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마스크 걸'이 벗긴 우리 사회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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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올라오는 드라마들은 종종 이런 비판을 받는다.
요즘 꽤 반응이 좋은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 걸' 역시 과한 설정과 개연성 부족이라는 OTT 시리즈의 고질적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어쩌면 외모지상주의는 '마스크 걸'에서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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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운명 바꿀 방법은 성형수술
현실 가장 잘 반영한 설정에 공감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올라오는 드라마들은 종종 이런 비판을 받는다. 솔깃한 설정으로 시작했다가 개연성 없이 늘어지는 전개로 이어진다고. 짧게는 대여섯 회차, 길게는 몇 시즌에 걸치는 시리즈를 보다가 중간에 시청을 포기하면 그때까지 들인 시간을 허비하는 셈이 된다. 중도 하차 경험이 늘어나면서 뭘 볼지 망설이는 선택 장애가 생겼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불만 섞인 의견에 상당 부분 공감하는 동시에 OTT 업계의 사정도 이해가 간다. 넷플릭스, 티빙, 왓챠,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아마존 프라임, 애플티비 플러스, 파라마운트 플러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업체들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완성도보다는 일단 구독자를 유혹하는 데 더 공을 들이다 보니 개연성 부족이나 설정의 구멍이 회차가 뒤로 갈수록 커질 수밖에.
요즘 꽤 반응이 좋은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 걸’ 역시 과한 설정과 개연성 부족이라는 OTT 시리즈의 고질적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코믹이나 판타지 장르가 아님에도 현실성이 몹시 떨어진다. 대표적인 예로 시대적 배경이 2010년부터 현재에 걸치는 데도 범행과 도주 과정에 있어 CCTV와 디지털 포렌식이 철저히 무시된다. 우리나라의 강력범죄 검거율이 높아진 일등 공신이 CCTV와 디지털 포렌식이다. 강호순 이후 우리나라에 연쇄살인범이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 그런데도 ‘마스크 걸’에 등장하는 형사들은 수첩 들고 탐문수사를 하는 게 고작이다. 범죄를 저지른 등장인물들은 성형수술을 하고 가짜 신분증을 들고 잘도 돌아다닌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런 푸념이 절로 나온다. 쟤들이 저러고 다니는 게 말이 되냐?
그런데도 나는 이 시리즈를 중도 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봤다. 시즌이 하나뿐이고 회차도 7개여서 부담이 덜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야기의 힘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줄거리는 말하지 않겠는데, 등장인물 각각의 인생 역정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기세가 천명관 작가의 걸작 ‘고래’ 못지않다. 과감하고 신선한 시도 덕분이다. 드라마 작가들이 대본을 쓸 때 함께 쓰는 기획서에는 등장인물의 전사(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과거)들이 상당히 길게 들어가는데 ‘마스크 걸’은 이 전사를 개별 회차로 만드는 시도를 했다. 회차별로 주인공이 바뀔 때마다 산만하거나 어지럽지 않도록 연결고리들을 꼼꼼하게 마련한 노력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마스크 걸’이 거침없이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 외모는 껍데기일 뿐 내면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식의 강박적 주제 의식이 전혀 없다.
이 드라마 속 대한민국은 자본주의만큼이나 외모지상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외모는 서열이고 운명이라는 설정이다. 정해진 서열과 운명을 바꾸는 방법은 단 하나, 성형수술뿐. 17년 전에 나왔던 비슷한 소재의 착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와 접근법이 전혀 다르다.
실제 우리 사회는 어떤가? 더 좋은 학벌을 갖고 싶다는 사람들의 열망이 대치동 학원가를 탄생시킨 것처럼 더 예쁜 외모를 갖고 싶다는 열망이 압구정역, 신사역, 강남역 인근을 성형외과 병원들로 메우고 있다. 이게 우리 사회의 진짜 얼굴이다. 어쩌면 외모지상주의는 ‘마스크 걸’에서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한 설정인지도 모르겠다. 잠깐만. 나도 요즘 주름이 부쩍 늘었는데 한 번….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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