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文정부 '집값조작'… 94회 이상 '바꾸고 숨기고'(종합)

배경환 2023. 9. 1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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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결과 발표
청와대 등 부당 영향력 행사해 통계 조작… 부당한 압박까지
문재인 정부 당시 김현미 국토 장관 및 정책실장 등 줄조사

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을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 부동산 정책 수립의 기반이 되는 통계를 조작한 만큼, 왜곡된 정책으로 국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본 셈이다. 문 정부가 국가 주택 공급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통계수치 조작으로 시장이 왜곡되면서 서울시까지 정비사업 인허가에 줄줄이 제동을 걸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의 정책 실패 여파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감사원은 감사위원회의 의결로 확정된 '2022년도 연간 감사계획'에 따라 국토부, 통계청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국가 정책의 수립 근거가 되는 국가통계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대해 국회·언론 등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실시됐다. 주택가격동향이 공표되기 전 한국부동산원 내부에서만 공유되는 '통계 잠정치'를 국토부 공무원들이 미리 청와대에 보고하고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 조사 중 집값 통계를 임의로 낮췄다는 게 핵심이다.

청와대 등 94회 부당 영향력 행사… 상승 사유 소명 요구에 임의로 가중치 적용까지

이같은 의혹은 감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청와대)과 국토부가 통계 작성기관인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서술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각종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했다.

실제 2017년 5월 이후 5년간 한국부동산원과 대표적인 부동산 민간 통계기관인 KB의 주택통계 간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이 기간 KB는 서울 지역 부동산 변동률을 62.20% 상승으로 판단한 반면, 한국부동산원은 이에 절반도 되지 않는 19.46%로 계산했다. 2008~2012년 사이 0.4% 포인트에 불과했던 두 통계간 격차가, 2017년 이후에는 15.2% 포인트로 38배나 벌어졌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감사원이 확인한 청와대와 국토부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는 무려 94회나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 6월부터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주중치, 속보치 등을 불법적으로 사전 제공받은 후 집값 상승률 수치가 낮게 나오도록 주중치에 임의의 가중치를 적용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어 전주 변동률보다 높게 나오거나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한국부동산원에 재검토를 지시해 변동률 상승사유 소명을 요구하고 현장점검까지 요청했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은 애초부터 주중치 등을 낮춰서 작성·보고했다.

정책 불신 여론 커지자 새 표본까지 조작… "협조 안 하면 날리겠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에는 변동률이 높아지더라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발표 후에는 그 효과가 큰 것처럼 보이게 변동률 하향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민간 통계보다 현저히 낮은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대한 불신 여론이 확산되자 한국부동산원은 조작 사실을 은폐하고자 이른바 '표본가격 현실화'와 '표본재설계'를 실시했다. 이미 확정·공표된 과거의 표본가격을 상향 조작하거나 새롭게 교체된 표본의 가격을 하향 조작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불법행위를 한 셈이다.

주 1회 국토부에 보고하던 것도 2017년 6월 12일부터는 '주중치(화~목 조사, 금 보고)', '속보치(화~월 조사, 월 보고)', '확정치(화~월 조사, 화 보고)'로 구분해 청와대와 국토부에 주 3회 제공하도록 했다. 당시 한국부동산원은 주중조사가 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등을 이유로 중단을 두 차례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거절했다. 심지어 예측치로 보고된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가 높게 보고되면 그 사유를 규명하도록 하는 등 압박에도 나섰다.

국민들이 접하는 자료가 수정되는 일도 있었다. 2019년 6월 국토부 장관의 취임 2주년을 앞둔 시점에 '9·13대책' 이후 하락세를 유지하던 변동률이 점차 상승, 6월 3주차 서울 매매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으로 전환되자 다시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의 조직과 예산은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은 8월 2주차까지 서울 속보치와 확정치를 실제와 다르게 0.02% 수준으로 줄곧 유지했고 그에 맞춰 보도자료도 수정·배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알고도 묵인… 가계소득 및 고용통계까지 조작

더 큰 문제는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이 이같은 청와대와 국토부의 외압 행사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점이다. 감사 내용에 따르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진상파악 후 국토부와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실 등에 직접 연락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에만 나섰다.

이밖에 문 정부 출범 후 가계소득·분배가 감소·악화되자 통계청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확인됐다.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2010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로 전환되자 통계결과 산정방법을 임의로 적용,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처럼 조작했다. 고용통계에 있어서도 비정규직(기간제) 급증 원인을 병행조사 효과로 몰아가는 등 통계결과 발표와 보도자료 작성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범죄혐의가 확인된 관련자에 대해서는 지난 13일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황덕순 전 일자리 수석 등 청와대 수석급 6명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등 국토부 책임자 3명,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통계청 책임자 3명, 한국부동산원 책임자 3명 등 총 23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앞서 김현미 전 장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대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비롯해 황덕순 전 수석, 홍장표 전 수석,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1차관 등 청와대 참모와 부처 관계자들도 줄줄이 조사받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앞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감사 결과를 확정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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