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태우는 시멘트 공장 오염 극심…환경부가 오염 조장"

강찬수 2023. 9.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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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한 먼지 오염. [사진 최병성]

시멘트 공장 주변 주민들이 대기오염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환경부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부가 10여 년 전부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회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갑) 주최로 '쓰레기 시멘트, 이대로 안전한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환경부는 '환경오염 조장부'인가


14일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하는 최병성 목사.
환경 활동가이자 전국 시멘트 대책위원회 상임대표인 최병성 목사는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2008년 일본 견학 때나 2009년 국정 감사 때 환경부는 시멘트 공장 오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똑같다"고 비판했다.

소성로의 표준 산소 농도를 개선하고, 일본의 시멘트 공장처럼 분진 관리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환경부가 밝혔지만, 개선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더 큰 문제는 환경부가 시멘트 공장 소성로에서 더 많은 폐기물을 태우도록 하고 있다"며 "환경부는 '환경오염 조장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국환경기술사회 최상보 이사가 14일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한국 환경기술사회최상보 이사는 주제 발표에서 "시멘트 공장에서 보조 연료로 태우는 가연성 폐기물이 2017년 86만7000톤에서 2022년 229만1000톤으로 2.64배로 늘었다"며 "폐합성수지 사용량이 오는 2030년에는 358만7000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6가 크롬 중금속 오염 심각


시멘트 공장 [연합뉴스]
최 목사는 "국내 시멘트에 든 중금속 6가 크롬의 농도를 국내 시험법으로 분석하면 기준치 20ppm 이하이지만, 유럽 시험법으로 분석하면 유럽 기준치 2ppm을 크게 초과한다"면서 "한국 시멘트는 유럽 기준으로는 시장에 출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노웅래 의원도 축사에서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의) 6가 크롬이 유럽연합의 법적 기준을 최대 4.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한국 시멘트협회에서는 6가 크롬 농도가 높은 것이 '국내 석회석 품질이 일본산이나 유럽에 비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그럴수록 소성로에 쓰레기를 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멘트 공장 내부에 쌓인 염소 바이패스 더스트. 유해해서 밀폐한 상태로 처리한다고 하지만 자루에 대충 담긴 채 쌓여있다. [사진 최병성]

그는 소성로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소 성분을 중간에 빼내는 '염소 바이패스 더스트'가 엄청나게 발생하는데, 시멘트 업체들이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불법매립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최 목사는 "동해경찰서에서는 염소 바이패스 더스트를 물로 씻어낸 다음 매립했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무혐의 처리했지만, 물로 씻었는데도 염소 함량이 1만2900ppm에 이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면서 "염소 농도가 2만 ppm 이하이면 아무 쓰레기나 묻어도 문제가 없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고온이라도 오염물질 완전 연소 어려워


시멘트 공장의 대기 오염 [사진 최병성]
최상보 이사는 "시멘트 공장의 통합 인허가가 지난 7월 1일 시행됐지만 4년이나 유예했는데 이를 2년으로 단축해야 한다"면서 "질소산화물 최대 허용 농도도 270ppm에서 240ppm으로 조금밖에 강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는 "강원도에는 전국 42개 소성로 가운데 21기가 있는데, 총량규제를 시행하는 대기관리권역에서 제외됐다"면서 "강원도 강릉·동해·삼척·영월 지역을 대기관리권역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박현서 열환경기술연구소 소장. 강찬수 기자

열 환경기술연구소 박현서 소장은 "시멘트 업계에서는 '소성로의 온도가 1800~2000도의 고온이라 다 태우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70~100m 길이의 소성로에는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완전 연소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일산화탄소 배출기준을 강화하면 소성로 가동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소성로에 투입하는 폐기물의 종류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말리지 않은 하수슬러지 등을 소성로에 집어넣는 경우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에너지 손실도 커진다는 것이다.


"통합허가 때 강한 기준 적용할 것"


강원도 지역의 한 시멘트 공장. 중앙포토
최 목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아파트 등에서 중금속 오염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시민들 건강을 위해 시멘트 품질 등급제를 도입하고, 품질에 따라 사용처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건설업체에서도 어떤 시멘트를 사용해서 아파트를 짓는지 밝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에 대해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정종호 사무관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시멘트 환경 관리를 위한 민간 포럼'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현재는 시멘트 생산과정에 투입한 물질별로 시멘트 유해물질 농도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사무관은 "내년까지 시멘트 제품의 6가 크롬 분석 방법과 기준안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 시멘트 제품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흠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은 토론에서 "질소산화물 240ppm은 최대 허용 배출농도이고 실제 통합허가 과정에서는 더 강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폐기물 사용량은 지방자치단체와 업체 사이에 협의하는 사항이지만, 환경부도 폐기물의 특성이나 기준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충북 제천·단양과 강원도 영월·동해 등 시멘트 공장 인근 지역 주민과 업계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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