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선정행위·비키니 오토바이…경찰도 법원도 헷갈리는 '공연음란죄'
수치감·혐오감 사안마다 달라
최신 판례 기반 단속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최근 가수 화사의 선정적 퍼포먼스 논란, 서울 강남구 비키니 오토바이 사건 등에 '공연음란죄', '과다노출죄' 적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신체 노출 범위나 선정적 행동에 따라 느끼는 불쾌함의 정도 등에 차이가 있다 보니 현장에서 대응하는 경찰관과 사법부의 판결도 유동적이어서 법 집행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개된 장소 등에서 선정적인 행위를 하거나 노출을 하는 경우 처벌하는 법령은 크게 공연음란죄와 경범죄처벌법상 과다노출죄가 있다. 공연음란죄는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다노출은 여러 사람의 눈에 뜨이는 곳에서 함부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거나 또는 가려야 할 곳을 내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에 대해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돼 있다.
공연음란죄는 '공연성'과 '음란성'이 성립해야 한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지각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음란성은 성욕을 자극할만한 요소가 있느냐인데, 피해자의 관점에서 수치감·혐오감이 들었는지를 따진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연음란죄 발생건수는 2018년 2612건, 2019년 2960건, 2020년 2606건, 2021년 2518건, 지난해 2343건으로 연평균 2600건 수준이다. 문제는 공연성과 음란성의 기준이 모호한 탓에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다노출 또한 '과다'의 기준이 불분명하다. 중요 부위를 노출한 경우가 아니어도 입건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11일 강남구 테헤란로에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탑승한 오토바이 4대가 등장했다. 경찰은 여성 4명과 운전한 남성 4명 등 8명을 과다노출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대한 목격자, 피해자들이 느낀 불쾌감이나 수치심 등을 기준으로 잡고 있지만,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보니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법원의 판단도 제각각이었다. 2016년 대구에서 성기 모형을 부착한 망사 티팬티와 가죽 핫팬츠를 착용한 채 카페를 활보한 남성은 공연음란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일부 목격자가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했지만, 음란성 여부는 객관적·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2019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백화점에서 치마 뒷부분을 팬티스타킹 안에 넣는 방법으로 엉덩이를 노출한 남성은 유죄로 인정됐다. 대법원이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전체적 내용을 관찰에 건전한 사회 통념에 따라 객관적·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사회 통념'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담고 있다.
가수의 무대 퍼포먼스가 선정성 논란을 일으켜 수사받은 사례도 있다. 2009년 12월 가수 지드래곤이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공연 중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동작을 선보였다가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선정적이기는 했지만 2시간여의 공연에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침대 퍼포먼스는 2분 정도였고 직접적인 성행위 묘사는 수초에 불과해 음란에는 미치지 않았다"며 입건유예 처분을 내렸다. 가수 화사는 지난 5월 성균관대 축제 무대에서 혀로 손가락을 핥은 뒤 특정 신체 부위에 갖다 대는 동작을 했다가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로부터 고발당해 지난달 말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퍼포먼스의 의도와 배경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공연음란죄의 모호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적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적 기준이 있을 수 없고,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의 것인지가 문제”라며 “입법적으로 구체화하면 오히려 법 적용이 경직되고,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 사문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신 판례를 기반으로 한 지침 마련을 통해 일관성 있는 적용은 필요하다고 봤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신체 노출 수위와 행위의 정도, 목격자 수, 실제 목격자들이 수치심을 느꼈는지 등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적 모호성 때문에 일선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대응할 때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최근 사회적 경향을 반영한 최신 판결을 분석해 경찰청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면 일선 경찰관마다 다를 수 있는 공연음란죄 판단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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