 이들 ‘한국인 BC급 전범’ 명예회복을 위한 조속한 입법 해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대응을 요청하기로 했다. 또 ‘헤이트 스피치’로 불리는 증오표현을 막을 수 있도록 일본 측이 실태조사와 환경정비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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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의원 “오염수 투기, 역사 오점 기록" 비난
한편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윤호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한미일 결속을 비판하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과연 한일 양국이 아시아 다른 나라의 국민들에게 선진민주주의에 대한 희망 대신 불안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이 곧바로 예로 든 것은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담이었다. 그는 “지난 8월 있었던 한미일 정상회의도 인도 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번영, 평화에 대한 약속과 달리 오히려 대립과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한일 양국 지도자가 결단한 과거사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지켜주지 못했고, 일본 역시 피해 회복을 위한 조금의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의원은 지난달 24일 개시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비판했다. 그는 “사실상 핵물질과 직접 접촉한 오염물을 모두의 바다에 투기하는 행위는 한·일 두 나라가 그동안 지향해온 가치를 송두리째 흔드는 잘못된 결정이자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현에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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