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의 황당한 착각…싸늘한 여론·들끓는 팬심 안중에도 없다

김명석 2023. 9. 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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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3106="">9월 A매치에서 데뷔승을 올린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월 있을 A매치 명단을 발표하기 전 한국에서 K리그 선수를 점검할 예정이다. 연합뉴스</yonhap>
9월 A매치에서 데뷔승을 올린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월 있을 A매치 명단을 발표하기 전 한국에서 K리그 선수를 점검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마침내’ 한국땅을 밟았다. 지난달 1일 출국길에 오른 이후 45일 만이다. 그저 A매치 친선경기를 마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의 ‘귀국 현장’이 큰 화제가 될 정도의 씁쓸한 상황.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은 이를 두고 “해외에 갔다 왔을 때 이렇게 많은 분이 ‘환영’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라고 했다. 싸늘한 여론도, 들끓는 팬심도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거나, 신경조차 안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귀국한다는 소식이 대한축구협회(KFA)를 통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건 지난 13일 오후 6시를 넘어선 시점이었다. 당초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와의 유럽 A매치 평가전 2연전을 마치고 독일로 이동, 바이에른 뮌헨-바이어 레버쿠젠의 경기 등을 관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돌연 일정을 바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씁쓸하게도 대표팀 사령탑이 귀국한다는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에 상주할 것이라던 취임 당시 다짐과 달리, 지난 3월 부임 후 단 67일만 국내에 머물러 이른바 재택·외유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주로 미국 자택에 머무르며 유럽축구와 관련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마저 생략한 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식 등에 참석하는 등 ‘한국 대표팀’을 뒷전으로 둔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는 많은 비판을 받아온 터였다.

9월 A매치에서 데뷔 승을 올린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월 있을 A매치 명단을 발표하기 전 한국에서 K리그 선수를 점검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9월 A매치에서 데뷔승을 올린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월 있을 A매치 명단을 발표하기 전 한국에서 K리그 선수를 점검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클린스만 감독의 귀국 현장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이 몰린 건, 그가 한국땅을 밟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해외에서 열린 A매치를 마친 뒤 대표팀 감독이 귀국하는 지극히 일반적인 상황 자체가 큰 화제가 된 상황. 클린스만 감독과 대표팀이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당연히 국내 분위기나 팬심은 어떤지 정도는 어떻게든 파악했어야 했을 상황. 클린스만 감독은 그러나 인터뷰 내내 이를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유럽에 머무르려다 돌연 한국을 찾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 “여러분들이 오라고 해서 왔다”며 환하게 웃어 보인 모습이나, 수많은 취재진이 몰린 것을 두고 “이런 친선경기 이후 많은 분들이 환영해 주시는 건 새로운 경험”이라며 황당한 반응을 보인 건 클린스만 감독이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귀국을 결정한 것 역시 자의적인 판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KFA 측에서 대표팀이 해외 원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많은 취재진이 기다린다고 말해줬다. 원래는 김민재가 뛰는 바이에른 뮌헨의 레버쿠젠전을 보려고 했는데, KFA 측에서 선수들과 함께 귀국해 인터뷰가 가능한지 물어봤다. 그래서 (기존 일정을) 바꾸는 데 문제가 없다고 얘기했다. 귀국 후 주말에 2경기를 관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FA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귀국을 요구한 것도 아니라 귀국이 가능한지를 물었고, 클린스만 감독도 마치 선심이라도 쓰듯 일정을 바꾸고 귀국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국내 상주는커녕 머지않아 조만간 다시 출국할 계획까지 내비쳤다. 그는 “주말 K리그 2경기를 관전할 계획이다. 계속 (해외에) 왔다 갔다 할 일정들이 있다. 유럽 등 외국에서 관전해야 할 경기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주말 K리그 경기들을 관전하고 다시 출국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번 귀국이 그간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보다는 일회성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9월 A매치에서 데뷔승을 올린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9월 A매치에서 데뷔 승을 올린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월 있을 A매치 명단을 발표하기 전 한국에서 K리그 선수를 점검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팬심과 동떨어진 클린스만 감독의 반응은 비단 재택·외유 논란에 그치지 않았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웨일스전까지 출범 다섯 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의 늪에 빠졌었다. 전임 감독제 도입 이후 데뷔 최다 경기 무승이라는 ‘불명예 기록’이었다.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4위(한국 28위)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진땀승을 거두며 가까스로 무승 기록을 끝냈다. 초라한 결과만큼이나 여전히 알 수 없는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등 경기력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러나 여론과는 완전히 다르게 자평했다. 그는 “매번 소집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긍정적인 요소를 많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상당히 긍정적이고, 발전되는 팀 분위기를 가져가고 있다고 본다”며 “아시안컵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의 기준점은 결국 아시안컵이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고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자신감도, 기대도 있다”고 했다. 적어도 클린스만 감독의 시선에 지난 여정은 다분히 긍정적이었던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중심에 선 재택·외유 등 여러 논란 등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도, 정작 팬들과 언론에 긍정적인 여론과 분위기를 형성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월드컵에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자국 독일의 예시도 들었다. 감독은 온갖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대표팀 경기력은 좋지 않은데 팬들과 미디어의 응원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회를 준비하는 팀은 긍정적인 여론과 긍정적인 힘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아무리 강하게 뭉치고, 아무리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도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거나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팀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지난 월드컵에서 독일이 그랬다. 월드컵 직전 많은 질타를 받았고 모든 게 부정적이었다. 결국 월드컵에서 탈락해 집에 가는 수모를 겪었다.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판이나 질타, 심지어 자신의 경질 여부 등 모든 평가는 내년 1월 아시안컵이 끝난 뒤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아시안컵을 통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 당시부터 꾸준히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외쳐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행여나 아시안컵에서 성적이 안 나거나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을 때, 경질하든 무엇을 하든 비난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게 감독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아시안컵까진 지금처럼 꿋꿋하게 지휘봉을 잡고 있겠단 뜻이자, 그를 둘러싼 온갖 논란 역시 그때까진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란 의미다.

9월 A매치에서 데뷔승을 올린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월 있을 A매치 명단을 발표하기 전 한국에서 K리그 선수를 점검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가운데) 감독이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인천공항=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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