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의혹 유인촌, 인사청문회 말고 검찰에 가야"
[조혜지, 유성호 기자]
▲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 유성호 |
"문화예술도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생계 보조형 지원은 그만해야 한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확실하게 밀어줘야 한다, 좁은 문 만들어 철저히 선별해야 한다... 공직자로서 할 이야기입니까? 기업가들이나 할 이야기 아닌가."
문화계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연대 모임인 '블랙리스트이후' 소속의 정윤희 디렉터가 이명박 정부에 이어 다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유인촌 후보자의 지난달 28일 <조선일보> 인터뷰를 언급했다. 유 후보자는 인터뷰에서 "쥐꼬리만한 예산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경쟁이 될까"라면서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하겠다는 영화들까지 왜 정부가 돈을 줘야 하나"라고 말했다.
▲ 유인촌 장관 내정에 분노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과하고 자진 사퇴하시길” ⓒ 유성호 |
정 디렉터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캠프 관계자로부터 좌파 예술인 척결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을 때 이미 유 보자가 다시 복귀할 거라고 예상했다"고 운을 뗐다(관련 기사 : "헌재 취지 부정... '좌파척결' 망언 안상수 엄벌해야"https://omn.kr/1xhey).
그는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한 '윤석열 정부는 블랙리스트 시대로 되돌리려는 유인촌 장관 내정을 철회하라' 기자회견에서 "그에게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전히 생존 위기에 놓인 예술인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파헤친 특검 출신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물어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지속된 예술 검열이었다"라고 말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 제도 개선위원회에 참여했던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는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의 2024년도 예산안에서 지역영화 지원 사업 등이 전액 삭감되는 현실을 언급했다(관련 기사 : 사라진 독립영화 예산... "블랙리스트 시즌2 시작됐다"https://omn.kr/25kaj).
고 대표는 "이 모든 상황에 대한 의혹들이 유 후보자를 다시 한 번 문체부 장관을 시킨다는 발표로 해소됐다"면서 "본인은 블랙리스트와 상관 없다고, 명단을 만든 적도, 증거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수많은 피해 영화인들이 버젓이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고 대표는 또한 유 후보자 지명 당시 대통령실에서 밝힌 낙점 이유인 "K-컬쳐(한류)의 한 단계 높은 도약과 글로벌 확산에 적임자"를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한류의 핵심 가치는 포용력이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전 세계가 한류를 경계감 없이 받아들인 것"이라면서 "유 장관 내정은 한류와 글로벌 전략을 짜는 게 아니라 한류를 파괴시키는 것이라는 걸 명명백백하게 아셔야 한다"고 했다.
문화계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소송을 함께 해 온 강신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예술인권리보장법에 명시된 예술인에 대한 정치적 자유 보장 조항의 유명무실화를 우려했다. 강 변호사는 "유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좌파 예술인 이권 카르텔을 외치며 다시 블랙리스트 시대로 복귀할 것"이라면서 "문화예술인권리보장법에 따르면, (국가기관이 사상, 정치적 이견을 이유로 불리한 대우를 했을 경우) 조사 주체가 문체부장관인데 사실상 임명과 동시에 무력화 될 것"이라고 봤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
ⓒ 권우성 |
문화계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송경동 시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후 당시 영포빌딩에 은닉하던 수많은 자료들이 압수수색 되었는데, 그 대부분이 당시 국정원을 통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시행에 대한 문건들이었다"면서 당시 문체부장관으로 재임했던 유 후보자도 관련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송 시인은 이어 "유 내정자는 장관으로 인사청문회를 할 사람이 아니라, 검찰에 출석해서 이명박 정권 시절 광범위한 블랙리스트 실행에 대한 조사를 요구해야할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재임 시절 태도 논란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홍태림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1인 시위를 하는 시민에게 '세뇌를 당했다'고 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에서 욕설을 남발하던 분이 지금 문체부 장관 지명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묻고싶다. 과거의 유인촌과 현재의 유인촌은 다른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연루 관련 의혹에 대해선 줄곧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청문회준비단 첫 출근 당시 관련 질문에 "약간의 대립 관계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그런 적은 없다"면서 "또 이야기가 나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잘 정리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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