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戰]③핵심 숙제 ‘脫중국’…“中 의존도 15%로”
공급망 위기 커져 한·미·일 협력으로 脫중국
中무역 의존도 높은 만큼 정교한 대처 필요
글로벌 공급망 전쟁의 핵심은 ‘세계의 공장’ 중국을 구심점으로 짜인 기존 무역 체제로부터의 탈피로 요약된다. 세계화와 공동번영의 가치가 통하던 시기엔 전 세계 기업들이 분업해 제품을 기획할 수 있었다. 중국 혹은 아시아(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에서 원자재와 부품을 조달, 가공해 최종 고객에게 납품하는 경제 순환 생태계가 작동했다.
하지만 2017년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공급망의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G2(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갈수록 더 첨예해지며 무역 규범의 패러다임을 뒤집어놨다. 자국의 공급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수출 물량의 상당분을 내수용으로 돌리는 것은 물론, 국익을 위해 공급선을 쥐고 흔드는 전략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자국 중심주의·지역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요소수 대란 사태’다. 경유(디젤) 차량용에 사용되는 요소는 2021년 11월 중국의 석탄 수출 통제로 인해 전세계적인 부족 현상이 벌어졌고, 특히 요소수 수입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던 우리나라는 '품귀 대란'을 겪었다. 이후 공급망 위기는 원유, 액화천연가스(LNG)·유연탄 및 시멘트·철강 원자재 등으로 확산되며 세계 경제의 부담이 됐다.
IPEF, 한·미·일 3각 공급망 공조로 안전판 가동특히 우리나라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의 해외 원재료 중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배터리 핵심 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수산화리튬 84.4%, 코발트 81%, 천연 흑연 89.6% 등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적극 합류하고 있다. '탈중국'을 기치로 지난 5월 타결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 미국 주도의 이 협의체에는 중국을 쏙 뺀 14개국(한국·일본·호주·인도·브루나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뉴질랜드·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이 참여했다. 회원국들은 특정 분야, 품목에서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경우,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해 공조하고, 대체 공급처와 운송경로 발굴, 신속 통관 등을 협의하게 된다. ‘공급망 위원회’도 가동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각 공급망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한·미·일은 국내총생산(GDP)과 교역 규모가 전 세계 3분의 1을 점한다. 미국의 원천기술과 자금력, 한국의 기술력과 제조 역량,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3국이 주요 물자 부족에 대비해 구축기로 한 ‘조기 경보 시스템’은 공급망의 안전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中 보복 가능성… 수출선 다변화 필요
난제도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위험 안전판이 생긴 셈이지만, 중국의 몽니도 대비해야 한다. 2016년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공식화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피해를 본 우리 기업들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공급망 재편 드라이브에서 주요 파트너로 러브콜을 받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만큼의 리스크도 따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미국 주도의 가치동맹을 강화하면서도 공급망에서 중국 편중을 줄여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한국 경제는 수출·공급망·금융 등에서 중국과의 연계성이 높아 미·중 기술 갈등의 부정적 영향이 여타국 대비 크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비중이 대미 수출의 2배에 달한다. 반도체의 경우 55%에 육박한다. 대중 공급망 의존도는 주요국의 2배를 넘어 미·중 대립발 충격 최소화를 위해 긴요한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기술 연대 등을 활용하는 한편, 미·중 분쟁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시장 공백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입 및 수출선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미·중 양국 사이에서 유연하게 나설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 정상회의 등에서 한·중 관계 개선을 꾀했는데 한·미·일 협력과는 별개로 이런 기조를 견지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재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경제적 상호의존이 취약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한국의 중국에 대한 상호의존은 요소수 사태와 사드 보복에서 경험했듯이 취약성으로 이어진다”면서 “중국에 대한 위험 완화와 손실 분산 전략으로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현재의 25%에서 중국 다음으로 의존도가 높은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인 15% 이하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이재승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글로벌 경제의 전반적인 기조를 보면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불가능한 기류”라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이 어느 쪽에 서야 글로벌 시장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을지를 보면서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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