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몸값 3조였는데…매각 앞두고 잔뜩 먹구름 낀 카드사 어디?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9.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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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부진한데 배임 악재까지

한때 몸값이 3조원까지 거론되던 롯데카드 매각에 먹구름이 꼈다. 카드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직원 배임 사고까지 벌어지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타 카드사 대비 롯데카드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많다는 점도 잠재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미 지난해 한차례 매각이 불발된 롯데카드 매각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황 부진 탓에 원매자가 선뜻 입찰에 나서기 어려운 데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3조원이라는 높은 몸값도 부담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카드의 최대주주인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가격 눈높이를 낮추지 않으면 매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매각 중인 가운데, 카드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롯데카드 직원의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롯데카드 사옥 전경. (롯데카드 제공)
잠재적 위험 요인 ‘부동산 PF’

‘100억원대 배임’ 불명예까지

롯데카드는 최근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붙었다. 100억원대 배임을 일으킨 카드사라는 꼬리표다. 금융감독원은 롯데카드 직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현장 검사를 실시해 지난 8월 14일 해당 카드사 직원 2명과 관련 협력 업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롯데카드 직원 2명이 부실한 협력 업체와 제휴 계약을 체결해 105억원을 지급한 뒤 66억원을 페이퍼 컴퍼니 등의 대가로 받았다는 의혹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 롯데카드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34회에 걸쳐 총 105억원을 협력 업체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의 마케팅 담당 직원 2인은 이 중 66억원을 페이퍼 컴퍼니와 가족 회사를 통해 취득해 부동산 개발 투자와 자동차·상품권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 나머지 39억원은 협력 업체 대표에게 흘러 들어갔다.

단순 직원의 일탈로 볼 수 있는 사건이지만, 매각을 진행 중인 롯데카드와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객과 신뢰가 중요한 금융업의 특성상 기업 이미지 손상은 몸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롯데카드 매각에 외부 환경이 비우호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뼈아프다. 올해 카드사들은 고금리 영향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해 실적 부진에 빠졌다.

롯데카드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카드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3% 급증한 30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업 카드사 8곳의 순이익이 13% 감소한 상황에서 롯데카드 실적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자회사 매각에 따른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롯데카드 역시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카드는 지난 5월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로카모빌리티를 호주계 자산운용사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했다. 로카모빌리티 매각 이익을 제외한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10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결제 수수료가 0%대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카드사 본업만으로는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롯데카드 직원의 배임 사고가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 기업 이미지까지 손상을 줬다는 점에서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배임 의혹은 민형사상 소송을 통해 롯데카드에 금전적인 피해가 없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주인은 누구…카드업계 주목

금융그룹이 인수할 땐 파동 클 듯

투자금융(IB)업계에서는 롯데카드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롯데카드의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이미 지난해 9월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원매자와 판매자의 가격 차이가 크다는 점을 불발 이유로 꼽았다.

지난해부터 시장에서 거론되는 롯데카드 몸값은 약 3조원이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할 때 책정한 몸값(1조8000억원)의 1.6배 수준이다. 인수 금액은 당시 자본총계(2조4000억원) 대비 0.75배 수준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자본총계(3조1000억원)에 0.75배를 그대로 적용하면 2조3000억원 안팎의 몸값으로 계산된다.

IB업계에서는 롯데카드 몸값이 여전히 3조원으로 거론되는 상황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지난해 3조원의 몸값이 거론된 이후 올해 5월 로카모빌리티를 약 4000억원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롯데카드를 홍보하면서 로카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식적으로 당시 거론되던 3조원에서 로카모빌리티 기업가치 4000억원이 빠지는데도 여전히 3조원 몸값이 거론된다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잠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매각에 부정적이다. 롯데카드는 카드사 중에서도 부동산 PF 사업 비중이 월등히 높다. 특히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직후부터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롯데카드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조5686억원이다. 해당 수치가 지난 2020년 말 229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7배가량 불어난 셈이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인 고객 대상 카드론 사업에 치중한 반면,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수익성 개선 전략으로 부동산 PF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PF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실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다만 롯데카드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강조한다. 진행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있고, 사업 초기 토지 매입과 인허가용 단기 차입금인 브리지론 비중도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이후 새롭게 나간 부동산 PF 대출이 없고 기존 물량도 철저히 리스크를 관리 중”이라고 힘줘 말했다.

잠재적 원매자들이 의사 결정을 내리기에 어수선한 상황이라는 점도 매각이 장기전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시장에서 꾸준히 잠재적 원매자로 거론되는 곳은 하나금융그룹, 우리은행, KT 등이다. 이 중 하나금융은 지난해 롯데카드 매각 예비입찰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 중이라는 점에서 인수 후보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KT도 비씨카드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KT는 최고경영자(CEO)가 최근에 선임되는 등 회사를 재정비하고 있어 현재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롯데카드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잠재적 원매자는 KB금융그룹이다. 자산 규모나 고객 취급액 등을 기준으로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가 줄곧 1위를 지키고 있지만, KB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KB금융이 대부분의 금융 분야에서 업계 선두권이지만, 비교적 카드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롯데카드 인수 명분으로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KB금융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룹 내 태스크포스(TF)를 만드는 등 롯데카드 인수에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시장에서 거론되는 인수 후보 중 명분이나 인수 후 효과로 따지면 KB금융이 가장 적합해 보이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회장 인선 작업이 끝나지 않아 당장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롯데카드 인수전이 올해를 넘겨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6호 (2023.09.13~2023.09.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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