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양승태의 최후진술 "그가 사법부 장악 위해 소설 썼다"

김종훈 2023. 9. 1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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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 결심공판] 검찰 "재판 독립환경 파괴" 7년 구형... 12월 22일 선고 예정

[김종훈 기자]

▲ 징역 7년 구형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른바 '사법농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 오전 일정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2023.9.15
ⓒ 연합뉴스
 
[최종신 : 15일 오후 6시 25분]
문 전 대통령과 검찰 모두 비난 "음흉한 정치 세력에 검찰이 첨병 역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최후진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15일 오후 재개된 '사법농단' 사건 결심 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9월 13일 법원의 날 행사에 참석했던 상황을 콕 집어 언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문 전 대통령을 '그'라고 지칭했다. "그는 축사에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으로 인해 사법부 신뢰가 뿌리째 흔들렸다'며 '그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면서 "일국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사법부의 심장인 대법원에 와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비롯한 많은 법원 가족을 앞에 두고 그런 말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력 광풍이 사법부를 정신없이 휘몰아치던 사건 초기 분위기가 잊히지 않는다. 당시 법원의 날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사법농단' '재판거래' 운운했는데, 결국 집권 권력으로 사법부의 미래를 장악하기 위해 사법부의 과거를 지배하기로 한 것이다. 불법적 수사권 남용과 반강제적 추측 진술로 검사는 한 편의 소설을 썼다."

검찰을 향한 비난도 숨기지 않았다. 양 전 대법관은 "검찰이 수사라는 명목으로 그 첨병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고, 수사팀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다.

"정치권은 사법부의 미래를 장악하기 위해 그 과거를 지배함에 나섰고, 검찰은 이에 부응해서 검사 70∼80명이 동원돼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것은 수사가 아니라 특정 인물을 표적으로 무엇이든 옭아넣을 거리를 찾아내기 위한 먼지털기식 행태의 전형으로, 불법적인 수사권 남용이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검사들은 피고인들을 묶을 프레임을 짰고, 그 속에 모든 사실관계를 견강부회해 억지로 꿰어 넣었다"며 "목소리 높여 비난한 여러 재판 거래가 모두 사실무근으로 드러나자 이른바 징용 사건을 재판거래의 사례나 되는 듯이 슬쩍 각색했다. 우습지조차도 않다"라고 재차 격정을 토해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우리 역사에서 사법부를 상대로 한 이처럼 노골적이고 대규모적이고 끔찍한 공격은 없었다"라며 "만일 여기서 사법부가 이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앞으로 집권세력이 바뀔 때마다 이러한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치세력과 검찰권력의 공격으로부터 사법부를 지키는 기념비적인 재판으로 기억된다면, 지난 5년의 고난을 외려 영광으로 알겠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이 방대하고 쟁점이 상당히 많다"며 3개월 뒤인 오는 12월 22일 선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른바 '사법농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 오전 일정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1신 : 15일 오후 1시 33분]
검찰, 양승태 징역 7년 구형... 혐의만 47개... '사법농단' 재판 4년 7개월만
박병대는 5년, 고영한은 4년... "재판 독립환경 파괴"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는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 재판 시작 4년 7개월, 정확히 1677일 만이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은 개별 법관의 일탈이 아닌, 사법행정 담당 법관들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업무시스템에 따라 수행한 직무 범행"이라며 "특정 판결을 유도함으로써 재판 독립 환경이 파괴됐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연합뉴스
 

그러면서 검찰은 "그동안 사법부는 행정 권력의 남용을 직권남용죄로 단죄했다"며 "그러한 법리는 사법권력이나 입법권력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내세워 다른 법리를 적용하면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다. 재판부의 결론이 일반적인 상식에 부합하게 나오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 판사들의 증언을 덧붙였다.

"염모 판사는 '대법원의 요구를 묵살하고 스스로의 판단을 밀어붙인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개입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모 판사는 '법관의 기본적인 소명에 반하는 판결을 했다는 이유로 지방으로 좌천할지를 검토하는 것은 너무나 치졸하다'라고 했다. 부디 이와 같은 법관들의 자성을 외면하지 말고 이 사건 재판을 통해 법관에 의한 법 파괴가 일시적이고 예외적이었음을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사법농단 관련 혐의로 기소된 14명의 전·현직 법관 중 유죄가 선고된 건 현재까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뿐이다. 이 전 실장과 이 전 위원에게는 2심에서 벌금 1500만 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만 47개... 오후에 양 전 대법원장 최후진술 예정

2011~2017년 재임했던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그가 대법원 위상 강화를 위해 각종 재판에 개입하고, 개별 법관을 부당하게 사찰해 인사상 불이익을 줬으며,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을 불법 수집하는 등 모두 47건의 범죄 혐의가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행정부를 상대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판개입 계획·실행하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에 개입하기 위해 김앤장과 독대했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재판개입 시도했으며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재판개입 시도·실행했다고 봤다.

또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파견 법관을 이용한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케 했고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 업무방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를 통한 헌법재판소 압박 시도했으며 ▲헌법재판소장을 비난하는 법률신문 대필 기사 게재했고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개입 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법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에 비판적인 판사를 '물의 야기 법관' 등의 리스트를 만들어 포함시켰고 ▲2012년 2월 정기인사에서 한미FTA 비판 판사를 문책성 인사했으며 ▲2015년 2월 정기인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 대법관 임명 제청, 사법정책 등을 비판한 판사를 문책성 인사했다는 것이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또한 ▲2015년 7월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인사모(인권과 사법제도 모임)의 지원 중단 문건을 작성했으며 ▲2016년 3월 인사모 해산 시도 및 해체 방안 문건을 작성했고 ▲법관 인터넷 카페 이판사판야단법석 카페 와해 시도했다는 등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은) 이례적이고 일회적인 단건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 일련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오전 검찰 구형 이후 오후에는 피고인 측의 최후 진술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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