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클린스만·황선홍, '중간 평가'에 운명 달렸다

이준목 2023. 9. 15. 14: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 감독, 다가오는 시험 무대에서 반전 이뤄낼 수 있을까

[이준목 기자]

▲ 인터뷰하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축구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1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황선홍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각각 독일과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전설이자 당대 최고의 공격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감독은 현역 시절인 19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친 경험도 있으며, 나란히 골까지 넣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축구의 각급 대표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한솥밥을 먹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두 감독은 최근 나란히 곤경에 놓여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사령탑 부임 후 5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며 역대 감독 중 가장 오랜 시간 승리를 거두지 못하다가 지난 13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간신히 첫 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저조한 경기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잦은 외유와 근무태만, 개인 활동, 기행 등으로 도마에 오르며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본업에 소홀하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에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황선홍호는 파리올림픽 1차 예선을 겸한 AFC U-23 아시안컵 B조에서 키르키스스탄과 미얀마를 잡고 아시안컵 본선진출권을 따냈다.

하지만 카타르와의 첫 경기에게 0-2로 무기력하게 완패하며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카타르가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상황이라 경기 결과가 예선 순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약체팀인 키르키스스탄과 미얀마를 상대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경기력으로 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클린스만과 황선홍 감독 모두 당장의 승리로 급한 고비는 넘겼지만 둘 다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두 감독이 차기 북중미월드컵이나 파리올림픽까지 계약기간을 채울 수 있을지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9월 14일 A매치 유럽원정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런데 귀국 인터뷰에서 보여준 클린스만의 태도와 언행이 또다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초 클린스만은 A매치 일정을 마치고 유럽에 남아 바이에른 뮌헨과 레버쿠젠의 분데스리가 경기를 참관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설득으로 일정을 바꿔서 선수단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는 황당한 답변을 여러 차례 늘어놓았다. 영어로 인터뷰에 응한 클린스만은 일정을 갑자기 바꿔서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하여 "당신들(언론)이 원했으니까. (Because you ask for it.)"라고 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많은 분이 나를 기다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독일이나 미국에서 일할 때는 이렇게 해외에 다녀올 때 이 정도로 많은 분이 '환영'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색다르다. 이런 친선경기 이후에 많은 분들의 환영을 받는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열흘 동안 웨일스, 사우디와의 평가전을 통해 아시안컵에 대비해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자신의 행적과 대표팀의 경기력을 바라보는 한국 내 여론이 어떤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통역을 거쳐 표현과 뉘앙스가 순화된 것을 감안해도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는 것은, 비꼬는 의미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클린스만 감독이 농담조로 '당신들이 오라고 했으니까'라는 답변 속에는 결국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온 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닌, 여론 무마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그동안 자신이 벌인 재택·외유 등 여러 논란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개선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유럽을 왔다갔다 할 일정이 있다"면서 여전히 국내 상주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오히려 클린스만은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면 팀인 흔들린다"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달라고 언론에 요구하며, 현재 대표팀이 처한 위기를 자신의 책임이 아닌 남탓으로 넘겼다. 사실상 클린스만 감독 본인이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감독 모두 급한 고비는 넘겼지만...
 
▲ 생각에 잠긴 황선홍 감독 6일 오후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예선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카타르의 경기. 황선홍 대표팀 감독이 경기 전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황선홍 감독은 에이스 이강인(PSG)의 아시안게임 차출이 확정되며 일단 한숨을 돌렸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이강인의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과 협의해 이강인이 현지시간 19일 UEFA 챔피언스리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 홈 경기 종료 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강인은 20일 중국 항저우로 이동해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며 시차 적응 등 컨디션 문제를 고려하면 21일 열리는 태국과의 조별리그 2차전을 건너뛰고 24일 열리는 조별리그 3차전 바레인전부터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공격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황선홍호는 A팀에서도 검증된 플레이메이커 이강인의 합류로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하지만 이강인이 연령대별 대표팀과 호흡을 맞춘 지가 벌써 1년여가 넘었다. PSG- A대표팀과의 차출 협조가 난항을 겪으며 결국 이강인의 황선홍호 조기 합류가 무산되고 손발을 맞춰보지도 못한 채 아시안게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다. 이강인이 지난달 하순부터 왼쪽 대퇴사두근 부상으로 9월 A매치 2연전에 나서지 못하고 소속팀 경기에도 결장하게 되면서 컨디션을 얼마나 회복했을지도 미지수다.

전문가들과 팬들은 클린스만과 황선홍, 두 감독에게 다가오는 아시안컵과 아시안게임이 운명을 좌우할 '중간평가'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대표팀 사령탑 부임과 동시에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 귀국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에 대하여 "평가는 아시안컵 결과가 나온 뒤에 해달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 본인도 아시안컵에서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선언한 만큼, 그 결과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황선홍 감독은 2021년 연령대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첫 대회였던 AFC U-23 아시안컵에서는 일본에 0-3으로 패해 8강에 그쳤다. 이후로도 무리한 중국 원정 평가전 추진, 음주운전 선수 발탁 논란 등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대회 3연패를 노리며 이강인과 와일드카드 선수들까지 가세해 최대의 전력을 꾸린 만큼 황 감독으로서도 이번에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축구선수 출신 해설가 이천수는 "이강인이 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못 따면 황선홍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그만둬야 한다. 본인도 그런 마음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대선배를 향한 과감한 소신발언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황선홍 감독과 이천수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대표팀의 최고참과 막내로 호흡을 맞추며 4강 신화를 함께 이뤄낸 주역들이다.

클린스만과 황선홍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그리 길지 않다. 현역시절 최고의 레전드 공격수였지만 지도자로서는 의문부호에 휩싸인 두 감독이 다가오는 시험 무대에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