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 Arm, 나스닥 상장 첫날 24.7%↑(종합)
올 하반기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혀온 영국 반도체설계업체 Arm이 나스닥 상장 첫날인 14일(현지시간)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공모가 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시가총액도 650억달러대를 넘어섰다. 그간 경기침체 우려,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여파 등으로 얼어붙었던 IPO 시장에 부활 시그널을 알렸다는 평가다.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Arm의 주가는 공모가(51달러) 대비 24.69% 상승한 주당 63.5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를 기준으로 한 시총은 650억달러를 웃돌았다. 완전히 희석된 가치로는 680억달러 안팎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는 2021년 상장한 전기차 업체 리비안(137억달러) 이후 뉴욕증시 최대 규모다. 이번 상장을 앞두고 시장에서 예상해온 450억~500억달러선은 물론, 앞서 소프트뱅크가 사우디아라비아 비전펀드로부터 Arm 지분 25%를 매입할 때 책정했던 640억달러도 웃돌았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20억달러에 인수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IPO 대어 Arm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공모가를 10% 웃도는 주당 56.10달러에 개장했고, 이후 30분도 채 되지 않아 20% 이상 상승률이 확인됐다. Arm의 르네 하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좋은 결과다.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기쁨을 나타냈다. 그는 "오늘은 정말 놀라운 날"이라면서도 "앞으로 5~10년이 훨씬 더 기대된다. Arm은 자동차, 소비자제품, 데이터센터 등 일정 수준의 컴퓨팅 성능을 갖춘 수많은 제품에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다각화해왔다"고 미래 기업가치를 강조했다.
Arm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의 강자로 꼽히는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에서 제작하는 모바일 AP의 대부분이 Arm의 기본 설계도를 사용한다. 이처럼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Arm에 인공지능(AI) 붐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IPO 흥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Arm의 지분 전량을 소유한 소프트뱅크는 이번 IPO에서 지분 약 10%를 매각하며 약 50억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AMD, 애플, 케이던스, 구글, 인텔, 미디어텍, 엔비디아, 시놉시스, TSMC 등 주요 IT 기업 10개사가 초석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들 중 대다수가 Arm의 최대 고객에 해당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AI칩에 Arm의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강조하면서 주가 띄우기에도 나섰다. 그는 소프트뱅크가 Arm의 지분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싶다고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뿐 아니라,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 IPO를 통해 막대한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월가 기업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며 "IPO 시장의 부흥을 알리는 신호"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월가의 성촉절(Groundhog Day,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로 불러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Arm을 둘러싼 뜨거운 관심은 당장 IPO 대기 라인에 선 식료품배달회사 인스타카트,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클라비요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들 기업은 다음 주 공모가를 책정할 예정이다. 독일 신발제조업체 버켄스탁, 베트남에 본사를 둔 인터넷 스타트업 VNG 역시 미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자산관리회사 거버 가와사키의 창업자인 로스 거버는 블룸버그통신에 "사이클의 시작"이라며 "Arm은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한 훌륭한 신호"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레이 전략가는 "(Arm의 상장은)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면서 "Arm의 성공은 1년 이상 멈춰있던 IPO 시장의 부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증시도 이날 Arm 흥행 효과를 누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0.81% 올라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0.96%, 0.84% 상승 마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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