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매력느낄 '이것'' 산업도시에 필요…집단지성 빛난 '울산포럼'
일본 도쿠시마현(德島縣) 가미야마쵸(神山町)는 6000여명이 사는 산골 마을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클라우드 명함관리 회사 'Sansan' 등 도쿄에 본사를 둔 여러 벤처기업 사무소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서는 청년이 반바지에 반소매 차림으로 해먹(그물침대)에 누워 일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워케이션(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하는 근무형태)'이 자리 잡으면서 마을 빈집도 줄었다고 한다.
청년 몰리는 일본 산골마을 비결은?
반면 대도시 울산은 청년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 2017년부터 한 해 평균 7000여명씩 떠나고 있다. 2021년 기준 울산의 19~34세 인구는 20여만명으로 전체(110만명)의 18% 정도다.
SK그룹이 청년 지역 정착 방안 등 울산의 미래 발전을 위해 전문가와 머리를 맞댔다. SK그룹은 울산상공회의소와 함께 14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ESG, 함께 만드는 울산의 미래'라는 주제로 2023 울산포럼을 열었다.
울산포럼은 '청년행복, 산업수도의 변화'와 '동반성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넥스트 전략'으로 주제를 세분화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회사의 모태인 울산지역 미래를 고민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플랫폼으로 울산포럼을 마련했다. SK에너지·현대차 등 대기업이 밀집한 울산엔 협력사를 포함한 중소기업이 6000개 이상 자리 잡고 있다.
충남 아산, 삼성 덕분에 젊은 도시로 변화
연설자로 나선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청년이 행복한 지역을 만들려면 일자리·교통망·관계망·생애주기 돌봄 등 5대 영양소가 필요하다"며 "일본 가미야마쵸가 성공한 것은 이들 5대 영양소를 잘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탈울산'과 반대로 '탈서울'을 희망하는 제조업 선호 청년 이야기를 꺼내면서, 충남 아산 사례를 들었다. 아산시는 2000년대 삼성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이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협력 중·소형사가 늘었다. 아산시 평균 연령은 2019년 기준 38.7세로 서울(42.4세)보다 4세 더 젊다. 출산율(1.15명)도 전국에서 높은 편이다.
이 위원은 "아산은 일자리뿐 아니라 주거·생활·문화·복지 등 전 분야에 걸친 전방위적 (지자체의) 노력이 더해져 젊은 도시가 됐다"며 "아산 도고온천이 요즘 트렌드에 맞춰 핫 플레이스로 변모한 것처럼 콘텐트가 좋으면 청년을 머물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포럼에선 '동반성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넥스트 전략'을 주제로 토론했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대기업과 지역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상생 협력 매칭 플랫폼' 구축이 대안"이라고 전했다.
ESG 경영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각국 정부는 ESG를 기업 자율에 맡기기보다 법안 발의 등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추세다"라며 "기업은 ESG 대응방안을 전략적으로 수립해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우 울산연구원 연구실장은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은 ESG 필요성을 알지만, 경제적인 여력 등 고충이 있어 실행이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울산포럼이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해결책, 새로운 방안을 찾아가는 토론의 장, 포맷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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