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손에 죽어” 유족 분노…최원종 첫 재판 10분 만에 끝

분당 흉기난동범 최원종 첫 공판 14일 열렸지만
수사기록 확보 문제로 10여분 만에 종료
유족들 거센 항의

분당 흉기난동범 최원종이 첫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유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던진 휴대전화에 머리를 맞았다. 유족들은 최원종을 향해 "분노가 치민다"며 울분을 토했다. 유튜브 오마이TV 캡처

분당 흉기난동범 최원종(22)의 첫 공판이 단 10여분 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재판을 방청한 유족들은 “분노가 치민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들은 재판을 마치고 호송차로 이동하는 최원종을 향해 “넌 나오면 내 손에 죽는다”, “우리 딸 살려내” 라고 소리쳤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강현구 부장판사)는 14일 살인,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원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하지만 첫 재판은 수사기록 확보 문제로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공전했다.

재판부가 최원종에게 혐의를 인정하냐고 묻자 최원종의 변호인은 “수사기록을 아직 열람·등사하지 못했다”고 말하며 검찰 공소사실 등에 대한 의견 표명을 다음 공판으로 미루겠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이유를 묻자 검찰은 “지난주에 늦게 신청해 허가했는데 아직 많아서”라고 말했다. “증거기록을 보고 말하겠다는 거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변호인은 “네”라고 답했다. 결국 재판부 다음 공판기일을 한 달여 뒤인 다음 달 10일로 지정하고 첫 재판을 10여분 만에 끝냈다.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유족들은 분노했다. 방청석에서는 “이럴거면 뭐하러 법정에 나왔냐”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우리 애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이도 있었다.

최원종이 1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리는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을 마친 최원종은 갈색 수용복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법원 청사 밖 호송차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과 취재진이 몰려들었지만 최원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유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최원종을 향해 휴대전화를 던지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60대 아내를 잃은 남편은 재판이 끝난 뒤 “사람을 죽이겠다고 계획하고 실행해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했다. 이런 살인자에게 인권이 있다고 하는 데 아니지 않냐”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렇게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엄중히 경고해 막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건이 일어나고 한 달이 지났는데 (수사기록을) 열람 못 했다는 건 핑계다. 가슴이 답답하고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남편은 “대학 다닐 때 첫사랑이었던 아내를 참 사랑했는데, 요즘 아침에 일어나 눈물로 시작해 잘 때도 눈물로 끝난다. 너무나 허무해서 아내의 베개를 껴안고 잔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내가 너무 보고 싶다”고 오열했다.

20대 딸을 잃은 아버지도 “오늘 법원에 오면서 범죄에 대해 인정할까,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왔는데 (최원종의) 변호인 말을 들어보니 긴 싸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시간 끌기라고 생각되는데 국민이 관심 갖고 힘을 합쳐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범인을 처음 대면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내 딸 아이 죽게 한 놈에게 달려들어 숨통을 끊고 감옥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딸 아이의 인생을 빼앗아간 범인과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이 살고 싶은 심정 죽어도 없다”고 말했다.

최원종은 지난달 3일 오후 5시 56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 소유의 모닝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이후 차에서 내려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차에 치였던 60대 여성 1명이 사건 발생 사흘 만인 지난달 6일 사망했고, 역시 차량 돌진으로 피해를 본 20대 여성 1명이 뇌사 상태로 치료받다가 같은 달 28일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 밖에 시민 5명이 중상, 7명이 경상을 입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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