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오자마자 쓴소리 "부정 여론 조성하면 팀 흔들린다…독일이 좋은 예" [일문일답]
(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이 오는 2024년 1월에 열리는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카타르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모두가 긍정적인 분위기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 멤버들과 함께 14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영국에서 돌아왔다. 클린스만호는 9월 A매치 기간을 맞이해 영국에서 '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 2연전을 치르고 돌아왔다.
당초 한국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9월에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강호인 멕시코와의 평가전을 나란히 추진하고 있었는데, 멕시코가 자국 중계 등을 고려해 변심하면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멕시코 대신 서로와 경기하기로 결정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8일 영국 카디프시티에서 웨일스와 이달 첫 A매치를 치러 0-0으로 비겼다. 이어 13일엔 영국 북동부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로 옮겨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와 격돌했고 스트라이커 조규성의 결승포를 잘 지켜 1-0으로 이기고 클린스만의 사령탑 취임 뒤 3무 2패 끝에 첫 승을 챙겼다.
클린스만호는 천신만고 끝에 데뷔승을 거두기는 했으나 곧장 논란에 휩싸였다. 선장인 클린스만이 태극전사들과 함께 한국으로 오지 않고 유럽에 남아 오는 16일 오전 3시45분 열리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바이엘 레버쿠젠 맞대결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KFA 역시 클린스만이 이번 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유럽 구단을 방문, 관계자들과 미팅을 할 예정이었다고 알렸다. 클린스만이 10월 A매치를 앞두고 유럽에서 체류하는 코칭스태프와 현지에서 분석을 진행한 뒤 한국으로 귀국하겠다는 뜻이었다.
유럽파 점검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한국 팬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불과 며칠 전 자신이 두 차례 A매치에서 선발로 썼던 대표팀 붙박이 수비수를 다시 관찰한다는 방침에 팬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김민재 역할이 대표팀과 다른 것도 아니고, 아울러 벤치 멤버로 전락한 것도 아니며 이적 직후부터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는데 무슨 점검이 또 필요하냐며 축구팬들이 강력 반발한 것이다.
팬들이 보인 반응은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라 지금까지 쌓여온 분노가 터진 것이다. 지난 2월부터 태극전사들을 지휘한 클린스만은 이후 한국보다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기간이 더 길어 '재택근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에 머문 기간은 67일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지적했다.
K리그를 관찰하는 건 차두리 어드바이저와 마이클 김 코치에게 일임하고 클린스만은 유럽, 미국에서 대표팀 업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을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의 동향을 평가했다. 일부 경기 승무패까지 내다보는 등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또 9월 A매치를 앞두고 지난 1일 프랑스 모나코에서 열린 2023/24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추첨 행사에 참석했고, 그전엔 현역 시절 친정팀인 프랑스 리그1 AS모나코에 방문해 인터뷰를 가지는 등 국가대표팀 감독이라고 믿기 힘든 행보를 보였다.
심지어 클린스만은 A매치 기간 중에도 논란을 일으켰다. 웨일스전과 사우디전 사이인 10일에 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첼시 레전드와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간의 '레전드 매치'가 열렸는데, 이때 클린스만이 뮌헨 레전드로 초청돼 경기에 뛰겠다고 한 것이다.
당장 웨일스전에서 졸전을 보인 직후에 대표팀 감독이 캠프를 비우고 A매치 기간 중에 자신의 현역 시절 몸담았던 구단의 레전드 매치를 뛰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며, 상식을 벗어난 충격적인 사건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더더욱 그러기 어렵다.
앞서 지난 7일 주최 측인 첼시가 공개한 양 팀 명단에 클린스만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거세지자 대한축구협회는 8일 클린스만 참가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개인의 생각은 달라 영국 체류 중 휴식 시간에 레전드 매치 참가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생각을 했다. 결국 10일 오전 1시 40분 최종 공개된 뮌헨 명단에 클린스만의 이름이 빠지면서 그의 레전드 매치 불참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 불참 확정에 대해서도 '만시지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이미 국민들과 축구팬들의 신뢰를 다 잃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걸까. 클린스만은 갑작스럽게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KFA는 "10월 명단 발표 전 K리그 선수를 먼저 확인하는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금일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일정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클린스만은 지난 8월 이후로 약 한 달여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팬들과 취재진 앞에 섰다.
사우디전을 마치고 클린스만과 귀국한 대표팀은 10월13일 북아프리카 강호로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프랑스를 이겼던 튀니지와 첫 경기를 하게 되며 17일에는 베트남을 상대한다. 킥오프 시간은 두 경기 모두 오후 8시다. 장소는 튀니지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이고 베트남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이다.
10월 A매치 뒤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 돌입한다. 우선 11월16일엔 홈에서 2차예선 C조 1차전을 치르는데 아직 상대국이 결정되지 않았다. 오는 10월12일과 17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괌-싱가포르 승자와 붙는다. 싱가포르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8위, 괌이 204위여서 싱가포르 전력이 객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어 11월21일엔 C조 2차전 중국 원정을 한다.
다음은 클린스만 일문일답
-8월 초 이후로 한 달여 만에 한국 땅을 밟은 소감은?
-일정을 변경해 한국에 오게 됐다. 일정을 바꾼 계기가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나를 기다리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오게 됐다. 이를 떠나 (대한축구)협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보통 해외 원정을 마치고 선수단이 귀국할 때 감독도 함께 귀국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번 주에 바이에른 뮌헨과 레버쿠젠의 대결을 관전할 예정이었는데, 크게 일정을 바꾼다고 문제가 될 게 아니라 팀과 함께 이동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들어오게 됐다.
