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업이냐 부업이냐…클린스만, 우선순위 확실히 해야
9월 유럽 원정 A매치 두 경기를 1승1무로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14일 귀국했다. 지난 3월 한국 대표팀을 맡은 뒤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둔 터라 따뜻한 환영을 받을 법도 했지만, 입국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환호도, 박수도, 꽃다발도 없었다. 클린스만 감독을 맞이한 취재진의 질문엔 시퍼렇게 날이 섰다.
귀국길에 냉랭한 대접을 받은 이유를 클린스만 감독이 알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유럽에 조금 더 머물고자 했지만, 여러분들이 날 불러 여기에 왔다”면서 “지금은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내년 아시안컵까지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앞서 여러 번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축구 팬들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는 이유는 6경기에서 1승(3무2패)에 그친 성적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책임감과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독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데 팬들이 보기엔 영 탐탁지 않다.
이번 유럽 원정 기간 클린스만 감독은 여러 구설에 휘말렸다. 런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첼시의 자선 레전드 매치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다가 논란이 되자 “주최 측에 참가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발을 뺐다. 웨일스와의 첫 번째 평가전(0-0무) 직후엔 상대 팀 선수에게 유니폼을 요청해 챙겨간 사실이 드러나 쓴웃음을 짓게 했다.
자꾸만 해외를 떠도는 것도 미덥지 못하다. 6개월 여의 임기 동안 국내에 체류한 기간은 67일뿐이다. 축구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은 생략하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행사나 ESPN 인터뷰에는 얼굴을 내밀었다.
클린스만 감독 스스로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 축구대표팀 감독직보다 외부 활동이 중요하다면 감독직을 내려놓고 그쪽으로 가는 게 낫다. 감독 역할을 1순위로 여긴다면 이제부터라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K리그 선수들을 살피고, 국내 지도자들과 소통하는 한편 축구 관계자와 자주 만나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변화도 절실하다. 클린스만 감독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감독이 마음을 터놓고 상의할만한 담당자를 명확히 정해줘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계약 후 국내 상주 필요성, 아시안게임과 병역의 상관관계 등에 대해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이어도 문제, 사실이 아니어도 문제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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