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 경태' 후원금 6억 가로챈 커플, 항소심서 감형

택배기사 A씨, 징역 1년 6개월
범행주도한 A씨 여자친구는 징역 3년

유기견 '경태'를 택배 차량에 태우고 다니면서 얻은 유명세로 6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아 챙긴 30대 커플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1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3부(소병석 장찬 김창현 부장판사)는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택배기사 A씨(34)에게 징역 1년 6개월, 여자친구 B씨(39)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7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인스타그램 계정 '택배견 경태'를 통해 "반려견 '경태'와 '태희'의 심장병 치료비가 필요하다", "차 사고가 나 택배 일을 할 수 없다"며 팔로워 1만2808명에게서 약 6억1000만원을 기부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후원금을 자신들의 빚을 갚거나 도박을 하는 데 사용했다. 이들은 경찰의 조사 요구에도 불응하고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6개월 만에 검거됐다.

A씨는 자신이 모는 택배 차량에 몰티즈 종인 '경태'를 태우고 다니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때 A씨가 몸담았던 CJ대한통운은 경태를 '명예택배기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또 A씨는 경태가 유기견 출신이라고 말했으나 이는 거짓으로, 경태는 B씨가 2013년부터 길러온 반려견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재판부는 여자친구 B씨가 후원금 모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주로 관리하며 팔로워와 직접 소통한 점, 후원금 대부분이 A씨 계좌로 입금됐다가 곧바로 B씨 계좌로 이체된 점 등을 근거로 빼돌린 후원금 약 6억1000만원 가운데 4억8320만원에 대해서는 여자친구 B씨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고 피해 금액을 공탁한 점, 동물보호협회에 기부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태와 태희는 유기동물보호센터인 KDS 코리안독스(레인보우 쉼터)가 구조했으며, 이후 똘이와 장군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