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겹다'며 뱉기도…" 美이민자들 울린 한인소녀 '김밥 먹방'
뉴욕시의 한 학교에서 점심 도시락으로 김과 밥을 챙겨와 김밥을 만들어 먹는 한인 소녀의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민자 가정의 아이가 가져온 도시락 속 낯선 음식들이 놀림거리였던 과거와 달리 당당하게 한국식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게 변화한 것이 놀랍고 행복하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뉴욕시는 지난 10일 9월 신학기를 맞아 다양한 민족과 인종의 초등학생들이 각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점심 도시락 먹는지 소개하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영상에는 한국, 도미니카공화국, 인도 등에 뿌리를 둔 초등학생들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한국계 소녀 ‘에이버리’가 등장하는 55초 분량의 동영상이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다른 학생들이 등장하는 영상의 조회 수가 적게는 7만에서 많게는 40만 정도인 데 반해 에이버리의 영상은 15일 오전 기준으로 273만 회를 돌파했다. 댓글은 1800개가 훌쩍 넘게 달렸다.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에이버리는 영상에서 “엄마가 포일과 김과 밥을 싸줬어요. 이걸로 한국 음식 ‘김밥(KimBap)’을 만들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시락 가방에서 김과 밥 등 재료들을 꺼냈다.
에이버리는 이어 “‘Kim’은 해조류 김을, ‘Bap’은 밥을 뜻해요”라며 “호일 위에 김을 놓고, 그 위에 밥을 얹어 펴고, 돌돌 말면 김밥”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에이버리는 호일 위에 놓인 김에 밥을 수저로 퍼서 꾹 눌러 편 뒤 손으로 돌돌 말아서 어린아이가 한입에 먹을 수 있을 만한 크기의 간단한 김밥을 만들어냈다.
에이버리는 ‘왜 김밥을 그렇게 좋아하니?’라는 질문을 받자 “해조류(김)와 밥의 조합이 너무 좋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에이버리의 영상 댓글에는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한국계 이민자들이 어린 시절 도시락 때문에 겪었던 인종차별 경험들이 쏟아졌다. 이들은 “에이버리의 영상이 내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해 줬다”고 하면서 “에이버리의 영상에서 문화적 다양성 면에서 진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학교에 김밥을 가져갔었는데, 여자애들이 내 김밥을 먹고 싶어 했었다. 8개 정도밖에 없었지만 기꺼이 하나씩 줬는데, 그들은 ‘역겹다’며 한입 먹고 뱉었다. 엄마가 아침마다 일어나서 점심 도시락을 싸 주셨는데,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때부턴 엄마에게 ‘점심으로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고 했었다. 이 동영상은 내 안의 어린 소녀를 치유해 줬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1980년대 후반 뉴욕시 공립학교 1학년 때쯤 이민을 갔다. 직접 만든 김밥을 학교에 가져갔는데, 눈물의 추억이었다. 이 동영상은 (그때에 비해)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느낄 수 있고 그에 대해 감사하게 해 준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이 영상을 보고 미국식 도시락이 아니어서 놀림을 당했던 초등학교 4학년 시절로 돌아갔다”며 “문화적 다양성에서 진전이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하다”고 언급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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