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방광염을 달고 살아요"

민권식 부산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2023. 9. 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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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권식의 성의학바이블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방광염이란 방광에 균이 침입하여 염증을 유발하는 상태이다. 증상으로는 갑자기 배뇨 중 심한 통증을 느끼거나 소변을 참을 수 없고 자주 마려우며, 심하면 하복부가 아프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방광염에 걸리는 경우가 최근 1년 동안 3회, 6개월에 2회가 발생하면 재발성 방광염이라고 한다. 사실 여성은 방광염이 감기처럼 자주 잘 걸리는 구조이긴 하지만, 왜 자꾸 재발을 하는 걸까?

첫째는 항생제 저항 균주의 감염이고, 두 번째는 검사 오류, 셋째는 오래된 치료 원칙 때문이다. 먼저, 방광염의 원인은 세균의 감염이지만 폐경 전 여성과 폐경기 여성은 감염을 유발하는 기저상태가 확연히 다르다. 폐경 전 여성의 경우는, 세균이 다양하지만 거의 70~80%가 대장균이다. 말하자면 배변 후 대장균이 항문 주위를 오염시키고 가까운 질로 건너와 질 내에 존재하다가 성관계 등에 의해 질 분비물이 요도 주위를 오염시켜 감염을 유발한다. 그래서 젊은 여성의 방광염을 밀월성 방광염이라고 한다. 성생활이 활발하거나 피임으로 살정제를 쓰는 여성, 새로운 성 파트너 등이 방광염의 위험 요소이다. 30~40년 전에는 항생제 3일 정도면 치료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항생제 오남용 때문에, 흔히 사용되는 경구용 항생제를 이기는 균이 방광염 환자의 약 30~50%에 달한다. 그러니 저항 균주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항생제를 쓰면, 투약 초기에는 다량의 항생제에 일시적으로 균의 활동이 위축되어 좋아지는 듯하지만 곧 다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음은 검사 오류인데, 소변검사를 할 때 줄기로 나오는 소변을 채취해야 정확하다. 그런데 적지 않은 수가 질을 타고 흘러내리는 소변을 받아서 검사하니 그 소변 속에 백혈구(염증세포)가 보이더라도 방광 내의 백혈구인지 질에서 오염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결국 다른 질병인데 방광염으로 진단하고 항생제를 쓰니 낫지 않는 것이다.

셋째는 치료 원칙 때문이다. 교과서적으로는 단순 질환인 방광염은 고비용의 요배양 검사 없이 증상만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내용은 40년 전의 권고로 저항 균주가 절반에 가까운 현실과는 괴리가 많다. 그런데도 균주 확인도 없이 증상만으로 항생제를 투여한다면 재발하는 것은 이상한 결과가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요배양 검사로 실제 세균성 방광염이 맞는지, 어느 경구 항생제에 듣는 균인지 확인하고 약을 투여하는 것이다. 검사가 약 3일 소요되므로 그동안에는 비록 안 듣는 항생제라도 증상 완화 목적으로 투여할 수 있다. 이후 균주를 확인하고 기존 약제를 지속, 혹은 교체하면 확실하게 균을 박멸할 수 있다. 질에서 오염이 된 균은 요배양 검사에서 배양되지 않기 때문에 오진도 거의 없다. 배양이 안 된다면 방광염이 아닌 다른 병이므로 다른 원인을 찾도록 한다. 동일한 항생제 저항성을 지닌 동일 균주가 반복 검출된다면 다른 기저 질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상급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평소 외성기 위생관리도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배뇨 증상이 나타나면 24~48시간 이내에 성관계나 생리가 없었는지 확인한다. 우선 생리와 연관이 있다면 패드형보다 삽입형 생리대(탐폰형)를 권한다. 패드는 필요에 의해 착용하더라도 외성기 주위 온도와 습도를 높여 세균의 증식과 감염을 조장하므로 가능한 한 짧게 착용한다.

성관계가 주된 이유라고 판단되면, 외성기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 먼저 성관계 전 남녀 외성기를 청결히 세척한다. 성관계 후 즉시 배뇨를 하고 물로 질 안이 아닌 외성기에 오염된 분비물을 세척한다. 다음날 하루 정도 배뇨량을 늘리기 위해 수분 섭취를 늘린다. 통기를 위해 달라붙는 속옷은 가능한 배제하며 바지보다 치마가 좋다. 평소 배변 후에 앞에서 뒤로 닦아서 질 주위 오염을 막는다.

환자도 배뇨 시 조금만 불편하면 방광염으로 생각하고, 검사는 생략하면서 의사에게 항생제만 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행동이다. 실제 재발이 잦은 환자도 귀찮다는 이유로 검사 없이 항생제만 복용하지 말고, 증상이 있을 때마다 요배양 검사를 해야 반복되는 재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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