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에 레드카드 준 담임 교체 지속 요구… 대법 “교권 침해”

이형민 2023. 9. 15.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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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장난을 친 학생에게 '레드카드'를 준 담임교사의 교체를 반복적으로 요구한 학부모의 행위는 '교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학교교육에 대한 부모의 의견 제시는 교사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례다.

이어 "부모 역시 자녀교육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학교는 이를 존중해야 하지만 이런 의견 제시는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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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승소 판결 2심 파기 환송
“교사 전문성·교권 중시 틀 속에서
부모 의견 제시 이뤄져야” 첫 판시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과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업 중 장난을 친 학생에게 ‘레드카드’를 준 담임교사의 교체를 반복적으로 요구한 학부모의 행위는 ‘교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학교교육에 대한 부모의 의견 제시는 교사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례다. 교사들의 연이은 극단적 선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선을 넘는 교권침해 행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 평가된다.

대법원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학부모 A씨가 전북의 한 초등학교가 내린 ‘부당간섭 중단 권고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 상고심에서 A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년 이상 이어진 법정 공방은 초등학교 교사 B씨의 레드카드 벌점제에서 시작됐다. 2학년 담임인 B씨는 2021년 4월 C군이 수업시간에 물병으로 장난을 치며 소란스럽게 하자 레드카드를 주고 방과 후에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쓸도록 했다. 칠판 레드카드 난에 학생 이름표를 붙여 게시하는 방식이었다.

사실을 알게 된 A씨 부부는 학교 교무실로 찾아가 “아동학대”라며 항의했고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이후 사흘간 C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고, B씨는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했다. A씨 부부는 학교 측에 담임 교체를 거듭 요구하면서 교육청 등에 수차례 민원도 냈다. 교장과 교감, B씨가 함께한 면담 자리가 마련됐지만 A씨는 “B씨를 믿지 못하겠다”며 C군의 등교에서 하교 때까지 학교 측의 수업 모니터링을 요구했다.

B씨는 결국 같은 해 7월 A씨의 행위에 대해 ‘교육활동 침해’ 신고서를 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인 부당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한다”고 A씨에게 통지했다.

하지만 A씨는 행정소송으로 맞섰고,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전북 학생인권심의위원회로부터 “레드카드제는 인권 침해적이고 부적절한 교육방식”이라는 의견도 받아냈다. 검찰은 레드카드제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B씨가 30년 이상 교직에 종사한 점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행정소송에서는 1·2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A씨 행위가 부당간섭이라고 판단한 반면, 2심은 “B씨의 교육방법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교사가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동 이름을 친구들에게 공개해 창피를 줘 따돌림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나아가 강제로 청소노동까지 부과한 것은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라고 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을 규정한 헌법 31조를 근거로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교육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담임 교체 요구에 대해서는 “교사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비상상황일 때 보충적으로 허용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이어 “부모 역시 자녀교육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학교는 이를 존중해야 하지만 이런 의견 제시는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대진 서울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도 교육활동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부당한 민원이 사라질 수 있도록 근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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