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삶의 질 목표… 시민 행복도시 ‘비 고베’로 거듭난다

윤일선 2023. 9. 15.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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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고 브랜드 도시를 가다] 일본 고베시
주거·의료·교통·환경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지고, 교육·문화·공공서비스 등이 제공될 때 그 도시 시민은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략은 도시가 추구하는 미래 비전, 도시 브랜딩 전략과 궤를 같이 한다. ‘아시아 행복도시’ 상위권에 일본 고베, 싱가포르가 주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추진하는 도시 경영전략과 도시 브랜딩 시스템 등을 살펴본다.

고베시 메리켄파크에 설치된 도시브랜드 ‘비 고베(BE KOBE)’ 조형물 앞에서 일본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일선 기자

일본 고베시는 아시아에서 삶의 질이 높은 도시 중 하나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머서(Mercer)의 2019년 세계 주요 도시 삶의 질 조사에서 아시아에서는 고베가 도쿄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2014년 조사에서 도쿄에 이어 아시아 3위였던 고베는 5년 만에 도쿄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났다. 물론 조사 결과가 시민 삶의 질을 오롯이 평가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해도 고베시가 내로라하는 도시들을 제치고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머서의 삶의 질 조사는 외국인이 그 도시에 주재하는 것을 상정해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교육·의료·주거·공공서비스 등을 다각도로 평가한다.

고베시는 2013년 11월 히사모토 키조 시장 취임 이래 도시경쟁력 확보와 시민 만족도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도시 특성을 살리면서도 미래 세대가 과도한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도시를 브랜딩해 지속가능한 대도시 경영을 펼쳐 왔다.

히사모토 고베시장


우선 시민이 행복을 실감할 수 있도록 ‘도시의 질’을 중시하는 다양한 시책을 펼쳤다. 시는 ‘사람이 주역인 아늑한 마을’을 목표로 산노미야 등 도심을 재정비하고, 지진에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직원 지진재해뱅크’ 정비를 추진했다. 도로 단차를 없애는 등 누구나 걷기 쉬운 길을 조성하고, 자전거 주행공간 정비, 광역권 고속도로의 네트워크, 긴급 수송도로 선정, 대중교통 촉진 등 ‘사회 변화를 반영한 거리 만들기’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행했다. 히사모토 시장은 “보행권 중심의 생활 정책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베시는 지역 거점이 되는 역사 주변 재생, 공터·빈집 활용 등 기존 시설을 살린 도시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아울러 사토야마·농촌 지역 활성화 등 균형잡힌 도시 만들기에도 역량을 집중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학, 산업계와 연대해 스타트업을 폭넓게 지원했고, 기업 유치와 지역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1995년 1월 발생한 고베대지진 이후 도시 재건을 위해 시작한 ‘의료산업도시’ 사업은 현재 일본 최대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로 성장했다. 이곳에는 360여곳의 의료 관련 기업·단체가 몰려 있다. 일본 첫 수술지원 로봇 ‘히노토리’ 출시, 슈퍼컴퓨터 ‘후가쿠’를 활용한 바이러스 비말 감염 시뮬레이션 등 입주 기업들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고베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행정서비스의 디지털 전환도 적극 추진했다.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일하는 방법 개혁, 스마트시티 실현을 향한 데이터 연계, 디지털 인재 육성 등 디지털 전환을 가속했다. 최근 챗GPT 등 생성형 AI 이용 규칙을 일본 최초로 조례화하고 시범운영하는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업무 효율화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도심과 떨어진 곳의 스마트시티, 휴가지 원격 근무, 숙박이 가능한 숲속의 쉐어오피스 등도 추진했다. 세계 최초 액체수소 운반선 실증실험, 재생가능 에너지의 보급 등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해서도 고베의 특성을 살려 대처하고 있다.

워터프런트 재개발이 진행 중인 고베항 모습. 고베시 제공


고베시는 고베항을 중심으로 워터프런트 재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기존 컨테이너 하역 기능은 인근 매립지로 옮기고 고베항은 도시 기능이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있다. 이곳에는 수족관과 사무실, 주거 공간 등이 들어서고, 대규모 수변공원과 마리나 시설이 조성된다. 고베 포트타워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조명 정비 등을 새 단장하고 있다.

고베시는 버스터미널 일부가 될 재개발 빌딩이 2027년 완공되면 서일본 최대 규모의 버스터미널을 갖추게 된다. 주요 터미널인 JR산노미야역 인근 주요 간선도로도 2029년 신역 빌딩 개관에 맞춰 자동차 도로 일부를 줄여 보행자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산노미야 크로스스퀘어를 정비해 사람과 대중교통을 우선하는 공간으로 조성한다.

재정비된 한큐 고베 산노미야역 북쪽 지역. 광장과 교차로, 전광판 등이 재정비됐다. 윤일선 기자


고베시는 2015년부터 ‘비 고베(BE KOBE)’를 새로운 도시브랜드로 해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시는 인바운드 전략으로 미국과 호주를 전략마켓으로 잡고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3개 마켓을 대상으로 고베를 홍보하고 있다. 2025년까지 외국인 총숙박자 수 100만명 달성이 목표다.

저녁시간대 고베 산노미야역 주변의 활기찬 모습. 윤일선 기자


이를 위해 역사·문화·자연·음식·온천 등 고베의 다양한 매력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히사모토 시장은 “풍부한 자연환경과 개항 이래 길러진 국제성과 다양성 등 도시의 강점을 더욱 발전시켜 삶의 질이 높은 도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고베=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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