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정치인=정신병원? 혐오정치”→천하람 “행간을 봐달라”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여당 의원 109명 전원에게 지난달 출간된 도서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를 보낸 데 대해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이 “국민의힘을 혐오 정치로 끌어들이지 말라”고 일침을 날렸다. 천 위원장은 “행간을 고려해 달라. 손가락이 아닌 발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해명에 나섰다.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을 혐오 정치로 끌어들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오늘 저희 의원실에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이 도착했다. 천하람 당협위원장님이 보내주신 책”이라며 “천 위원장님은 편지를 통해 우리 국민의힘이 ‘정상적인’ 국민이 보기에 ‘정신병자’들이 아니면 무엇이겠냐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책을 읽고 정신 차려야 한다고 하셨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저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안 통과에 앞장 선 국회의원으로서 천 위원장님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최종견해를 통해 우리나라 언론과 정치논쟁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을 비롯해 심리사회적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태도와 만연한 증오 등 혐오 표현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선택의정서를 가입한 국가로서 이러한 우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제기구의 권고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 위원장님의 이번 행동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한 채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이 책을 소개하신 행동이 왜 혐오 표현인지 모르시는 것 같아 말씀드린다”고 썼다.
김 의원은 “이 책을 소개하신 행동이 왜 혐오 표현인지 모르시는 것 같아 말씀드린다”며 “혐오 표현은 단순히 개인적 감정이나 표현 전부를 말하지는 않는다. 같은 말이라고 하더라도 약자나 소수자를 향할 때 특히 소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나 편견이 담긴 동시에 이들이 겪는 차별을 고착화하는 경우 혐오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국민께서 보시기에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럴수록 정신질환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책 제목과 내용을 인용하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아무런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국민들께 ‘정신질환=부정적 정치인’이라는 편견적 이미지를 고착시킬 뿐”이라며 “이미 언론 등으로부터 무분별한 편견과 추측으로 인해 고통받고 계신 분들에게 크나큰 상처만 될 뿐, 우리 국민의힘의 가치인 자유와 인권 보장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계신다”고 꼬집었다.
이에 천 위원장은 1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정신질환을 가진 국민을 비하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행간을 고려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원들에게 이 책을 보낸 데 대해 “우리가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정치를 하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헛발질해주기만을 기다리는 형태의 정치”라며 “제가 정치적으로 아직 원로도 아니고 건방진 행동이다. 그래도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지금 당 내부에서 부글부글하는 데도 불구하고 일단 공천부터 받고 봐야 되니까 다들 쫄아서 얘기를 못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 “우선 ‘건방지다’ ‘싸가지 없다’는 비판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정치적 올바름이나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의미 있는 지적을 해주셔서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쓴 내용을 보면 정신질환을 가진 국민을 비하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행간을 고려해 달라. 손가락이 아닌 발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 위원장은 “김 의원을 포함한 많은 의원들이 지금 당의 노선과 메시지에 대해서도 더 민감성을 가지고 봐주셨으면 더 좋지 않겠나하는 부탁도 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천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 의원 109명 전원에게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라는 제목의 책과 편지를 보냈다”며 “국민이 우리를 보는 눈이 얼마나 차가운지 다시 한 번 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천 위원장은 “미중 패권 경쟁에 낀 우리의 앞날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하다”며 “출산을은 0.7명보다 더 떨어지려고 하고 있고 서울의 출산율은 이미 0.53명 수준”이라고 적었다. 그는 “나라 안팎으로 외교안보, 경제, 치안, 교육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난제가 첩첩산중인데 배의 키를 잡은, 자칭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는커녕 서로 골수 지지층을 모아 해괴한 빨갱이 논쟁과 친일파 몰이, 남 탓이나 하고 있으니 정상적 국민이 보기에 정신병자들이 아니면 뭐냐”고 지적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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