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풀이? 순식간에 웹툰으로 뚝딱…AI 선생님에 애들 꺄르르 [생성형 AI 임팩트]

최민지 2023. 9.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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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기 은여울초 6학년 7반 교실에서는 태블릿 PC를 이용한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슬기 교사가 “웹툰으로 속담을 표현해보자”고 하자 아이들은 일제히 인공지능(AI) 웹툰 프로그램 ‘투닝’을 작동시켰다. 그림 솜씨가 뛰어날 필요는 없었다. 얼굴형과 팔, 다리 모양을 선택하고 대사를 집어넣으니 AI가 적합한 표정을 알아서 만들어줬다. 안면 인식 기능을 이용해 자기 얼굴로 캐릭터를 만든 학생도 있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친구들의 웹툰을 보며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어떤 속담인지 맞혀보기도 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에게 웹툰이 친숙하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학기부터 AI 웹툰을 수업에 도입했다. AI를 활용해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소극적인 학생들도 눈을 반짝이며 참여한다”고 했다.

경기 은여울초 이슬기 교사는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웹툰 그리기 AI 프로그램인 '투닝'을 수업에 활용한다. 이슬기 교사 제공

AI는 초·중·고교 교실도 바꾸고 있다. AI를 수업에 활용해 본 교사들은 “학습 동기 유발에 효과적이고 특히 어학 등의 분야에서는 정확성이 높아 보조적 역할로 활용할만하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초·중·고교 전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다. 도입 초기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교실 수업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어학 분야 활용성 높고 흥미 유발 탁월


AI는 어학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채팅형 AI가 영어 기반으로 만들어져서 영어 수업에서 활용도가 높다. 김헌용 서울 신명중 교사는 “단어 철자법이나 문법 교정부터 예시문 작성, 설명용 이미지 검색 등 다양한 방법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다. 교사는 AI가 대답한 내용이 맞는지 감수만 하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신목중학교 농구동아리가 훈련을 하는 장면. 이 동아리는 AI를 접목해 포지션 등을 정했다.
수학을 가르치는 김재현 신목중 교사는 이번 학기 체육 융합 수업에서 AI 분석 프로그램을 접목했다. 학생들의 농구 능력치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하면 AI가 각 학생에게 적절한 포지션을 정해줬다. 학생들은 이를 기반으로 팀을 짜고, 훈련할 계획이다. 김 교사는 “학생들의 슈팅 같은 능력치 데이터를 입력하면 AI가 선수를 분류해준다. 다른 편견 없이 수치 데이터로만 팀을 구성하다 보니 생각하지 못한 학생이 선발되는 등 모두가 흥미로워했다”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은 챗GPT 활용 방안으로 퀴즈 만들기를 제시했다. 챗GPT에게 “재미있는 수학 퀴즈 만들어줘”라고 하면 순식간에 ‘2,6,18,54,162…숫자들의 규칙성은 무엇일까요’와 같은 문제가 나온다.


8주짜리 수업 계획도 ‘뚝딱’…잡무 시간 줄인다


시각장애인인 김헌용 교사는 지난 학기 8주짜리 영어 스토리텔링 수업 계획을 짜면서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챗GPT가 8주 계획은 물론, 시각장애인인 교사에게 맞춘 문항까지 설계해줘 놀랐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다문화 학생이나 장애 학생 등 소외감을 느끼는 학생에게도 AI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각 교육청은 AI로 졸업식 행사 계획을 짜거나 가정통신문을 준비하는 등의 활용법을 전파하고 있다. 김재현 교사는 “AI 도입은 공문 작성을 수기에서 컴퓨터로 바꾼 것처럼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교사는 “채점 등의 단순 업무가 줄어들면 뒤처지는 학생을 따로 학습시킬 여력이 생긴다. 더 활발한 피드백으로 잠자던 교실을 깨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AI디지털교과서 대시보드 예시. 교육부


또 다른 변화, AI 코스웨어…교사 격차, 가짜 정보 생성 문제도


교육부가 2025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AI 디지털교과서는 초·중·고 교실에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디지털교과서에 담기는 ‘AI 코스웨어’ 기능은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 개인의 수준을 진단하고 적합한 교육 내용을 제안해준다. AI가 보조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각 학생의 주된 학습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현장에서는 AI에 대한 교사 간 격차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우리 학교에는 몇 년 전 교육청에서 나눠준 태블릿PC나 전자 칠판조차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교사가 있다. 이런 교사들을 설득시킬 만큼 디지털교과서의 장점이 홍보가 안 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없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챗GPT는 근거가 없는 주장이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수많은 정보를 종합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학교는 협력과 조정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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