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죽는다" 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 서울시∙서대문구 충돌, 왜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차 없는 거리’를 놓고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정면충돌했다. 연세로는 9년 전 첫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주말엔 일반 차량이 진입하지 못한다. 지난 1월부터 한시적으로 모든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풀렸으나 다음 달부턴 다시 제한된다. 서대문구는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구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6개월간 추가 분석이 더 필요하단 입장이다.
다음 달부터 연세로 다시 일반 차량통행 제한
서울시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 달 1일 0시부터 연세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연세로는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삼거리까지 550m 구간의 도로다. 서울시는 2014년 1월 이곳을 보행자·대중교통 전용 공간인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버스와 16인승 이상 승합차, 긴급차량, 자전거만 통행이 가능하다. 택시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 사이 심야에만 진입할 수 있고, 조업 차량은 특정 시간에만 운행이 허용된다.
서대문구는 2018년 이후 연세로 인근 상권이 크게 위축하자 지역 상인들의 의견을 들어 서울시에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월 20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임시로 모든 차량 운행을 허용하는 일종의 정책 실험을 벌였다.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시 보행 환경과 상권 매출, 차량 흐름 등을 분석해 이달 말 운용방향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차량 통행시켰더니 매출액 22% 증가
서대문구는 해당 기간 상권 활성화 효과를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윤상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에 따르면, 연세로 상권은 대중교통전용지구였던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2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사 상권 매출 증감률(-4.1~11.5%) 대비 연세로 상권이 가장 활성화했다는 분석이다.
승용차가 다녀도 교통 혼잡은 없었다는 게 서대문구청 측 입장이다. 버스통행속도(11.1~11.6㎞)가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전(11.3~12.3㎞)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근거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상권 활성화 효과를 확인했고 교통 소통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됐다”며 “서울시는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 “단순히 상권매출만 봐선 안 돼”
서울시 관계자는 “연세로는 상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인근 대학생은 보행권을 위해 차량 통행을 반대하고 있다”며 “단순히 상권 매출만 고려해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섣불리 해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온실가스 배출량의 17%는 수송부문에서 발생한다. 승용차 이용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 폐지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상충한다는 것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 건 ‘보행 친화 도시’의 시발점이자 기후위기 대응을 상징하는 정책이었다”며 “경제적 효용뿐만 아니라 교통량과 보행자 안전, 시민 선호도, 환경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거부할 것"...서울시 "지정 권한은 우리에"
서울시의 결정에 서대문구는 반발하고 있다. 이성헌 구청장은 “서울시가 연세로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재지정할 경우, 서대문구는 연세로 관리 주체의 자격으로 이를 거부하겠다”며 “모든 조치를 다 해 지역 상인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도시교통정비촉진법상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해제 권한은 시장에게 있기 때문에 구청장이 거부할 순 없다”며 “전용지구 관련 표지판 등 구청이 관리하는 시설물을 구청장이 설치하지 않겠다면, 서울시 도로 교통 시설물 설치 유관 부서에서 직접 설치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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