또 이번 주말에서 K리그 현장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될 거 같다. 내가 독일이나 미국에서 일을 할 때 해외에 갔다 왔을 때, 많은 분들이 환영해 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에 새로운 부분도 있다. 친선전 후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환영해 주는 건 새로운 경험이기에 일정에 변화를 주게 됐다.
-다음 일정이 어떻게 되는가. 또 해외에 나갈 계획인가.
계속 왔다 갔다 할 일정이 있다. 외국에서 관전해야 할 경기가 있지만 10월 A매치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영국에서 경기가 끝난 후 코칭스태프와 다음 상대를 준비하고 분석해야 한다. 모두 알다시피 친선전이 이제 두 번 밖에 안 남았다. 10월 친선전 이후엔 바로 월드컵 예선에 들어가 실전에 돌입하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를 하고, 선수를 구성하고, 팀을 꾸려야 할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10월 끝나면 (2026 북중미)월드컵 예선과 아시안컵까지 가는데 여러분들과 함께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실 이번 소집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합류하면서 큰 힘을 받았다. 팀 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두 선수가 건강히 같이 가는 게 중요한데, 다시 말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내부적으로 A매치 상대를 분석하고 다가올 상대를 대비해야 할 거 같다.
-(클린스만을 향한)여론이 상당히 좋지 않다. 이 이야기를 들었나. 들었으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일단 상당히 긍정적이고, 발전되는 팀 분위기를 갖고 있다. 3월에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과 같이 했고, 6월과 9월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6월엔 주요 선수들이 빠져 우리가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시험대에 올랐고, 팀이 바뀌면서 매번 소집할 때마다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고,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앞으로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가는 길에서 선수들을 꾸리고 발전하고 성장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고 있다.
또 선수들도 지속적으로 소집을 할 때마다 우리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부분이 뭔지, 우리가 운영하고 싶은 부분을 더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아시안컵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우리의 '벤치마크(기준점)'는 아시안컵이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는 자신감도 있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지만 그때까지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상대 주요 선수들을 분석할지가 관건이 될 거 같다. 그러면서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팀을 꾸리는 데 있어 큰 대회가 끝나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면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모두를 만족시키면 좋겠지만 큰 대회에서 결과를 내야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적으로 어떻게 성장을 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큰 대회를 끝내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지가 중요하다. 특이 11월부터 실전이라 중요하다. 이전까지 A매치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겠지만 아시안컵 때 최고의 선수들을 꾸려서, 최상의 선수단으로 좋은 성적을 내게끔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
-취임할 때부터 아시안컵을 강조했다. 한국에 상주하든 외국에 있든 결국 팬들이 원하는 건 성적인데, 아시안컵 결과에 따라 거취가 달려 있다고 봐도 되나.
다시 말하지만 아시안컵이 '벤치마크'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아시안컵을 '벤치마크'로 두고 준비하고 있는데, 당연히 결과가 좋지 않으면 팬들과 미디어 분들이 질문과 질타를 하고, 그때는 시험대일 수밖에 없다. 이는 감독의 숙명이다. 하지만 난 선수 시절이나 감독으로서 월드컵 등을 비롯해 토너먼트 경험이 많고, 토너먼트를 즐겨왔다. 그래서 토너먼트에서 어떻게 팀을 준비시키고, 꾸려가야 하는지 경험을 갖고 있어 충분히 좋은 모습으로, 좋은 팀을 꾸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이 건강하게 아시안컵까지 가는 거다. 손흥민과 김민재는 마찬가지로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도 햄스트링을 부상당해서 100% 컨디션이 아니었고, 이강인(PSG)도 지금 부상으로 빠져 있다. 이 선수들이 건강하게 잘 준비를 갖춰 최상의 팀으로 카타르까지 갈 수 있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큰 대회가 끝나고 다음 대회까지 준비할 때 상당히 긍정적인 여론과 힘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아무리 우리가 강하게 뭉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도 외부 요소나 많은 분들이 자꾸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면 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독일 대표팀이 아주 좋은 예인 거 같다. 독일은 월드컵에 가기 전부터 모든 것들이 부정적이었고,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집에 가는 수모를 겪었다.
긍정적인 여론과 분위기 그리고 에너지를 선수들이 받아야 한다. 특히 국가대표는 국민의 팀이고, 국가를 대표하는 팀이기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같이 만들어 가는 건 큰 도움이 된다. 행여나 성적이 안 나왔거나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을 때 그때 질타를 하고, 비난하고, 비판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카타르에 가기 전까지 모두가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을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독일 축구대표팀에서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있다. 만약 진짜 제의가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는 아시안컵 우승컵을 가져오는데 집중하겠다. 여러분 모두와 함께 아시안컵 현장에서 있기를 희망한다.
-웨일스전 때 애런 램지(카디프 시티)한테 유니폼을 요청했다. 유니폼은 잘 챙겨왔나.
사실은 아들(조너선 클린스만, LA갤럭시)이 있는 소속팀 물리치료사가 부탁해서 받아왔다. 이렇게 큰 이슈가 될 줄은 몰랐지만 슬픈 부분은 이 이야기가 전해진 후 아들이 SNS로 안 좋은 말과 비판을 받아 안타깝다. 40년 동안 축구 삶을 살면서 그동안 많은 유니폼을 받았다.
-이강인 소속팀(PSG)에서 아시안컵 차출 허용 시기를 늦출 거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이강인이 회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이야기와 문자를 나누고 있다. 어차피 아시안컵 기간은 FIFA(국제축구연맹)가 정한 (선수를)차출 할 수 있는 기간이기에 큰 문제는 없다.
사진=인천공항, 김한준 기자, 대한축구협회 제공, 엑스포츠뉴스DB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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