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 죄송합니다" 윤 대통령 대신 고개숙인 시민들

김보성 2023. 9. 1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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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독립운동가에게 존경을 표시해도 모자랄 마당에 흉상 철거라니... 너무나 죄송해서 일단 걸었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논란만 생각하면 홍기호 진보당 부산시당 대변인은 15일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의 78개 단체로 꾸려진 윤석열퇴진부산운동본부는 지난 7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후 1인시위에 함께할 참여자를 모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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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곳곳에 걸린 100여 개 펼침막... "독립투사들에게 부끄럽다"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15일 부산 동래구 한 초등학교 앞에 '홍범도 장군,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이 붙어있다.
ⓒ 김보성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독립운동가에게 존경을 표시해도 모자랄 마당에 흉상 철거라니... 너무나 죄송해서 일단 걸었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논란만 생각하면 홍기호 진보당 부산시당 대변인은 15일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했다. 때아닌 반공주의, 역사·이념 공세가 해도 해도 너무하단 것이다. 최근 국방부와 육군사관학교는 육사 내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철거·이전하기로 했다.

"애국지사를 부관참시하는 거냐"라는 여론 속에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반발하고,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이 사태는 역사 논쟁으로 치달았다. 부산의 시민사회단체와 야당도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는데, 진보당 당원들은 곳곳에 "홍범도 장군님, 죄송합니다"라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윤 정권은 독립영웅 모독 중단하라'라는 부제까지 붙은 이 펼침막은 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 연산역 등 여러 역사와 KTX·SRT가 오가는 부산역, 서면, 교대 앞 등 무려 100여 개 장소에 부착됐다. 현행법상 정당 현수막은 15일간 게시할 수 있어 부산 시민들은 한동안 사과 글귀를 마주칠 전망이다.
 
 15일 부산 동래구 한 초등학교 앞에 붙어있는 '홍범도 장군, 죄송합니다' 펼침막 앞으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 김보성
 
홍 대변인은 중앙당 차원의 방침이 아니라 부산시당 당원들과 의견을 모아 결정한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념적 갈라치기에 당원들 사이에서 더는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이런 목소리를 모아 정당 현수막을 달았다"라고 말했다.

사태를 바로 잡아야 할 대통령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흉상 이전에 앞장선 신원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새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사태를 조장하는 대통령을 대신해 시민들이 홍범도 장군께 사과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펼침막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목숨을 바쳐 일제와 싸운 독립투사들이 철 지난 이념공세로 공격받으며 이런 수모를 겪고 있는 상황이 정말 죄송스럽다"라고 부연했다.

하루 전인 14일에는 부산 여러 지역에서 릴레이 1인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지역의 78개 단체로 꾸려진 윤석열퇴진부산운동본부는 지난 7일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후 1인시위에 함께할 참여자를 모집해 왔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중구, 부산진구, 해운대구, 연제구, 동구 등에서 40여 명이 "'내가 되찾고자 한 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었소"라는 홍범도 장군의 절규가 표현된 손팻말을 들고 항의를 표출했다. 일부 참가자는 홍범도 장군으로 직접 분장해 정부를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을 둘러싸고 부산 전역에 나붙은 '죄송합니다' 펼침막.
ⓒ 김보성
 
 14일 부산 곳곳에서 펼쳐진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반대 릴레이 1인시위. 한 참가자가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내가 되찾고자 한 나라는 이런 나라가 아니었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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