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각에서 해남땅끝까지’…금호고 또박단 17일 700㎞ 국토 종주 마무리

장선욱 2023. 9. 15. 16:0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회적 나눔을 전제로 1년 8개월 동안 700여㎞를 또박또박 걸어온 고교 동문회가 있다.

10회 졸업생인 김영삼(58) 재경 금호고 총동문회장은 15일 "처음에는 금호고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광주까지 릴레이 마라톤을 하는 행사를 구상했다가 코로나19의 높은 파고에 시달리는 이웃을 돕자는 의견이 모여 쌀 나눔 국토 종주를 하게 됐다"며 "최남단 해남땅끝이 벌써 눈앞에 다가오니 감회가 새롭다"고 회고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는 24일 서울에서 해단식.
9회에 걸쳐 쌀 7t 나눔.
누적 동문 500여명 참여.

사회적 나눔을 전제로 1년 8개월 동안 700여㎞를 또박또박 걸어온 고교 동문회가 있다. 이웃사랑을 실천한 이들의 국토 종단 대장정이 오는 17일 막을 내린다.

재경 금호고 총동문회가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개인적 힐링, 이웃과 나눔, 동문 간 유대’라는 3대 기치를 내걸고 의기투합한 것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2월 19일이다.

이들은 발대식을 가진 이후 매월 셋째 주 토·일요일 1박 2일 일정으로 ‘국토 종주 또박단’을 결성하고 뜨겁게 뭉쳤다.

지난달 걷기를 마친 곳에서 다시 걷기 시작하는 방식으로 선·후배가 번갈아 금수강산을 누볐다. 어느덧 해남 북평면 영전리 사무소에서 땅끝탑까지 마지막 구간만 남겨두고 있다.

학창시절 숱한 추억을 공유해온 동문이 릴레이 종주를 하는 동안 일상생활에 쫓겨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4㎏ 1포대 단위로 십시일반 쌀을 후원했다.

둘레길 위주로 안전하게 또박또박 걷는다는 운영 원칙에 따라 매달 20일을 전후해 30~40㎞씩을 빠짐없이 걸어온 또박단에는 많게는 80여명, 적게는 10여명이 매번 참여했다. 매번 30~40㎞가 넘는 구간을 이틀간에 걸쳐 걸은 누적 인원은 500여명에 이른다.

“각 지역에 사는 동문과 나란히 걷거나 응원을 받으면서 걷다 보면 무념무상에 빠지곤 했습니다. 동문으로서 끈끈한 유대를 다지고 끼니 걱정을 하는 어린이, 혼자 사는 노인들을 돕는다는 취지에 많은 동문이 흔쾌히 주머니를 털어준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름다운 산하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삶의 질곡에서 마주친 근심과 집착을 내려놓기도 했습니다.”

10회 졸업생인 김영삼(58) 재경 금호고 총동문회장은 15일 “처음에는 금호고 개교 50주년을 기념해 서울에서 광주까지 릴레이 마라톤을 하는 행사를 구상했다가 코로나19의 높은 파고에 시달리는 이웃을 돕자는 의견이 모여 쌀 나눔 국토 종주를 하게 됐다”며 “최남단 해남땅끝이 벌써 눈앞에 다가오니 감회가 새롭다”고 회고했다.

임진각에서 고양-서울-과천-고양-안양-의왕-수원-화성-오산-평택-천안-공주-논산-익산-완주-전주-김제-정읍-장성-광주-나주-영암-강진까지 700㎞ 가까이 걷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눈이나 비가 오는 것은 개의치 않았지만 바람이 거세게 부는 등 기상여건이 크게 악화됐을 때는 서 있기조차 어려운 고비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동고동락하면서 또박또박 걷는 일정을 멈추지 않았다. 당초 목표한 대로 19차에 걸친 종주를 통해 지금까지 6.4t의 쌀을 경기 안양·평택, 충남 공주, 전북 익산·정읍, 전남 나주·장성, 광주 광산 등 8개 지자체에 기탁해왔다.

국토 종주는16일 최종 구간(20차)을 걸어 17일 땅끝마을 비석 앞에서 해맞이 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704㎞ 걷기의 마침표를 찍는 이날 오전에는 해남군청에서 마지막 9번째 쌀 기탁 행사를 한다. 누적 쌀 기탁은 7t에 달하게 된다. 이어 24일 오후 서울에서 다수의 총동문회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해단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도박단 아닌 또박단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자주 하곤 했습니다. 부활한 예수를 처음 맞이한 그의 제자 ’야고보’의 사랑을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또박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행사를 기획한 심광명 또박단 기획본부장은 “향후 선·후배들과 논의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서 있으면 땅이지만 걸으면 길이 된다는 신념으로 걷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또박단을 이끌어온 1회 졸업생 이국행 또박단장은 “전국에 산재한 총 2000여개 고교 가운데 동문회가 주도해 성사된 국토 종주는 유일무이한 것으로 안다”며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아무런 안전사고 없이 종주를 마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