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규형 아들' 지켜본 박용택 위원 "박병호 파워, 추신수 어깨…ML갈 선수 되길"
차승윤 2023. 9. 15. 00:01
"파워는 박병호고, 어깨는 전성기 추신수 같은 선수다. (메이저리그에 가서) 나중에 미국에 놀러갔을 때 삼촌인 나를 케어해줄 수 있을 정도의 선수가 되어주길 바란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켜봤던 선배의 아들이 프로에 입문하는 걸 보게 됐다. 고교 대선배이자 이제 프로 대선배가 된 박용택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승민(18·휘문고)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승민은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SSG 랜더스에 지명됐다.
이승민의 아버지는 이병규 삼성 라이온즈 수석 코치다. 이 코치는 1997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해 해외 진출(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을 제외하면 2016년까지 오롯이 LG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KBO리그 통산 타율 0.311과 2043안타 161홈런 972타점 등을 남겼다. 당대 최고의 교타자이자 호타준족이었고, 역대 최고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외야 수비를 자랑했다. 그의 빠르고 역동적인 플레이 덕에 별명도 '적토마'였다.
이승민에게는 아버지지만, 박용택 위원에게 이병규 코치는 선수 인생을 평생 같이 한 절친한 선배였다. 2002년 LG에 입단한 박 위원도 2020년까지(2022년 1경기 등록 후 공식 은퇴) 오로지 한 팀에서만 뛰었다. 이 코치와는 선수 시절을 시작으로 해설위원과 코치가 된 지금까지 20년 넘게 함께했다. 두 사람은 김용수 전 중앙대 야구부 감독과 함께 셋뿐인 LG의 영구결번이기도 하다.
박 위원에게 이승민은 조카나 다름없다. 지난 2005년 태어났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이승민이 지명된 후 그에게 "아버지와 성격이나 야구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못생긴 얼굴만 닮았고 다른 건 모두 아버지와 다르다"고 농담도 던졌다.
박 위원에게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이승민을 묻자 그는 "태어날 때부터 봤던 선수다. 어릴 때 부모가 야구를 시켜야 하나 할 때 이미 야구를 워낙 좋아했다. 놀 때 야구만 했다. 병규 형과 형수님이 야구를 시킬까 고민할 때면 내가 적극적으로 '무슨 소리냐. 저런 자질을 썩히실 거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야구를 시작했는데, 지금 아주 잘 커온 것 같다"고 웃었다.
이승민은 '선배 아들'을 넘어 박용택 위원의 휘문중, 휘문고등학교 후배기도 하다. 박 위원은 "계속 삼촌이라 부르다가 어느날 갑자기 나한테 선배님이라고 부르더라"며 "휘문중, 휘문고에 들어가니 선배님이 된 거다"라고 말했다.
친한 형의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재능있는 선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용택 위원은 "이승민은 아직은 집어넣을 게 너무 많은 선수다. 무궁무진하다. 그보다 앞 순번에서 뽑힌 선수들과 비교한다면 가장 완성되지 않은 선수"라고 했다. 냉정한 것 같았지만, 재능에 대한 인정이 확실했다. 그는 "이병규 코치와는 다르다. 그런 유형이라기보다는 오랜만에 KBO리그에 나올 왼손 홈런 타자가 될 수 있다. 박병호(KT 위즈) 정의윤(전 SSG 랜더스) 이성열(현 KT 코치)의 어린 시절도 많이 봤고, 이재원 같은 선수들도 있는데, 이승민도 남다른 파워를 갖고 있는 선수"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이성열 코치에 가까운 유형이라면 여기에 더 세심함 등 여러가지를 잘 배워 더하면 추신수(SSG)처럼도 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승민 같은 야구인 2세가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이종범 LG 코치의 아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처럼 성공한 유형도 있지만, 실패한 사례도 못지 않게 많다. 박용택 위원은 "예전에는 야구인 2세 선수들 중 눈에 띄게 활약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많다. 잘하는 2세 선수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아버지들이 하나같이 야구 얘기를 아들에게 하지 않았더라. 정신이나 멘털에서 도왔는데, 승민이도 아버지에게 그런 이야기를 잘 들었다. 삼촌(박용택 위원)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멘털에 대한 부분을 잘 생각해온 선수"라고 기대했다.
박 위원은 "파워는 박병호고, 어깨는 전성기 추신수 같은 느낌으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며 "정말로 그 정도(추신수)의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나중에 삼촌(박용택 위원)이 미국에 놀러가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날 케어해줄 정도의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승민의 행선지가 결정되면서 이병규 코치도 자식 입시를 마친 부모와 같아졌다. 후배 박용택 위원에게 '한 턱'을 쏘진 않냐고 물었다. 박 위원은 "조만간 날을 잡아야겠다"며 기분 좋은 예고를 남겼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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