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학부모 ‘혐의 없음’에도 민원 계속… 4년간 14회

이강민 2023. 9. 15. 1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9∼2022년 14차례 학부모 민원
무혐의 결과에도 2차례 민원 반복
악성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학교 교사의 유족들이 지난 9일 오전 고인의 재직 학교에 영정사진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아동학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는데도 학부모들로부터 계속 민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부모들은 4년간 학교에서만 총 14차례 A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했다.

대전시교육청은 15일 오전 대전 교사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2명의 민원인이 각각 1건과 6건 등 총 7차례에 걸쳐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신문고) 민원 접수 외에 학교 방문 및 전화 등으로 2명의 보호자가 7차례에 걸쳐 민원을 접수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다만 학교 외에 마트 등에서 발생한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당시 동료 교직원을 통해 확인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A교사는 4년간 학교 안에서만 공식적으로 총 14차례의 민원에 계속 시달렸다. 심지어 A교사가 민원 학부모 아이들의 담임을 맡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민원이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한 대전 초등 교사의 악성 민원인으로 지목된 학부모의 운영 가게 앞에 지난 12일 항의와 비판을 담은 근조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독자 제공)

14차례의 민원 외에도 학부모들은 A교사를 아동 학대로 신고하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도 민원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 관계자는 “돌아가신 A교사에 대해 아동학대 신고와 학교폭력위원회 개최 요청이 접수됐지만 2020년 10월 아동 학대와 관련해서는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이듬해인 2021년과 2022년에는 트라우마를 이유로 민원을 추가로 2회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앞서 학부모들은 2019년 12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교사 A씨가 아동학대를 했다”며 학교 폭력 신고를 했다.

학폭위 결과 B씨 자녀에게는 심리상담 조치가 내려졌지만, A교사에 대해서는 ‘해당 없음’ 결정이 내려져 마무리됐다.

학폭위는 학생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 등에 대해서만 처분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A교사가 대상도 아닌데 무리하게 신고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A씨는 이 과정에서 학교 측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학부모들은 다시 A씨의 행동을 문제 삼아 이번엔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교사는 10개월간 이어진 수사기관의 조사 끝에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동학대 혐의 없음 처분이 나온 이후에도 트라우마를 이유로 A교사에게 계속 민원을 이어갔다.

다만 교육청 관계자는 학폭위가 무리하게 열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학교폭력예방법상 학생 보호를 위해 피해 학생 및 보호자가 이를 신청할 경우 반드시 의무적으로 소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학교 측이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당시 A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제출한 신고 서류가 남아있지 않다”면서 “교권보호위원회는 신고 서류나 구술로도 요청 가능한 부분이 있어 동교 교사 등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해 당시 A씨가 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15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대전시교육청 8층 회의실에서 관내 교사 극단적선택과 관련해 교권보호활동 종합 대책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대전시교육청은 이 외에도 A교사 사망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사건 발생 후인 지난 10일부터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반을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섰다.

향후 조사를 거쳐 부당한 사항이 발견되면 해당 공무원 등에 대해 징계 조치를 할 예정이다. 또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수사의뢰 및 고발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40대 교사 A씨는 지난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후 병원에 이송됐지만 이틀 만인 지난 7일 오후 6시쯤 숨졌다.

대전교사노조는 20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해온 A씨가 2019년 유성구 소재 초등학교에서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낸 것을 계기로 수년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2020년에는 무고성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했다. 올해 근무지를 다른 초등학교로 옮겼으나 줄곧 트라우마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