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균열 시대, 생존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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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정부는 사모펀드 등을 비롯해 미국 자본의 첨단 반도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3대 분야에 대한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미국 기업이 첨단 반도체장비를 중국에 보내면 상무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첨단기술 수출금지 조처를 작년에 내렸는데 추가 압박을 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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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정부는 사모펀드 등을 비롯해 미국 자본의 첨단 반도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3대 분야에 대한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미국 기업이 첨단 반도체장비를 중국에 보내면 상무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첨단기술 수출금지 조처를 작년에 내렸는데 추가 압박을 가한 것이다. 핵심 기술 중심으로 국제적인 균열과 갈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이어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상황이어서 미·중 간 균열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미국이 사태를 관리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일반 통상·경제 협력과 별개로 첨단기술 중심으로는 미국의 중국 견제 입장이 강력함을 이번 조처는 다시 확인한다.
특히 자본투자 제한 대상을 보면 그 함의는 명확하다. 국방·안보와 관련될 핵심 과학기술은 상품·자본시장 참여자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는 국가 관리 대상이며, 중국이 해당 분야의 자체 역량을 강화하도록 간과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냉전 시기에 공산국가의 첨단기술 접근을 막기 위해 전략물자 수출을 통제하던 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COCOM) 개념과 동일하다. 다만 당시는 공산권에 대한 자본투자 개념은 존재하지 않아 주로 전략물자 중심 수출통제였다면, 국가 간 자본 이동과 투자가 활발한 현재는 제품뿐 아니라 핵심 기술에 접근할 투자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 조처는 미국 자본의 중국 투자에 대한 것이지만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로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의 전략적 이용에 있어 어느 편과 함께 가는지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하는 환경이다. COCOM 역시 1994년 해체될 때까지 미국 이외 16개 서방국가가 공산 진영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을 제한했다. 현재 우리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금지와 관련해 유예 조처를 받고 있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하거나 우리에 대한 미국의 신뢰가 약화하면 언제든지 유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성경에는 다윗과 솔로몬 시대 정도를 제외하고 이집트,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등 주변 강대국에 시달리던 고대 이스라엘의 모습이 나온다. 심지어 북이스라엘은 앗시리아에, 남 유대는 바빌로니아에 멸망하기도 한다.
현대 이스라엘 역시 4차에 이르는 중동전쟁, 각종 군사 분쟁과 충돌로 주변 국가와 갈등을 겪으며 국가 생존이 위태로운 처지였다. 그러나 극단적 균열과 갈등 가운데서도 이스라엘은 경제적 번영과 생존을 지켰는데 그 핵심은 결국 두 가지 축이다. 첫째, 소련으로부터도 지원받은 제1차 중동전쟁 정도를 제외하고 초강대국 미국과 강력한 안보동맹체제를 지속해 유지했다는 것이다. 둘째, 미국 다음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많은 기술 기반 벤처 나스닥 상장기업을 지닐 정도로 인공지능, 항공·우주산업, 암호·보안, 제약·생명공학 등 각종 첨단 분야에서 자체 개발 역량을 갖춰 핵심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력 확보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특히 첨단기술 중심으로 진영 갈등이 격화하는 국제환경에서 미국과의 강력한 협력체제 없이 자체 과학기술과 경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은 공허하고,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과학기술 개발 역량과 경제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미국 같은 초강대국이 지속적인 협력 파트너로 생각할 가능성도 작다. 결국 이스라엘이 보여준 바와 같이 이 두 가지 측면을 상호 결합하는 것이 국제적인 균열과 갈등의 시대에 국가 생존의 기본 조건이 된다는 점을 냉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모스 5장 6절 ‘너희는 여호와를 찾으라 그리하면 살리라’ 말씀처럼 어떤 지혜와 전략을 구사하든지 생존의 기본에는 하나님을 찾는 것이 있음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성태윤(연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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