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호의 시선] 이재명 사법처리, 야당·법원의 양심에 달렸다
윤석열 정부 검찰은 지난 1년4개월 동안 여권 인사를 여럿 기소했다.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에 대해 도의원 예비후보 공천을 돕는 대가로 7000만원을 수수한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법원서 기각됨)했고, 보수 성향인 신경호 강원교육감과 임종식 경북교육감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임 교육감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기각됨)했고, 신 교육감에 대해서도 관사·집무실을 압수 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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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9월 넘기려는 노련한 전술
검찰, 이달 중 체포동의안 청구
법원의 공정한 영장심사 절실
」
검찰은 경기도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처남 김모씨도 지난 7월 기소했다. 사업시행사 대표였던 김씨는 공사비를 부풀려 17억원 넘는 개발부담금 납입을 줄이거나 피하려 한 혐의(사문서 위조·행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윈도우 프로그램인 ‘그림판’의 잘라내기와 붙이기 기능을 이용해 관련 업체의 도장 이미지를 오려 붙여 토사 운반 거리가 늘어난 것처럼 위조하는데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 토사 운반 서류를 꾸며내기로 했다”는 게 공소장 표현이다.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대통령 인척임에도 검찰이 ‘법대로’ 수사했다는 방증이다. 그런 만큼 ‘검찰 독재’라는 민주당의 비판은 억지라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 출신 법조인의 말이다. “정말 검찰 독재 국가라면, 이 대표를 진작 구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의 통제를 받아 모든 절차를 이행하며 수사해왔다. 그러니 1년 넘게 시간이 걸린 거다. 여당 지지층이 ‘검찰이 왜 이리 질질 끌려다니냐’고 할 정도 아닌가. 169석을 갖고 ‘검수완박’ 등 하고 싶은 입법을 마음껏 하는 민주당이 검찰보고 독재라고 한다면 상식에 어긋난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조사한 검사들은 이 대표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어야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질문에 긴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소식통은 “A4 용지 3장 분량의 답도 있었다”고 했다. 검찰을 비판하는 정치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한다. 검찰은 조서 작성에도 곤욕을 치렀다. 이 대표 측은 “말한 대로 적어달라”고 했다. 검찰이 “조서는 속기록이 아니다”고 했지만, 이 대표 측은 “토씨 하나까지 정확하게 적어달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그러면 논란이 없게 아예 영상 녹화를 하자”고 했지만, 이 대표 측은 거부했다. “조사 현장이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풀이가 나왔다.
이 대표는 12일 검찰에 재출석하면서 “검찰이 증거라곤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법조 소식통의 말이다. “피의자 조사는 검찰이 피의자에게 진술 기회를 주는 자리지, 증거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다. 증거는 법정에 제시해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용도다. 검찰이 왜 미리 패를 보여줘야 하나?”
중견 법조인의 말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이 대표의 대응을 보면,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9월을 넘기자는 전략일 공산이 크다. 10월은 국감으로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그 사이 체포동의안이 접수돼도 12월에나 표결이 가능하다. 이때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등 물타기 카드로 또 시간을 벌어 해를 넘기려 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대정부 질문과 교섭단체 대표 연설 등으로 본회의가 몰려 있는 다음 주가 ‘검찰의 시간’이다. 본회의 열리는 날은 18일과 20·21·25일이다. 이날 중 하나에 검찰이 승부수를 던질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도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는 9월을 넘기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체포동의안이 21일 본회의에 보고돼 25일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한 수순이다. 피의자가 단식한다고 사법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면 사법 시스템이 존재할 이유가 없지 않나. 이 대표도 지난 6월 국회 교섭 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말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현장에서 민주당 의원 한명 한명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각별한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한가지 변수는 ‘법원의 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19~20일 열린다. 이어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표결된다. 국회의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을 얻어야하니 법원 입장에선 168석 원내 1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이 대표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법원의 심사에 영향을 미쳐선 당연히 안 될 것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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